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 했던 분당 화재사고에서 훈훈한 미담이 전해져 주변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사연의 주인공은 사고 건물에 위치한 학원 선생들로 여러 선생들이 화재정보를 전달해 신고와 학생 대피 등을 신속하게 진행해 큰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11일 오후 8시 18분경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12층짜리 건물 1층에서 발생한 화재가 연면적 1만5천㎥ 가운데 2천여㎥와 자동차 3대를 태운 뒤 1시간 10여분만에 진화되었다. 이 사고로 학생 등 290명이 건물 밖으로 안전히 대피해 260명이 병원에 이송돼 치료를 받고 경사자 4명을 제외한 모두가 퇴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세월호 참사와 의정부 화재사고, 판교 환풍구 붕괴사고 등 연이은 대형 악재와는 다르게 이중방화문의 작동과 소방당국의 진화 및 피해자 대피 등이 어느 때보다 신속하게 이뤄졌다는 평가이다.
특히, 사고 당시 대피자 중 260명이 학생인 만큼 자칫 세월호와 같은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 했던 아찔한 상황에서 큰 인명피해가 없었던 점은 다행스러웠다.
분당 학원상가 화재사고 사진=배경원 씨의 제보 사진
이에 환자를 이송하고 현황을 점검하는 등 사고 수습과정에서 사고대응에 대한 미담이 회자 되기 시작했다. 병원으로 이송된 어린 학생들 뒤로 한 여 선생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화재로 인한 재와 연기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얗게 덮여진 그녀의 목소리엔 다급함보다는 침착함이, 두려움보단 책임감이 묻어나왔다. “아이들부터 치료해 달라” 어린 학생들을 먼저 건물 밖으로 대피시킨 것도 모자라 병원 치료도 학생들 먼저 진행시키는 등 학생들을 극진히 챙겼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사고 발생 당시 한 수학 선생은 소방서 신고는 물론 선생들과 화재 정보를 전달하고 아이들 대피를 긴급하게 실시했다. 긴박한 순간이었지만, 침착하게 사고 대응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아이들을 대피하는 과정에서 수건과 휴지에 물을 적셔 아이들에게 전달했으며, 화재 상황과 대응지침을 선생과 학생 모두에게 소통하며, 학생들의 구조를 우선시했다.
환자를 치료했던 의료진과 사고수습에 나섰던 소방대원들 역시 선생들의 발 빠른 대처를 칭찬하기 일쑤였다.
어쩌면 너무 당연한 학생, 노인, 장애인 등 약자우선 구조나 신속한 사고대응 등이 이처럼 회자되는 것에 세월호 참사 등 연이은 대형 참사에 대한 사회적 문제점이 너무 많았던 것은 아닌지에 대한 씁쓸함도 있었지만 화재사고에 대한 사전 교육이나 정보를 통한 선생들의 대응과 학생들을 먼저 생각한 마음가짐은 계속 회자되고 칭찬받아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사고에 대한 사전교육과 관리감독의 중요성이 다시 강조되고 있다.
한편,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경기소방재난본부는 분당 학원상가 화재에 대한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12일 합동감식을 실시하고 최초 발화지점으로 지목된 건물 1층 엘리베이터 부근을 비롯해 화재 현장을 조사해 사고원인을 규명하는 동시에 건물 안전 구조상 문제점은 없는지도 전반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서동철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