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뿐 아니라 인기 면에서도 국내 최고를 자랑하는 ‘작은 거인’ 김승현(25). 지난 20일 대구 팔공산 갓바위를 그와 함께 오르며 숱한 질문을 던졌다. 그동안 ‘되바라졌다’ ‘일찌감치 나쁜 물이 들었다’ ‘선배들을 우습게 본다’는 등 그를 둘러싼 혹평이 난무하고 하고 있었기 때문에 직격 인터뷰를 통해 진실을 알아보고자 했다.
김승현은 원래 축구선수가 꿈이었다. 올 시즌 개막 전에 대구 동양팀이 서울 SK나이츠 선수단과 축구시합을 벌였다가 자칭 ‘마라도나’ 김승현의 활약으로 10-0 대승을 거두며 상금 1백만원을 챙겼다는 스토리는 농구계에서 유명한 일화다.
“전 정말이지 축구선수를 계속했어야 했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축구를 시작했는데 제법 잘했거든요. 그러다 집이 이사를 가는 바람에 버스 타고 학교 다니기가 힘들어 그만뒀어요. 만약 그때 이사만 안갔어도 지금쯤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은 물론이고 세계적인 선수가 됐을 거예요.”
하긴 한국 최고의 스피드와 재치를 자랑하는 김승현에게 농구코트가 좁게 보이는 건 사실이다.
이날 김승현은 코칭스태프의 강권에 못이겨 동료들과 함께 산에 오르며 불평불만이 가득했다. 어차피 다시 내려올 것을 뭐하러 힘들게 오르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그래도 팔공산 갓바위에 오르는 마지막 가파른 계단길에선 기자가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재빨리 발걸음을 옮겼다.
잠시 후 동료들과 함께 한 암자에서 잠시 쉬고 있는 김승현에게 보다 적극적인 질문을 시작했다. 최근 화제가 된 연예인들과의 잇단 스캔들에 대해 먼저 물었다.
“(김)선아 누나랑은 정말 누나 동생 사이예요. 솔직히 유명 스포츠스타들이 연예인들과 데이트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선아 누나랑은 정말 아니에요. 손도 한 번 제대로 못잡아봤어요. 가끔 만나고 전화통화하는 건 선아 누나가 정말 여자로는 보기 드물게 화통한 성격이기 때문이에요. 사람을 참 편하게 해주거든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 선아 누나와의 스캔들은 제발 좀 말려주세요.”
“이세은씨와의 스캔들이요? 정말 스치며 잠깐 얼굴 본 게 전부예요. 그건 같은 자리에 있었던 (서)장훈이형한테 물어보면 잘 아실 거예요.”
▲ 김승현의 경기장면. 서장훈의 뒷모습도 보인다. | ||
드디어 갓바위 정상에 올랐다. 사람들이 모여있던 탓에 김승현은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느라 바빴다. 싫은 표정, 군소리 한 번 없이 일일이 친절하게 사인을 해줬다. 이제 전환점인 꼭대기인 만큼 대놓고 물었다.
“건방지다, 버릇없다, 대단한 잔머리다 등 성격에 관해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이런 질문을 자주 받았는지 껄끄러운 내용인데도 웃음을 지어 보였다.
“아마 말수가 적어 그럴 거예요. 지난해 부산아시안게임 대표팀 합숙훈련 때 그런 얘기가 나온 걸로 아는데…. 팀 내에서 방성윤 김주성 다음으로 ‘쫄따구’인 탓에 그냥 조용히 지냈어요. 평상시 말이 없고, 진짜로 아무 생각없이 지내는 타입이에요. 그런데 일부 선배들이 워낙 말이 없으니까 그렇게 오해한 거 같아요.”
김승현은 얼마전 경기 도중 인천 SK의 최명도에게 맞은 것에 대해서도 “내가 먼저 자극한 게 아닌가 반성하고 먼저 사과했어요. 그런데도 건방지다고 하면 할 수 없죠”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있었던 한양대 아이스하키팀과의 폭행사건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말하면 저랑은 상관없는 일이에요. 술좌석에서 내 친구와 그쪽과 싸움이 벌어졌고, 저는 말리기에 바빴어요. 결국 한양대 선수가 좀 다쳤고, 나중에 합의를 잘하고 치료비를 물어주는 데 돈 조금 보탠 것뿐이에요. 잘못했다면 그런 자리에 있었고 친구를 도와준 게 잘못한 거죠”라고 해명했다.
“이래 보여도 선후배들하고 친해요. 장훈이형은 정말 괜찮은 선배예요. 농구도 잘하고 인품도 훌륭해요. 존경할 정도예요. 쉬는 날 시내에 나가면 먼저 전화해서 만나자고 하는 등 많은 도움을 받아요. 지난해 본의 아니게 MVP를 놓고 경합을 벌이다보니까 라이벌인 줄 아는데 정말 그렇지 않아요.”
하산하는 길에 농구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 최근 방성윤 하승진(삼일상고) 등이 미국 프로농구(NBA)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얘기를 꺼내자 의외로 담담하다.
“저는 관심 없어요. 물론 NBA서 제의가 오면 감사하는 마음으로 마다하지는 않겠지만 아직 배울 것도 많고…. 전 제 주제를 잘 알아요. 일단 한국에서 더 잘하고 싶어요.”
좀더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버스에서 대화를 나누자며 옆자리를 비워달라고 부탁했다. 김승현은 스스럼없이 “그러세요. 제 옆자리에 아무도 없어요”라고 답했다. 하지만 버스에 올라보니 김승현의 자리는 더블이 아닌 싱글이었다(우등고속버스 내부구조 참조). “보세요 아무도 없잖아요”라며 웃는 김승현. 밉지 않은 장난에 너털웃음이 나왔다.
유병철 스포츠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