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니카 소렌스탐 | ||
지난 13일 미 PGA투어 뱅크 오브 아메리카 콜로니얼클래식(5월22∼25일)에 출전하겠다고 발표한 ‘골프 여제’ 아니카 소렌스탐(33·스웨덴)을 비롯해 박세리(26·CJ), 수지 웨일리(37·미 코네티컷주의 클럽프로), 미셸 위(14) 등이 성의 장벽에 도전할 태세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들의 ‘그린 반란’에 관한 궁긍증을 하나씩 풀어봤다.
“내 스스로 PGA에서 얼마나 잘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소렌스탐 스스로 밝힌 PGA 출전 이유다. 소렌스탐은 곱상한 외모에다 미국 언론이 한때 ‘감정이 없는 것 같다’고 묘사할 정도로 차분한 성품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승부 근성만큼은 병적일 정도로 대단하다. 요즘 같은 휴식기에는 지인들과 각종 레포츠를 즐기는데 지는 것을 끔찍이 싫어해 남편 데이비드 에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다.
소렌스탐은 미 LPGA에서는 더 이상 도전할 게 없을 정도로 경이적인 성적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무려 11승(시즌 최다승, 역대 2위)의 대기록에다 ‘올해의 선수’와 ‘배어트로피(최저타상)’를 각각 생애 다섯 번째로 수상했다. 평균 68.70타는 LPGA에서 사상 최초로 69타의 벽을 깬 엄청난 기록이다.
이런 소렌스탐이 눈길을 PGA로 돌리는 것은 당연지사. 2001년 7월 타이거 우즈, 데이비드 듀발, 캐리 웹 등과 함께 남녀혼성 대결을 펼친 ‘빅혼의 대결’도 자극제가 됐다. 당시 소렌스탐은 샷의 정확도와 어프로치, 퍼팅 등 쇼트게임에서는 세계 정상의 우즈와 듀발에 뒤질 것이 없다는 자신감을 얻은 뒤 이런 말을 했다.
“나는 아직 배가 고프다(I am still hungry). 스스로 정상에 올랐다고 느끼면 골프를 그만둘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이런 나에게 남자대회 출전은 매력적인 유혹일 수밖에 없다.”
▲ 박세리 | ||
박세리의 성 대결은 갑작스레 터져 나왔다. 연초부터 소렌스탐의 PGA 도전이 화제가 되던 지난달 28일, 박세리가 유성 집에서 SBS TV와의 인터뷰 중 “나도 남자대회에 출전하고 싶다”고 돌출 발언을 한 것이다. 이후 박세리는 몇몇 미 PGA와 국내남자대회에서 물밑 초청을 받고 있다.
박세리는 아직 쇼트게임에서 소렌스탐에게 뒤질 뿐 비거리와 샷의 정확도에서는 오히려 능가한다는 평을 받는다. 소렌스탐 스스로도 “나는 세리 나이 때 저렇게 골프를 잘 치지 못했다. 한 5년만 지나면 박세리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극찬한 바 있다. 따라서 일부 전문가들은 성의 장벽을 깨는 데는 소렌스탐보다 박세리가 유리하다고 내다보고 있다.
소렌스탐과 박세리가 LPGA투어의 성공을 바탕으로 남자들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면 미국에서 활동중인 한국계 소녀골퍼 미셸 위(14)와 제니 서(17)는 시작부터 여자이기를 거부한 케이스다.
하와이대 교수 위병욱씨의 딸인 미셸 위는 183cm의 장신이고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가 2백80야드에 달해 일단 체격조건상 남자들에게 크게 뒤지지 않는다. 소렌스탐에 앞서 지난 1월 하와이에서 열린 PGA투어 소니 오픈 예선에 출전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비록 컷오프 벽을 넘지 못하고 탈락했지만 남자 프로들이 치는 챔피언스티(골프코스에서 가장 먼 티박스)에서 73타를 쳐 주위를 놀라게 했다.
소렌스탐은 “미셸 위라는 엄청난 선수가 있다. 한 10년쯤 후에는 LPGA대회에서 2위와 한 10타차 이상으로 우승을 독차지할 것이다. 당연히 PGA로 옮겨 타이거 우즈와 같은 남자선수들과 실력을 겨루게 될 것”이라고 극찬한 바 있다.
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에 사는 고등학생 제니 서는 지난해 남자 주니어 주챔피언에 올랐다. 비록 남자들보다 10% 정도 짧은 거리에서 플레이했다고는 하지만 71명의 또래 남학생들을 물리쳐 큰 화제를 모았다. 제니 서는 1주일 뒤 같은 대회 여자부에서도 우승해 한 대회의 남녀부를 모두 석권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제니 서는 “소렌스탐에게 감사한다. 항상 선구자는 힘든 법이다. 소렌스탐이 나와 같은 후배들을 위해 길을 닦는 셈이다. 앞으로는 여자와 남자들이 함께 섞여 대회를 치르는 것이 일반화될 것”이라며 향후 남자대회에서 뛰겠다는 강한 의지를 시사했다. 유병철스포츠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