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구협회 | ||
묻고 싶은 것도, 말하고 싶은 내용도 많았지만 오간 말은 적었다. ‘뭔가’를 제외시킨 채 대화를 나눠야 하는 분위기 속에서 기자의 ‘가벼운’ 안부 인사에 그는 ‘의미있는’ 대답으로 약간의 속내를 내비쳤을 뿐이다.
부친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기일을 맞아 잠시 귀국한 대한축구협회 정몽준 회장. 그는 지난 19일 파주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서 전·현직 코칭스태프와 축구협회 임직원들의 친선경기에 ‘선수’로 뛴 뒤 상기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내려와 미국 생활에 대한 여담을 늘어놨다.
지난달 8일부터 미국 스탠퍼드대학 국제문제연구소에서 객원연구원으로 연수중인 정 회장은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샌프란시스코 내의 아파트 단지가 아름다운 정원으로 둘러싸여 있다며 “놀러오면 잘 모시겠다”는 말로 분위기를 이끌어 갔다.
“어떻게 지내셨냐”는 가벼운 질문에 그는 “아파트 단지 내에 요가를 공짜로 배울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갔다가 나올 때 되니까 돈을 내라고 해서 속은 기분이 들었어요”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지난 3월6일∼7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FIFA(국제축구연맹) 집행위원회에 참석한 것을 제외하고는 축구협회 주요 업무를 해외에서 ‘원격’처리해 왔다.
먼저 29일 쿠엘류 감독 데뷔전인 콜롬비아전에 참석할지를 물었다. 정 회장은 콜롬비아전은 일정상 어려울 것 같고 대신 4월16일 한·일전은 대회 성격상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내가 없어도 잘 진행되잖아요. 쿠엘류 감독도 훌륭하시고.”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공식 인터뷰를 전제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민감한 질문을 하기가 어려웠다. 할 수 없이 우회적인 방법으로 이런 질문을 했다. “정치부 기자보다 스포츠 기자들을 대하니까 더 반갑죠?”
정 회장의 얼굴에 질문의 의도를 알고 있다는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그렇죠, 뭐. 자, 이젠 됐죠? 이런 얘긴 그만하죠”라며 더 이상의 질문을 막았다. 정 회장은 모든 일정을 마치고 25일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