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정수근, 한태균도 이번 시즌에 ‘너는 잘 던지고 나는 잘 치고 잘 뛰자’ 뭐 이런 얘길하러 갔을 거다. 맞다. 그런 얘기는 숙소에서 커피 마시면서 하면 실감나지 않는다. 밖에서 술 먹고 딸꾹질하며 얘기해야 된다. 하지만 일찍 자고 다음날 운동장에서 잘 뛰어야 팀을 위한 것이지 새벽까지 술 퍼마시면서 고민해봐야 팀의 재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필자가 대학 3학년 때 쿠바의 국제대회에 참가한 적이 있었다. 늘 그렇듯이 국제대회 참가 때는 우승 다음으로 중요한 게 ‘현지걸’들을 감상하는 일이다. 그날도 ‘빠꿈이’ 몇몇이 해변가에 ‘눈탱이’ 굴릴 목적으로 삼삼오오 뭉쳐갔다. 알다시피 쿠바란 나라가 ‘쭉빵걸’이 많기로 유명한 곳이 아닌가.
들뜬 심신을 추스르며 해변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손바닥만한 수영복을 입은 ‘환상걸’ 3명이 말을 걸어왔다. 여자들은 술을 사달라며 자기네들이 아는 술집에 가자고 했다. ‘이게 꿈이냐 생시냐.’ 우리들은 기쁨의 눈물이 나려는 걸 간신히 참아가며 여자들이 이끄는 대로 ‘자석처럼’ 따라갔다. 거기에서 현지인들은 비싸서 먹지도 못하는 술을 오늘 죽어도 여한이 없을 만큼 마시고 헬렐레하고 있었다.
새벽 2시가 넘어가자 여자들이 또다시 다음 장소로 이동하자고 하기에 부푼 꿈을 안고 따라나섰다. 한 5분 정도 걸어갔을까. 골목길로 접어든 순간 한국인으로 보이는 청년들이 “야구선수냐”며 아는 체를 하기에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나눴다.
그런데 그 중 한 명이 갑자기 권총을 꺼내들며 돈을 내놓으라고 요구했고 그 순간 ‘쭉빵걸’ 한 명이 L선수의 뺨을 후려치고 귀싸대기를 때리면서 우리 소지품을 모조리 꺼낸 후 볼에다 키스를 한 뒤 유유히 사라졌다. 우리가 갖고 있던 돈은 무려 9백달러가 넘었다. 그 돈이면 쿠바에서 1년 동안 먹고 살 돈이다. 우리는 목숨 살려준 게 너무도 고마워서 찍소리 못하고 숙소에 돌아왔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똑같은 일을 당한 선수가 한둘이 아니었다. 그것도 한국 사람한테 말이다.
프로야구 선수들이 해외전지훈련에 가면 돈을 노리는 사람들이 주위에 많다. 비단 쿠바뿐만 아니라 일본, 하와이, 플로리다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밤늦게 돌아다니지 않으면 절대로 그런 일은 없다. 이번 정수근, 한태균 사건도 새벽에 일어난 사건이다. 팀 자체에서 징계를 내리겠지만 그것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매년 이런 일이 있다면 전지훈련 갈 때 선수들한테 밤늦게 돌아다니다 적발될 때에는 연봉에서 50%를 벌금으로 토해내야 한다는 각서라도 받아야 한다. 프로 선수가 제일 무서워하는 건 감독도 부인도 아닌 바로 벌금이다. SBS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