▲ 전남 스트라이커 신병호(25) | ||
특이한 점은 ‘지각 결혼’이 많다는 것. 상당수는 동거를 하다가 뒤늦게 결혼식을 올리게 되는 커플들이다. 유독 운동선수들의 혼전 동거가 많은 이유가 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듯하다. 그들의 ‘동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선수들이 동거부터 하다가 늦깎이 결혼식을 올리게 되는 것은 ‘서열상의 문제’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장가 가지 않은 형이 위에 버티고 있지만 마음은 급한 탓이다.
12월8일 예식을 올릴 예정인 현대 박종호(29)도 이런 케이스. 박종호의 맏형이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아 정식 결혼이 늦어진 경우다. 그래서 박종호는 부모님의 동의 아래 작년 8월에 혼인신고를 먼저 하고 부부가 같은 지붕 밑에서 지내고 있다.
삼성 진갑용(28)도 형님이 늦게 결혼하는 바람에 2년 동안 피치 못하게 동거를 해야 했다. 진갑용은 98년 혼인신고를 하고 부인 손미영씨(27)와 함께 지내다 작년 말에 웨딩마치를 올렸다. 그 사이에 딸은 벌써 두 살이 되었다.
운동선수라는 직업만 아니라면 결혼을 좀더 늦출 수도 있겠지만 운동하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안정이다. 주위 신경 안쓰고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면, 심신을 푹 쉴 수 있는 가정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인 것.
▲ 오랜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 마침내 무명 딱지를 뗀 지난해 겨울, 신윤호는 미뤄왔던 숙제인 결혼 식을 축복 속에 올렸다. 가족들과 함께한 그의 미소가 무척 행복해 보인다. | ||
벌써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된 심정수는 나이에 비해 훨씬 침착하고 듬직함까지 준다. 올 시즌 홈런 46개로 아깝게 이승엽에게 한 개 뒤져 홈런왕 타이틀은 따지 못했지만 이러한 좋은 성적을 낸 원동력은 화목한 가정에 있었다.
이번 시즌 뛰어난 활약으로 부활을 알린 전남 스트라이커 신병호(25)도 오는 12월 축복의 결혼식을 올린다. 약혼자 유지영씨는 잘 나가던 신병호가 드래프트를 거부하고 일본과 브라질을 오가며 축구인생 포기 직전까지 갔을 때도 그의 옆을 지켰던 ‘의리파’.
신병호는 혼인신고만 올리고도 아무 군말 없이 긴 세월을 참아준 그녀가 눈물나게 고맙다고 한다. 물론 선수들도 정식으로 결혼식을 하고 보금자리를 마련하려는 게 인지상정.
하지만 선수로서 성공한 후 자랑스럽게 결혼을 하고 싶어서 혼례가 늦어지는 경우도 있다. 작년 3관왕(다승 공동•승률 공동•구원)을 거머쥐었던 LG 신윤호(27)가 대표적 예.
신윤호는 그동안 자신의 부진했던 지난 성적 때문에 예식을 미루다 세 아이의 아버지가 돼서야 작년 12월에 뜻깊은 결혼식을 올렸다. 한 야구관계자는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팀에 한둘은 동거를 하고 있다.
혼자 있으면 술이나 노는 것 때문에 실력이 늘지 않지만 어떤 형태로든 가정을 이루면 책임감도 생기고 자기관리가 잘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섣부른 동거가 화를 부르기도 한다. 야구선수 K가 그런 케이스. 한 여자에 빠졌던 K는 약혼식부터 올리고 동거에 들어가던 도중 결혼 자체를 접고 말았다.
알고 보니 약혼녀가 동료들 사이에서 ‘선수’로 통하는 여자였던 것. 주위서 보다 못한 동료들이 나서서 K에게 약혼녀가 다른 야구 선수들과 깊은 관계까지 갔다고 이야기를 해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