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시즌 응원에 열중하고 있는 대전 시티즌 서포터스인 ‘퍼플크루’ 회원들의 모습 | ||
반대로 구단이 위기에 처했을 때는 자신의 생업을 팽개치며 구단을 살리기 위해 모금운동을 벌이기도 한다. 현재 김성근 감독 복귀를 추진하고 있는 LG 야구 동호회와 대전 시티즌의 정상화를 위해 뛰고 있는 대전 퍼플크루, 팀 이름 선정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대구FC(가칭)서포터스 등이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스포츠계의 이슈를 계속 만들어내고 있는 그들을 만나보았다.
LG트윈스는 김성근 감독에 대한 일방적인 해임으로 연일 팬들의 비난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LG 서포터스는 공동계좌를 개설, 앞으로의 투쟁자금까지 마련했다. 장기전에도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서포터스는 29일 LG가 이광환 감독을 임명했음에도 11월30일 버스를 대절해 옆에 플래카드를 붙이고 잠실구장에서 LG본사까지 시위를 벌였다.
LG 서포터스들이 이 정도까지 일을 벌일 수 있었던 것은 나름대로의 정보수집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동호회 한 간부는 “스포츠신문에서 나오는 기사 가지고는 일을 추진할 수 없다. 온라인 상에서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신다”고 말했다. 즉 LG 본사와 구단에도 서포터들의 정보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들이 구단의 분위기를 전해 주기 때문에 방향을 설정하기가 편하다는 것.
음지에서 도움을 주는 회원들은 신변상 이름을 밝히기 어려운 그룹 내의 사람이거나 구단 쪽의 사람이라고. 한 동호회 회원은 “그쪽에서도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구단의 결정이 잘못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공식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은 일방적인 감독해임 결정을 한 어윤태 사장의 퇴진과 김 감독의 현역 복귀다.
▲ ‘LG는 구단꺼 트윈스는 팬들꺼’ 지난 30일 LG 팬들이 잠실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종현 기자 | ||
대전시티즌은 IMF로 인해 다른 향토기업들이 구단 운영을 포기했기 때문에 계룡건설의 투자만으로 구단을 이끌어 나가야만 했다. 그것도 잠시, 계룡건설이 30억원대 구단 운용 자금 마련에 부담을 느껴 운영을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에 도달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성적이 좋을 리가 없었지만 결국 1승이라는 처참한 성적의 원인을 대전 팬들은 이태호 감독에게 돌렸다.
서포터들은 선수 수급과 구단의 지원이 미흡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1승이라는 성적은 감독이 승리 의지 부족에서 나온 결과라고 주장한다. 또 판정시비가 일어난 경기를 우승했다고 치더라도 3승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판정시비도 성적저조의 큰 원인이 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기환 서포터스 회장은 초기에 소수였던 ‘감독 교체’ 의견이 구단과 모기업인 계룡건설이 손을 놓고 있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은 다수의견으로 변했다고 설명했다.
대전 구단의 최대 주주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감독의 거취문제도 결정되겠지만 대전 서포터스들은 감독 퇴진에 대해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구이글스 박종환 감독의 복귀와 전두환 전 대통령의 구단 지원설로 창단 초기부터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대구시민축구단의 서포터스들은 대구지역 붉은악마가 주도하고 있다. 대구FC서포터스들은 지금 창단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지만 창단 지원금이 턱없이 모자라는 실정이다.
게다가 팀의 이름을 두고 대구시와 서포터스가 대립하고 있다. 서포터스는 ‘대구 이글스’라는 이사회에서 결정된 팀명을 거부하고, 설문조사를 통해 결정하기를 원하고 있다. 관철되지 않을 경우 서포터스는 시민주 불매 운동을 광범위하게 벌일 계획이다.
12월24일까지 구단창립금 2백억원을 마련하고 2~3년간 튼실한 재정을 확보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지 않으면 창단이 불발로 그칠 수 있는 위기인데도 양측은 이름 가지고 서로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심지어 서포터들의 팀 이름 선정에 대한 반대가 서포터들의 잇속을 챙기기 위한 것이라는 루머가 돌고 있어 양측의 갈등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루머의 내용은 서포터스들이 ‘대구FC’를 팀 이름으로 고집하는 것은 엠블럼 사업권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서포터스가 엠블럼에 관련한 사업을 주도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대구 FC서포터스 측은 이러한 루머에 대해 흑색선전이라며 공식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이러한 루머를 조직적으로 유포해 자신들을 음해하려는 세력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루머의 사실 여부를 떠나 ‘간판’ 논쟁 때문에 정작 구단 설립이 어려워질까 걱정하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