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 삼성 김호 감독 | ||
김 감독은 향후 코치 협의회를 구성해 건설적인 해결방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축구협회 조중연 전무는 보도가 난 바로 다음날인 27일 언론사를 통해 반박에 나섰다. 조 전무는 ‘대표팀 차출문제에 김 감독도 책임있다’는 요지의 반론을 폈다.
축구계 일각에서는 축구협회와 프로축구 감독간의 오랜 물밑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김 감독은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 것인가. 그를 만나 이사직 사퇴의 전후 사정을 들어봤다.
지난 11월28일 오후 수원경기장. 김 감독은 선수들의 컨디션을 점검하고 있었다. 코앞으로 닥친 FA컵 준비 때문에 리그가 끝난 뒤에도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한다.
먼저 축구협회 조중연 전무가 언론에 반론문을 보내 보도된 데 대해 김 감독은 웃으며 “언론이 우리 둘을 대결구도로 끌고 가는 것 같다. 조 전무가 반론문을 냈지만 그와 사적인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축구협회를 방문하지 않고 이사직을 사퇴한 것에 대해 “협회에 잘 나가지도 않았고 가서 따로 할 말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사퇴서도 우편으로 배달했다고. 김 감독은 “원래 축구를 업으로 하는 사람과 이방인들은 생각 자체가 다르지 않느냐. 생각이 다른데 이사로 있어봐야 소용없지”라며 축구협회 이사회에 대한 생각을 꺼내놓기 시작했다.
▲ 조중연 축구협회 전무 | ||
김 감독은 ‘대표팀 차출’을 꼬집어 말한 것은 현재 축구계가 대표팀 위주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월드컵 최초 개최라는 특수성을 감안해도 아무런 일정 없이 프로팀에서 선수를 차출해 가는 것은 거의 프로는 죽으라는 말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 감독에 따르면 유럽이나 일본에선 적어도 6개월 전에 대표팀 스케줄이 나와 프로팀들이 그에 맞춰 계획을 짜고 구단을 운영한다고 한다. 다시 말해 프로와 대표팀이 공생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다. 그러나 김 감독은 그 원칙마저도 축구협회에서 지키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축구협회 조중연 전무가 “대표팀 차출은 김 감독이 대표팀을 이끌 때 시작됐다. 김 감독도 당시 제도에 적극 찬성했다”며 축구협회에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반박을 한 것에 대해 김 감독은 “협회가 그런 반박을 한 것부터가 졸렬한 짓이다”고 주장했다.
김 감독은 “내가 대표팀 감독이었을 때는 프로팀이 6개밖에 없었고 운영비를 다 합해봐야 20억도 안됐다. 지금과 비교가 되느냐”며 “그때부터 10년이 흘렀는데 협회가 고친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다”며 자신의 비판 의도조차 파악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김 감독의 말은 정몽준 축구협회장에 대한 원로 축구인들의 ‘축구협회를 현직 축구인들의 손에 돌려달라’는 주장과 엇비슷하게 들린다. 그러나 김 감독은 정 회장에 대해 감정이 전혀 없다고 한다. “저번에 연판장(서명리스트) 돌릴 때도 나는 사인 안했다.
해외에 나가있는 분한데 할 짓이 아니고 그 분이 이룬 게 얼만데…”라며 사안을 정 회장과 분리해 놓고 싶어했다. 김 감독이 만들겠다는 ‘코치협의회’는 아직 구상 단계다. 김 감독은 ‘코치협의회’가 할 역할에 대해 전체적으로 축구협회에서 해결하지 못한 축구 전반에 대한 문제를 논의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코치협의회는 축구협회와 대립하기 위해 만드는 것이 아니다. 다만 현직 코치들을 모아 좀 더 효율적이고 건설적인 의견을 도출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