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인디밴드 그랑프리 우승장면
[일요신문] 한국경마를 호령했던 전설들이 정든 경주로를 떠나 ‘제2의 마생(馬生)을 시작한다.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부산경남(본부장 고중환)은 2013년 최고권위의 대통령배와 그랑프리를 연거푸 우승하며 연도대표마에 등극했던 ‘인디밴드’(5세 수말, 정영식 마주)와 2014년 최우수 3세 암말로 선정됐던 ‘퀸즈블레이드(4세 암말, 김형란 마주)가 경주마 생산에 힘을 더하기 위해 경주마 은퇴식을 갖고 씨수말과 씨암말로 데뷔한다고 24일 밝혔다.
이들의 은퇴식은 오는 26일 오후 3시(부경4경주 종료 후)와 27일 오후 3시(부경5경주 종료 후)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관람대 앞 시상대에서 각각 개최된다.
특히, 정영식 마주는 애마 ‘인디밴드’의 은퇴식을 기념해 우승상금을 모아 1억 원을 사랑의 열매에 기부할 계획이다.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서 현역 경주마로 활약 중인 ‘인디밴드’는 대한민국 최강의 국산마다.
2012년에 데뷔한 이후 13전 8승, 2위 1회를 기록했다. 2013년 국산마 최초로 한국경마 최고권위의 대통령배와 그랑프리를 동시에 석권하고 연도 대표마와 최우수 국내산마로 선정됐다.
하지만, 우수한 혈통과 탁월한 경주능력으로 전성기를 달리던 ‘인디밴드’에게 지난해 부상의 위기가 찾아왔다.
‘좌측 다리 골절’로 수술과 줄기세포치료, 휴양을 반복했던 ‘인디밴드’는 정영식 마주의 극진한 보살핌 속에 화려한 부활을 꿈꿨으나 지난해 5월 마지막 경주에서 3위를 기록한 후 씨수말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게 됐다.
정영식 마주는 “직접 미국에서 씨암말을 들여와 생산한 첫 번째 아들”이라며 “뛰어난 능력마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부상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말 눈물겨운 노력을 했다. 부상으로 경주마로서의 꿈을 접게 돼 안타깝지만 ‘인디밴드’가 씨수말로 한국경마를 대표하는 혈맥이 될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2014 코리안더비에서 퀸즈블레이드가 질주하는 모습
‘퀸즈블레이드’는 데뷔 전부터 유명세를 떨쳤던 이른바 스타마다.
8연승의 ‘미래천사’와 오크스 우승마인 ‘절호찬스’를 배출한 ‘하버링’. 거기에 한국의 독보적인 리딩사이어 ‘메니피’가 만나 태어난 것이 바로 ‘퀸즈블레이드’다.
2012년 1세마 경매에서 ‘퀸즈블레이드’는 경매사상 최초로 1억5천만 원의 예정가로 상장됐다.
치열한 경합 끝에 2억 6천만 원에 낙찰되며 ‘경주마 2억 원 시대’의 포문을 열었다.
데뷔 후에도 ‘퀸즈블레이드’는 7연속 입상으로 몸값을 해내더니, 지난해 3관 대회 1차 관문인 KRA 컵 마일(GⅡ) 5위 후 코리안더비(GⅠ)와 코리안오크스(GⅡ)에서 차례대로 우승하며 최우수 3세 암말에 등극했다.
최우수 3세 암말에 선전된 ‘퀸즈블레이드’는 5억 원의 인센티브를 받고 외국경마대회에 출전했고, 쓰디쓴 패배와 100kg 가까이 빠진 체중을 안고 국내에 복귀했다.
모두가 ‘퀸즈블레이드’의 향후 행보에 대해 고개를 저었지만 휴양 목장 관계자와 19조 마방 관계자들의 노력 끝에 ‘퀸즈블레이드’는 점차 상태를 회복해 나갔다.
11개월 만의 복귀전인 지난 11월에 열린 제주특별자치도지사배에서는 폭발적인 질주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최강 암말임을 입증했다.
이들의 은퇴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아직 은퇴하기에 이르다”, “경주로를 질주하는 모습을 계속 보고 싶다”, “제발 안녕이라고 말하지마”, “은퇴 사실을 믿기 어렵다” 등 아쉬움을 표함과 동시에 “수고했다, 한국경마를 발전시킨 이들의 자식들을 빨리 보고 싶다” 등의 격려를 보내고 있다.
한국경마의 전설을 만들어냈던 두 경주마는 이번 주 은퇴식을 마치고 자신들이 태어난 제주 ‘이시돌목장’과 ‘챌린저팜’에서 씨수말과 씨암말로 데뷔해 가문의 영광을 이어가게 된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