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퍼팅라인 읽기의 귀재인 캐디 콜린 칸(왼쪽)에 대해서 박세리는 연봉 7만달러를 지급하며 절대 적인 신뢰를 보여줬다. | ||
박세리의 캐디인 콜린 칸(영국)은 미 LPGA 캐디 세계에서 유명 인사다. 상금 랭킹 1위인 아니카 소렌스탐은 물론, 박지은과 박세리 등 톱랭킹에 오른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며 ‘우승 제조기’로 명성을 날렸기 때문.
소렌스탐과는 미국 진출 첫해인 95년부터 인연을 맺기 시작해 미 LPGA투어에서 16승, 유럽투어에서 2승을 거두는 데 일조를 했다. 2000년에는 프로 데뷔를 한 박지은의 백을 메고 다니며 첫승을 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후 박지은의 부진한 성적과 성격 차이로 의견 충돌이 잦아지자 이번엔 2000년 무승에 그친 뒤 슬럼프를 겪고 있던 박세리를 찾아가 캐디를 자청했다. 박세리는 콜린 칸과 함께 투어 생활을 시작한 이래 2001년에 5승, 2002년에도 5승을 거두는 등 환상적인 호흡을 보여줬다.
콜린 칸이 소렌스탐과 결별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선수에 대한 간섭이 지나치게 심하다’는 소렌스탐의 생각 때문. 미국 투어 생활에 완전히 적응한 소렌스탐으로선 기술적으로 완벽한 캐디보다는 인간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캐디가 필요했고 결국 5년 동안 한배를 탔던 콜린 칸을 내보내게 된 것이다.
콜린 칸은 잠시 휴식기를 갖다가 박지은을 만났다. 그러나 박지은은 오랜 아마추어(미국의 아마추어는 캐디를 둘 수 없다) 생활로 인해 캐디와의 호흡에 익숙하지 못한 단점이 있었다. 특히 프로 데뷔 첫해였기 때문에 캐디의 도움보다는 자신의 생각대로 경기를 운영해나가려다가 콜린 칸과 잦은 다툼을 벌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박지은과 헤어진 뒤, 캐디 없이 혼자 다니던 박세리를 찾아간 콜린 칸은 비로소 제 짝을 찾은 기분이었다. 박세리는 퍼팅라인을 읽는 데 결정적인 약점이 있었고 콜린 칸은 그 부분에 관한 한 최고의 실력자로 평가받을 만큼 라인 읽기의 귀재였던 것.
박세리는 콜린 칸에게 주급이 아닌 연봉 7만달러라는 엄청난 액수를 지급하며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고 있다. 박세리는 한 인터뷰에서 “난 캐디를 깊이 신뢰한다. 그린 브레이크를 읽을 때 95% 이상 의견이 일치한다”며 콜린 칸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미현은 데뷔 초 무명 캐디였던 라이오넬 매디척과 호흡을 맞췄다가 펄 신의 캐디였던 크리스 버즈아이로 교체한 후 한동안 펄 신과 ‘살벌한’ 신경전을 벌였다. 크리스 버즈아이는 펄 신의 캐디였는데 김미현이 펄 신에게 한마디 상의도 없이 크리스와 계약을 맺으면서 문제가 발생한 것. 김미현은 크리스가 이미 펄 신과 계약이 끝난 상태였기 때문에 굳이 펄 신에게 캐디 고용과 관련해서 ‘보고’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김미현의 침묵은 도리어 펄 신의 감정을 더욱 자극했다.
나중에 두 사람은 화해를 했지만 캐디를 둘러싼 선수들 간의 영입 다툼이 얼마나 치열한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였다. 김미현은 한때 샬롯 소렌스탐을 도왔던 데이비드 브룩 주니어를 캐디로 고용한 적이 있었다. 당시 소렌스탐 자매의 전 캐디 두 사람이 박세리, 김미현의 캐디로 활약하는 묘한 인연을 맺으며 관심을 끌었다.
‘탱크’ 최경주도 캐디 문제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 지난해 만난 스티브 언더우드가 최경주의 우승으로 30만달러가 넘는 돈을 벌어들이자 정신자세가 해이해지고 퍼팅라인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등 캐디로서의 본업을 소홀히 했던 것. 결국 올 초 최경주는 언더우드를 해고하고 ‘흑진주’ 비제이 싱으로부터 그와 5년 동안 함께했던 캐디 폴 푸스코를 소개받았다. 폴 푸스코는 지난 2월21일 닛산오픈부터 최경주의 ‘도우미’로 호흡을 맞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