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렬이 원더보이즈 멤버 오월에게 폭행 및 금품 갈취 혐의로 피소됐다. 일요신문 DB
김창렬은 지난 2월 자신이 설립한 연예기획사 엔터102의 소속인 4인조 그룹 원더보이즈의 멤버 3명을 상대로 8억 4000만 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전속계약 파기에 따라 그 피해액을 돌려달라는 소송이다. 엔터102에 따르면 이들 3명은 지난해 10월 숙소를 이탈해 전속계약을 해지해달라고 요구했고, 같은 주장을 담은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양측은 지난 11월에 1차 조정을 가졌고, 이달 4일 2차 조정기일을 거쳤다.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채 진행돼 온 이번 소송이 대중에게 공개된 계기는 멤버 3명 가운데 한 명인 오월(본명 김태현)이 지난 10월, 김창렬을 폭행 및 금전갈취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것이다. 오월은 소장에서 “2012년 11월 서울의 한 고깃집에서 김창렬로부터 뺨을 맞았고 월급까지 빼앗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김창렬은 무고와 명예훼손으로 맞섰다. 그러면서 “오월이 최근 새로운 연예기획사를 만났고 이달 중순 솔로음반 발표를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자신이 피소 배경에 ‘다른 의미’가 있다는 지적이다.
# 3년 전 사건 왜 지금 불거졌나
김창렬은 피소 사실이 공개된 직후 자신의 SNS를 통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과거 몇 차례 폭행 시비에 휘말려 구설에 오르내리며 만들어진 자신의 ‘악동 이미지’를 탓하며 “지금은 달라졌다”며 “폭행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미지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지 않길 바란다”며 “어릴 적 했던 행동을 많이 후회했고 바꾸려고 노력했다. 이제 누굴 때릴 만큼 용기가 없고, 더욱이 남의 돈을 탐할 만큼 양아치는 아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오월은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오히려 현재 소속사인 샤이타운뮤직을 통해 김창렬로부터 받은 피해를 조목조목 밝혔다.
오월의 주장에 따르면 폭행이 일어난 시기는 2011년 12월 28일 서울 강남구의 한 돼지구이 음식점이다. 당시 원더보이즈 멤버들은 음반 재킷 촬영을 마치고 회식 자리에 참석했다. 오월은 그 때 김창렬로부터 ‘연예인 병에 걸렸다’는 이유로 뺨을 수차례 맞았다고 주장했다. 오월은 “함께 있었던 다른 멤버들과 음식점 종업원이 목격자”라고 지목했다. 그가 폭행과 함께 문제 삼은 점은 금전 갈취다. 김창렬이 원더보이즈 멤버들 앞으로 된 급여 통장과 카드를 설명 없이 유용했고, 이런 과정을 통해 멤버별로 책정된 연 900만 원도 받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이미 사건이 일어나고 3년이 지난 상황에서 과거의 문제를 다시 거론하는 것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오월이 새로운 소속사를 만나 솔로 활동을 준비하는 상황이란 점에서 이런 의심의 시선을 증폭되고 있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존재를 알리기 위한 노이즈 마케팅을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꺼낸다. 이에 대해 오월은 “김창렬이 먼저 청구한 손해배상소송에 대응하는 차원으로, 정당한 계약 해지사유가 있음을 입증하기 위한 고소일 뿐”이라며 “노이즈 마케팅이나 합의금을 바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고 강조하고 있다.
# 폭행·갈취 있었나 없었나
김창렬과 원더보이즈 멤버 3인의 법정 공방은 전속계약해지에 따른 갈등에서 시작됐다. 연예계에서 비교적 ‘흔한 일’이지만 해당 기획사의 대표가 유명 연예인이란 점 탓에 이번 사건은 대중의 뜨거운 시선을 받고 있다. 이제 대중의 호기심은 더 자극적인 방향으로도 향한다. ‘김창렬이 진짜 때렸는지’의 여부다. 이런 분위기를 인지한 김창렬은 곧바로 강경 대응에 나섰다. SNS를 통해 입장을 밝히는 한편 법률대리인도 선임했다.
김창렬의 법률대리인을 맡은 선종문 변호사는 최근 유명 연예인들의 사건 사고를 전담해온 인물이다. 연예계 송사에 비교적 ‘밝은’ 법조인으로, 김창렬의 무고를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선 변호사는 “오월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과 무고 혐의를 적용해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가장 주목받는 폭행 여부에 대해 선 변호사는 “사실이 아니다”고 못 박았다. 오월과 전속계약을 체결한 시점은 2010년 10월,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시점은 그로부터 불과 한 달이 지난 11월이라는 사실을 짚었다. “한 달 사이에 신인에 불과한 사람에게 ‘연예인 병’을 운운할 이유가 없을 뿐 아니라 그걸 빌미로 폭행까지 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는 설명이다. 또한 월급을 횡령했다는 점 역시 “잘못 알려진 과정”이라고 지적했다. 소속사 관계자가 회사 운영 자금을 멤버들 명의의 통장에 입금했고, 이를 다시 인출하는 방식을 사용했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소위 ‘연습생’ 신분에 불과한 멤버들에게 소속사가 월급을 주는 일은 없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연예계의 시선은 부정적이다. 시시비비를 떠나 신인 연예인의 소속사 이탈, 그 과정에서 나온 고소 공방에 대해 안타깝다는 시선이 많다. 김창렬과 가까운 한 연예 관계자는 “사건의 진실은 법정에서 가려지겠지만 양쪽 모두 이미지에 입은 타격의 피해는 상당하다”며 “어느 한 쪽도 승리할 수 없는 다툼일 뿐이다”고 밝혔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