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응용 삼성 감독.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물론 이런 감독의 수명은 구단의 성적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시즌 결과에 따라 방을 뺄지 안빼도 될지 결정 나는 운명을 숙명처럼 안고 살아야 하는 것. 21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프로야구, 그 궤를 함께 하는 감독들의 자화상을 그려본다.
그간 프로야구 감독이라는 화려한 문패를 달았던 사람은 모두 20여 명. 물론 여기에 감독대행이라는 꼬리표를 단 경우까지 합한다면 숫자는 조금 더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한 구단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 감독은 아직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 그만큼 감독들의 경질이 잦았고 이 구단 저 구단으로 팀 간판만 바뀌는 로테이션이 심했다는 말이다.
역대 감독들의 이름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경우 2년 전후로 해서 물갈이된 것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2년을 넘겨 장기(?) 레이스에 돌입한 감독도 눈에 띄지만 흔치는 않다. 성적지상주의 앞에서 감독들의 목숨은 말 그대로 파리 목숨이나 다름없다. 구단들이 감독에게 주는 시간은 보통 2년.
이 기간 동안 구단은 감독에게 팀을 1등으로 만들어 놓으라는 계약을 하는 것이다. 구단에게 이 이상을 기다려줄 인내력은 없어 보인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사실 한 구단에서 장수하는 감독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 왼쪽부터 천보성, 이희수, 강병철 감독 | ||
반면, 성기영(롯데) 신용균(쌍방울) 윤동균 이재우(이상 OB) 허구연(청보) 서정환(삼성) 이희수(한화) 천보성(LG) 전 감독들은 한 번 사령탑이 마지막 사령탑이 된 케이스다. 그렇다고 장수 감독이 없는 것도 아니다.
2000년 10월 자신의 야구 인생과도 같았던 해태(현 기아) 유니폼을 벗고 삼성으로 보금자리를 옮긴 김응용 감독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김 감독으로서는 해태에서만 무려 19년이라는 상상하기 어려운 장기집권을 펼쳤고 21년 세월 동안 단 한 번 구단을 옮긴 셈이다.
두산의 김인식 감독도 구단의 두터운 신뢰 속에서 94년부터 현재까지 지휘봉을 잡고 있다. 88년 당시 해태 코치 시절을 제외하면 김 감독 역시 90년도 쌍방울 사령탑을 시작으로 한두 번의 이동만 있었을 뿐이다.
이렇게 두 감독을 제외하면 다른 감독들은 본의 아니게 철새 생활을 한 경험을 갖고 있다. 백인천 감독은 MBC LG 삼성을 거쳐 롯데를 맡고 있고, 최근 사임한 이광환, 강병철 감독은 각각 OB LG 한화와 롯데 한화 SK를 거쳤다.
현역 감독 중에서는 김성근 감독이 OB(현 두산)를 시작으로 태평양 쌍방울 삼성을 지나 현재 LG에 안착한 상태로 짐을 자주 싸야 했던(또는 ‘러브콜’을 많이 받은) 감독으로 남아 있다. 한편 가장 많은 역대 감독을 ‘배출’한 구단은 21년 만에 한국 시리즈 우승의 한을 푼 삼성과 최하위 롯데로 각각 10명씩 이름을 올렸다.
대부분 2년 이상을 넘기지 못한 상황에서 삼성의 2대 감독이었던 김영덕 감독이 3년을 채웠고 롯데에서는 한국시리즈 2번의 우승을 안겨준 강병철 감독이 80년대에 이어 90년대 사령탑을 맡는 이색적인 모습을 보였다. 구단이 감독을 교체할 때에는 성적 부진의 책임을 묻고 전력을 극대화하겠다는 계산 외에도 분위기를 바꾸고 팬들에게 기대감을 심어주겠다는 측면도 깔려 있다.
하일성 해설위원(KBS)은 “감독이 자기 색깔을 낼 수 있는 시기는 3년 정도로 봐야 할 것 같은데 지금 같은 2년 계약에서는 다소 무리가 있다”라며 현 감독들의 어려움을 대변했다. 8개 구단이 모두 선호하는 감독은 역시 ‘좋은 성적을 내주는 감독’. 하지만 반드시 감독의 능력과 성적이 일치하지는 않는다. 감독은 운대도 맞아야 장수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남용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