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자고 나면 달라지는 1위팀도 그렇지만 헤딩골, 자살골 등 농구코트에서 볼 수 없는 갖가지 진기명기가 속출하는 데다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고참 감독들에게 도전장을 던지는 82학번 4인방 감독들의 신선한 벤치 싸움도 빠트릴 수 없는 볼거리다.
1. 박터지는 1위 다툼
먼저 어느 해보다 치열하고 우열을 가리기 힘들 만큼 처절한 다툼을 벌이고 있는 1위 싸움의 가장 큰 원인이 무엇일까. 하위팀을 제외하곤 전력의 평준화를 이룬 탓도 있겠지만 가장 큰 공신은 지역 방어의 도입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공격 농구보다는 수비 위주의 팀 플레이가 이뤄지다보니 점수가 크게 나지 않는 것. 프로농구 초창기 때만 해도 세 자리 숫자인 1백점대의 점수를 흔히 볼 수 있었던 데 반해 올해는 각 팀당 평균 스코어가 80점대에 머물 만큼 득점력의 열세를 면치 못했다.
지역방어가 아닌 맨투맨으로 플레이를 하다보면 순식간에 10점, 20점의 점수 차가 나는데 지역방어는 많아야 10점, 보통은 8~9점의 점수 차가 대부분이다. 보통 농구 경기에서 6점 차 정도의 점수는 변수가 없는 한 언제든지 뒤집어질 수 있는 스코어. 따라서 1위에 3~4팀이 몰리는 기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2. 김승현-최명도 한판
이렇게 승부가 치열하다보니 믿을 수 없는 해프닝이 속출하고 있다. 최근에 동양의 김승현과 SK빅스의 최명도가 코트에서 폭력을 행사해 벌금과 출장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현장에서 그 상황을 지켜본 농구 관계자들에 의하면 김승현의 고의성이 담긴 선제 가격이라는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물론 김승현의 팔꿈치에 의해 턱을 맞은 최명도가 후속타를 날려 김승현이 코트에 나뒹구는 모습이 연출됐지만 원인은 김승현쪽에 있다는 게 중론.
▲ LG 페리맨 | ||
3. 진기명기 희한한 골
폭력 사태와는 달리 정말 재미난 명장면도 연출됐다. 즉 헤딩골과 자살골이 그것. 자살골은 코리아텐더의 정락영이 SK나이츠와 리바운드 싸움을 벌이다 공을 밖으로 쳐낸다는 것이 신기하게도 골대 속으로 빨려 들어가며 일어난 현상이다.
단신인 정락영이 장신들에 비해 리바운드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지사.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곽으로 공을 쳐내는 기술로 그동안 뛰어난 리바운드 능력을 과시했는데 이번에 뜻하지 않게 승부를 가르는 자책골을 내고 말았다.
헤딩골은 지난달 28일 KCC-LG전에서 등장, 관중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KCC 용병 에노사가 블록슛한 볼이 미끄러진 LG 페리맨의 머리에 맞고 림에 빨려 들어간 것.
정확히 표현하면 페리맨은 강한 블록슛에 머리를 강타당했다고 할 수 있는데 이후 눈썹 윗부분이 찢어지는 부상으로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을 정도였다. 그대신 득점은 페리맨이 올린 걸로 기록됐다고.
▲ 왼쪽부터 코리아텐더의 이상윤, SBS의 정덕화, TG의 전창진, SK빅스의 유재학 감독 | ||
‘구관’과 ‘신관’의 대결도 재미있다. 이번 시즌에는 고참 감독들에 대한 신참들의 도전이 만만치 않다. 그중에서 학교는 각기 다르지만 82학번 동기를 이루는 코리아텐더의 이상윤, SBS의 정덕화, TG의 전창진, SK빅스의 유재학 감독이 눈에 띈다.
82학번 4인방의 특징이라면 연구와 노력만큼은 고참들이 따라갈 수 없다는 사실. 대신 선수들을 장악하는 부분에서는 고참 감독들에 비해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경기를 읽는 시야와 노하우, 경험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불리한 조건을 안고 시작하지만 그중에서도 이상윤, 전창진 감독은 1위 싸움에 가세하며 선배 감독과의 기싸움에 밀리지 않고 있어 농구인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