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형제 구단’이라 불리는 이들은 ‘한 지붕’ 아래에 있는 까닭에 다른 팀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몇 가지 특징을 공유한다. 모기업의 과감한 투자로 해당 스포츠의 발전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이 강한 반면, 어쩔 수 없이 형제팀을 꺾어야만 하는 ‘숙명’도 안고 있다. 이들 ‘형제 구단’들만의 독특한 ‘빛과 그림자’에 얽힌 뒷얘기를 살펴봤다.
우선 형제 구단의 커다란 장점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리그 내에서 차지하는 위상. 한 사람보다는 두 사람이 덜 외롭고 더 강한 것처럼, 형제 팀들은 리그 내에서 나름대로의 ‘파워’를 갖고 있다.
특히 축구의 경우 형제 구단의 쌍벽을 이루는 현대와 포스코 계열사가 각각 축구협회와 프로연맹의 회장사라는 점 때문에 프로리그 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들 형제 구단은 리그에 관한 어떤 정책 결정이 필요할 때 한목소리를 내면서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 지난해 11월1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 리그 울산현대와 전북현대의 경기에서 유상철 과 최진철이 공을 다투고 있다. | ||
형제 구단으로서 가질 수 있는 또 다른 장점은 다른 구단들에 비해 ‘업무협조’가 유리하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형제들이 그러하듯, 서로가 부족한 부분이 있을 때 채워줄 수 있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는 얘기.
대표적인 케이스가 포항과 전남 두 구단의 사령탑. 현재 전남의 사령탑을 맡고 있는 이회택 감독은 원래 포철(현 포항) 감독 출신이며, 전임자였던 허정무 감독 역시 이회택 감독과 비슷한 전철을 밟았다. 모기업의 최종결정권자가 동일하다보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으로 이쪽에서 저쪽으로 옮겨갈 수 있었던 것.
역시 ‘포철맨’으로 현재 포항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최순호 감독도 원래는 전남에서 먼저 지도자로 데뷔할 뻔했다. 98년 허정무 감독이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되면서 전남의 사령탑이 공석이 됐을 때 ‘포철의 대부’ 박태준 당시 자민련 총재가 처음에 최순호 당시 축구협회 기술위원을 강력 추천했기 때문.
선수의 경우도 ‘교환’이 비교적 수월하다. 골키퍼 서동명(29·울산)이 대표적인 사례. 울산은 서동명이 대표팀급 기량에도 김병지의 그늘에 가려 출전 기회조차 잡지 못하자 98년 형제팀 전북에 내준 뒤, 김병지의 포항 이적으로 문전이 위태롭게 된 2002년에 다시 그를 데려왔다. 물론 조윤환 감독 부임 직후 이용발을 영입하며 골문이 강화된 형제팀 전북의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이밖에 포항과 전남이 최근 월드컵대표팀에서 코치를 역임한 정해성 전 코치와 박항서 전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을 나란히 수석코치로 영입한 예에서 보듯 ‘정보와 자료의 교환’이 용이하다는 점과, 울산과 전북의 예에서 보듯 ‘유사시 긴급 수혈’이 가능하다는 점도 이점이라면 이점이다.
하지만 ‘형제 구단’이 반드시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모기업 입장에서 볼 때는 다른 기업에 비해 이중으로 투자하는 셈이기 때문에 성적이 좋지 못할 때는 그만큼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공교롭게도 축구연맹 회장사가 모기업인 포항과 전남이 최근 몇 년간 ‘동반’ 부진을 거듭하자 급기야 유상부 회장이 진노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는가 하면 농구의 경우도 서울 SK와 인천 SK 두 구단이 나란히 하위권에 머물자 그룹 고위관계자들이 구단 운영에 불만을 드러냈다는 후문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한 팀이라도 잘하면 그나마 면피를 하겠는데, 두 팀 모두 못하니 그룹 관계자들에게 얼굴을 들 수가 없다”며 난처해했다.
묘한 ‘경쟁 심리’도 형제 구단들만이 안고 있는 숙명이자 애환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서울 SK를 6연패로 몰아넣고 단독 꼴찌에서 탈출했던 인천 SK처럼 형제팀을 희생양으로 삼아야 할 때가 가장 난감하다.
한 프런트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무리 스포츠라고 하지만 (형제팀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며 “특히 중요한 순간에 맞대결을 펼쳐야 할 때가 제일 곤란하다”고 털어놓는다.
한편 ‘왕자의 난’ 이후 관계가 소원해진 현대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을 모기업으로 하는 프로야구의 현대와 기아처럼 형제 구단이 오히려 더 라이벌 관계인 경우도 있다. 승부욕이 피보다 진해진 셈이다.
한재성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