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받을 당시가 생각나요. 표현은 안했지만 좀 긴장이 되더라고요. 마취가 덜 풀린 상태에서 눈을 떴는데 보이는 사람이 통역하는 (정)우진이형이었어요. 굉장히 고마웠어요. 아무도 없었으면 좀 쓸쓸했을 거예요.
다른 사람 같으면 그런 상황에서 어머니를 그리워했겠죠. 난 독해서 그런지 별로 그런 마음이 안 생기던데요. 아마도 다음주엔 부모님이 ‘환자’인 날 돌봐주시기 위해 이곳에 다시 오실 것 같아요.
수술 후엔 목발을 짚고 다니고 있어요. 걷기가 불편하다보니까 뛰는 건 고사하고 제대로 걷는 사람들조차 부럽더라고요. 사람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생각도 달라지나 봐요. 지금은 제대로 걸을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으니까요.
요즘엔 병원 근처의 재활센터에서 훈련중이에요. 4월 말까지 4주간 재활훈련 일정이 잡혀 있거든요. 아마도 5월쯤이면 다시 운동장에서 뛸 수 있을 것 같은데 담당 의사도, 히딩크 감독도 경기 출전에 대한 부담을 떨치고 하루 빨리 온전한 몸상태를 만들라는 부탁을 해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어요.
최근 일본 J리그에서 활약중인 (고)종수형과 몇 차례 전화통화를 했어요. 종수형이 이전에 제가 몸담고 있던 교토 퍼플상가에서 뛰고 있어 아마도 나한테 궁금한 게 많았던 모양이에요. 여기서 한 가지 밝히고 싶은 게 있어요. 언론에서 보는 종수형과 내가 아는 종수형과는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죠. 그렇게 말썽꾸러기도, 운동을 게을리하지도, 다른 데 더 많은 신경을 쓰는 철없는 선수도 아니거든요.
같은 축구선수가 봤을 때 골에 대한 감각은 천부적이고 ‘천재’라는 소리가 너무나 잘 어울리는 멋진 플레이어에요. 상당히 의리가 있어 후배들 또한 끔찍이 챙기는 스타일이고요. 남일이형도 좋아하는 선배 중 한 사람인데 그러고보면 내가 의리있는 스타일을 선호하는 것 같아요. 사실 남자가 의리 빼면 시체 아닌가?
수술 이후 여기저기서 격려를 많이 해주시네요. 상당히 위축되어 있을 거라고 짐작하시겠지만 박지성이 결코 기죽지 않았다는 걸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사실 희망이 더 보이거든요. 이젠 무릎이 아프지 않을 거라는, 무릎 통증의 부담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이요.
힘들 때는 다른 거 생각 안해요. 지금 내가 네덜란드의 명문팀에서 선수 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고 최면을 걸죠. 아파보니까 세상이 조금씩 다르게 보이는 것 같아요.
4월3일 에인트호벤에서
정리=이영미 기자 bo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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