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소년대표팀의 두 스타 최성국(울산현대·사진) 과 정조국(안양LG)이 올 프로축구에서 진검승 부를 펼친다. | ||
특히 쟁쟁한 선배들 틈에서 한없이 기죽어 지내던 월드컵 기간 동안엔 ‘연습생’ 처지를 서로 위로하며 애틋한 정을 나눌 수 있었다. 이제 받은 만큼 제몫을 해야 하는 프로 선수로서 ‘진검’ 승부를 벌이게 된 두 사람은 아직까지도 ‘현실’과 ‘과거’ 사이에서 오락가락한다며 상대방에 대한 ‘진실’을 털어놓았다.
“성국이 형이요? 완전 ‘작업맨’이에요. 2000년도 청소년대표팀에서 처음 만났는데 강한 외모와는 달리 얼마나 웃기는지 얼굴만 봐도 웃었다니까요.”
정조국은 최성국에 대한 이미지를 한마디로 ‘작업맨’이라고 표현했다.
그러한 ‘끼’는 주로 대표팀이 숙소로 사용하는 호텔에서 발휘되곤 했단다. 즉 호텔에서 근무하는 여직원들을 오랜 시간 동안 훑어본 뒤 나름대로 매긴 점수에 의해 탈락자들을 가려내고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여직원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간다는 것. 하지만 ‘작전’은 번번이 실패로 끝났다고 한다. 특히 월드컵 기간 동안 ‘연습생’ 최성국은 찬밥 신세였다고. 황선홍, 유상철, 안정환 등 외모 면에서 날고 기는 선배들의 그늘에 가려 어떠한 ‘액션’에도 상대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는 것.
“제가 ‘작업맨’이라고요? 이건 (이)천수 형한테 배운 거예요. 천수 형과 비교하면 전 ‘새 발의 피’죠. 실제로 ‘작업’을 해본 적이 많지 않아요. 오히려 조국이가 ‘다크호스’일 걸요? 생긴 건 시골 청년같이 순박해 보이지만 의외로 ‘끼’가 많아요.”
최성국은 정조국이 자신을 ‘작업맨’이라고 말한 데 대해 가벼운 항의(?)를 했다. 호텔 여직원을 상대로 대시를 한 건 ‘예쁜 누나들’로부터 귀여움을 받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다소 엉뚱한 대답을 내놓기도 한다.
▲ 정조국(안양LG) | ||
“조국이는 문전 앞에서의 집중력이 뛰어나요. 하지만 드리블을 제대로 못하면 골이 터질 수 있나요?”
“성국이 형은 드리블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죠. 그래도 축구선수로서 키가 작은 것보단 큰 게 낫지 않겠어요?”
서로의 장단점과 관련된 설명을 들어보면 상대방에 대해 칭찬을 늘어놓다가도 은근히 자신의 장점을 부각시키기에 바쁘다는 걸 알 수 있다.
정조국은 월드컵 때 ‘막내’이자 ‘연습생’이었던 최성국이 청소년대표팀의 주장을 맡아 후배들 앞에서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모습을 보고 속으로 웃었다고 말한다. 사석에선 개그맨 뺨치는 그의 모습이 슬그머니 떠올랐기 때문. 반면 최성국은 “월드컵 때 선배들이 뛰는 거 보면서 조국이는 ‘내가 뛰면 더 잘 할 수 있을 텐데’하는 아쉬움을 드러냈어요. 나 또한 같은 심정이었고요. 그만큼 주전 선수로 뛰고 싶은 마음이 강했던 거죠”라며 그때의 심정을 토로했다.
둘 모두 여자친구는 있지만 애인은 없는 상태. 이유는 ‘바빠서 만날 시간이 없었다’와 ‘관심은 많은데 진지하게 사귀어본 경험이 없다’는 설명이다. 마냥 어려만 보이는 두 사람에게 ‘사랑’이란 단어를 던져봤다.
최성국 왈 “바라만 봐도 좋은 것? 모든 걸 다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거 아닐까요?”, 정조국은 “경험이 없어서 뭐라고 말하기가 그런데…. 그냥 ‘느낌’ 아닐까요? 느낌이 좋아야 사랑하는 감정이 생기는 거 아닌가?”라고 풀어낸다. 최성국한테 ‘끼가 많은 만큼 여자친구도 많을 것 같다’고 말하자 ‘관심은 무지하게 큰데 기회가 없다’며 진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자상하고 잘생긴’ 유상철(최성국)과 ‘근면 성실의 대명사’인 박지성(정조국)을 축구선수의 모델로 삼고 있다는 두 사람은 저마다 의미가 담긴 ‘희망사항’을 밝혔다.
“1, 2년 후에 (해외로) 나가고 싶어요. 처음부터 빅리그를 욕심내지 않고 벨기에나 네덜란드 진출을 우선 목표로 삼았어요.”(정조국)
“아버지가 버스운전기사로 일하셔요. 저를 성공시키기 위해 무척 고생하셨거든요. 돈 많이 벌어 부모님과 희생을 마다하지 않은 누나들 호강시켜주고 싶어요.”(최성국)
술을 잘 못하는 정조국과 ‘폭탄주’가 마시기 더 편하다는 최성국. 상반된 외모만큼 여러 가지 다른 이야기들을 풀어낸 두 사람과의 대화를 끝내갈 무렵, ‘작업맨’ 최성국이 이런 멘트를 날린다. “누나, 언제 시간 있으면 저랑 커피 한잔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