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일 차기 축구대표팀 감독 내정자를 발표 하고 있는 김진국 기술위원장. | ||
코엘요는 유로2000에서 개성 강한 스타들을 강하게 조련해 포르투갈을 4강까지 올려놓은 명장으로 손꼽힌다. 포르투갈어뿐만 아니라 스페인어 영어 프랑스어까지 구사하는 데다 지도자 생활의 공백 동안 해설가로도 활발히 활동하며 유럽 무대에서 두터운 인맥을 확보하고 있는 점 등이 메취 감독보다 많은 점수를 얻었다는 후문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여론의 검증과 기술위원회의 철저한 자격 심사를 통해 최종적으로 대표팀 감독을 선임했다는 축구협회의 발표와는 달리 기술위원회가 열리기 전에 이미 코엘요로 결정이 난 상태였다는 이야기가 협회 관계자들을 통해 흘러 나오고 있다.
가삼현 국제이사가 두 감독을 만나고 돌아온 지난 20일 이후 고위층과의 협의를 통해 코엘요로 최종 결정했다는 것. 기술위원인 A씨는 기술위원회가 열리기 전인 2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미 감독은 코엘요로 결정된 걸로 알고 있다. 5일 기술위원회는 형식적인 절차일 뿐”이라며 “가 이사가 유럽에 다녀와서 이미 코엘요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것은 코엘요 감독의 유로2000 대회 당시 포르투갈의 경기 분석 보고서와 메취 감독의 2002월드컵 세네갈 경기를 분석자료로 삼았다는 김진국 기술위원장의 발표와는 조금 차이가 있다. 경기 분석자료는 참고사항이었을 뿐 결정적인 요인은 가 이사의 두 후보 접촉 결과에 따른 협회 고위관계자와의 협의 결과가 코엘요로 방향을 잡은 가장 큰 이유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코엘요 감독과 함께 메취 감독을 쟁쟁한 후보로 거론한 이유가 뭘까. 모양새 때문이다. 가 이사는 국제축구연맹(FIFA) 시상식 참석차 출국한 유럽 방문길에 두 감독을 차례대로 접촉했고 모두 긍정적인 대답을 얻어냈다. 그러나 메취 감독은 현재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명문 알 아인 클럽을 맡고 있고 오는 5월까지 계약이 돼 있어 새해 잇따른 A매치 대회에 참석할 수가 없다.
3월29일 서울월드컵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콜롬비아와의 평가전은 물론 4월16일 한•일 양국의 최정예가 나서는 한•일전에서도 벤치를 지킬 수가 없는 반면 코엘요는 아프리카 모로코 감독으로 재직하다 지난해 7월 성적 부진으로 물러난 터라 계약만 하면 당장 입국할 수 있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한편 5일 열린 기술위원회에는 10명중 2명이 빠진 8명이 참석했는데 이중 1명을 제외한 7명이 모두 코엘요한테 손을 들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코엘요가 아닌 메취 감독을 지지했던 그 1명의 기술위원은 누구일까.
기술위원 B씨는 “월드컵과 인연이 없는 포르투갈 감독을 데려오는 부분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힌 사람이 있다. 메취 감독은 지난 월드컵때 어려운 팀을 맡아 8강에 오르는 등 파란을 일으켰고 월드컵의 분위기를 아는 감독이라는 점에서 지지 의사를 표현한 것 같다”며 회의 분위기를 설명했다.
메취 감독을 꼽은 기술위원은 프랑스 축구의 정교함과 어떤 강팀을 만나도 기죽지 않고 선수들에게 에너지를 불러일으키는 남다른 자질이 있다고 강변했지만 세네갈 대표팀을 8강까지 올려 놓은 건 감독의 능력이 아닌 프랑스리그 출신들이 주축이 된 대표팀 선수들의 몫이었다는 반대 의견이 대두되면서 더 이상의 논란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B씨는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로 한 뒤 그동안 포르투갈 대표팀은 유독 월드컵과 인연이 없었고 코엘요 감독이 자랑하는 유로2000 대회에서의 4강 진입은 누누 고메즈, 루이스 피구 등 세계적인 스타플레이어들이 대거 포진한 상태에서의 성적이라 ‘베리 굿’은 아니라는 말로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한편 가삼현 국제이사는 오는 18일쯤 유럽으로 건너가 코엘요 감독을 만나 연봉 등 구체적인 조건을 놓고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