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들이 타자들의 속을 긁는 단골 소재는 단연 여자친구다. 대개 포수는 “어제 네 여자친구 나이트에서 부킹한다고 바쁘더라”며 심기를 건드려놓는데 특히 잘 치는 타자에게는 강도가 높아진다.
만약 첫 타석에 홈런이라도 친 타자가 타석에 설 경우 “3구 내로 머리쪽으로 공 날아 올테니 조심해. 친하니깐 미리 말해주는거야. 투수가 열 많이 받은 모양이야”라며 선심성 엄포를 놓기도 한다. 기혼 타자에게는 아내로 심리전을 펼친다.
“연봉 좀 받으면 와이프에게 제대로 전해 줘”라는 포수의 걱정 어린 말투에 타자들은 속는 줄 알면서도 “왜?”라며 반응을 보인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포수는 “전화방에서 ‘알바’ 하던데”라며 속을 뒤집어놓는다. 박수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 타자들 역시 커뮤니케이션을 원하는 포수의 간절함을 외면하지 않는다.
보통 여자친구에는 여자친구로 응수한다. “난 어제 너 여자친구(또는 와이프)랑 룸에서 놀았는데…”라며 받아치기도 하며 공갈구 협박에는 “제발 좀 맞혀주라”며 오히려 애원하기도 한다. 포수가 자신보다 선배 되는 타자가 들어설 때에는 예의를 갖추는 척하지만 결국 타격의 중심을 무너뜨리려는 다른 노력과 차이는 없다.
“선배님, 요즘 수고 많으시죠. 직구 하나 드릴테니 한 번 제대로 휘두르십시오”라고 사근사근 건네는 후배의 말에 솔깃해지지만 곧이어 들어오는 변화구에 이내 속았음을 직감한다. 이 외에도 “요즘 쑤시는 데는 없으세요?”라든지 “허리 너무 돌리지 마세요”라는 밉지 않은 멘트도 자주 들을 수 있다. 〔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