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호 교수 시술 장면.
[일요신문] 심장시술의 대명사로 불리는 스텐트도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변화를 시작했다.
혈관스텐트는 막히거나 좁아진 혈관에 그물망 같은 가는 관을 넣어 혈관을 넓히는 치료재료다.
스텐트의 가장 큰 변화는 재질의 변경과 약물 코팅이다. 초기 합금 재질에서 시작된 스텐트는 코발트-크롬 합금 재질 등이 적용되었고 스텐트 내 재협착을 방지하기 위해 면역억제제와 같은 약물을 스텐트에 코팅한 스텐트가 현재 심장 스텐트 시술의 주로 연간 2만 여건의 시술이 시행되고 있다.
협심증 환자의 관상동맥을 넓히기 위해 스텐트를 넣으면 망 사이로 혈관벽이 새로 생겨 다시 막히는 비율이 30%에 달한다
실온에서는 작게 압축돼 있다가 따뜻한 피가 도는 혈관 속에 넣으면 혈관 모양과 굵기에 맞게 펴진다“고 말했다. 당뇨병으로 혈관이 막힌 경우 등에 쓴다.
하지만 최근 혈관 내에 흡수되어 없어지는 스텐트가 등장해 심장시술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금속형 스텐트를 대체할 수 있는 생체분해형 폴리머(biodegradable polymer)의 시술이 국내 주요 병원에서 시작된 것이다.
고신대복음병원은 내년부터 심혈관센터를 중심으로 협심증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생체 흡수형 스텐트를 본격 시술할 예정이다.
생체 흡수형 스텐트(bioresorbable vascular scaffold; BVS)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녹아서 3년이 지나면 체내에 완전히 흡수된다.
성분은 체내에 자연스럽게 녹아 없어지는 소재인 폴리 엘-락타이드(Poly L-lactide)로, 봉합사와 같은 의료용 소재로 많이 쓰인다.
혈관에 스텐트가 남아 있지 않으면 혈관이 가진 본래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고, 나중에 재수술도 용이하며 환자는 1년 동안만 혈전용해 약물을 복용함으로써 약물 복용에 대한 부담감도 줄일 수 있다.
금속형 스텐트는 심장 혈관에 한번 장착하면 다시 뺄 수 없고, 병변이 재발했을 때 재시술이나 수술치료가 어려운 게 단점이었다. 또 스텐트 때문에 평생 혈전 용해 약물을 복용해야 하는 것도 큰 부담이었다.
이와 달리 생체 흡수형 스텐트는 물과 이산화탄소가 닿으면 용해된다. 생체 흡수형 스텐트는 이처럼 쉽게 녹는 봉합사 재질로 병변이 있는 심장 혈관 부위에 넣어두면 6개월 동안 혈액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주고, 혈관 내에서 녹기 시작해 3년이면 두 쌍의 작은 금속마커를 제외하고는 모두 녹게 된다.
또한 녹지 않는 금속 마커는 시술의로 하여금 스텐트 시술 위치를 확인하게 하기 때문에 시술 경과를 지켜보는데도 전혀 무리가 없다.
생체 흡수형 스텐트는 2011년 Conformité Européenne (CE) 마크 승인 후 전 세계적으로 10만명이 넘는 환자가 시술받아 안전성을 인정받았으며 2016년 이전에 미국 FDA승인 또한 받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허정호 심장내과 교수는 “흡수형 스텐트 시술은 재수술의 위험과 혈관 기능의 자연스러운 회복에 도움이 된다”며 “심장질환자의 장기 합병증과 약물 의존도를 줄이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박영천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