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식 마주와 인디밴드.
[일요신문] 경기침체 속에 불우이웃을 위한 기부 온정마저 식어가고 있는 가운데, 착한 산타마(馬)가 탄생해 화제다.
주인공은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소속의 경주마 ‘인디밴드(5세)’다.
은퇴식을 기념해 우승으로 벌어들인 1억 원을 시각장애 어린이를 위한 점자도서관 건립에 기부한 것.
국산마 최초로 2013년 대통령배와 그랑프리를 연거푸 석권하며 2013년 연도대표마에 등극했던 ‘인디밴드’(5세, 19조 김영관 조교사)가 오는 26일 오후 3시 부경4경주 종료 후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관람대 앞 시상대에서 은퇴식을 치르고 정든 경주로를 떠난다.
이날 정영식 마주는 애마 ‘인디밴드’의 은퇴식을 기념해 애마 이름으로 1억 원을 사랑의 열매에 기부해 시각장애 어린이를 위한 점자도서관 건립할 계획이다.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서 현역 경주마로 활약 중인 ‘인디밴드’는 대한민국 최강의 국산마다.
2012년에 데뷔한 이후 13전 8승 2위 1회를 기록했고, 2013년 국산마 최초로 한국경마 최고권위의 대통령배와 그랑프리를 동시에 석권하며 연도대표마와 최우수 국내산마로 선정됐다.
하지만, 우수한 혈통과 탁월한 경주능력으로 전성기를 달리던 ‘인디밴드’에게 2014년 부상의 위기가 찾아왔다.
‘좌측 다리 골절’로 수술과 줄기세포치료, 휴양을 반복했던 ‘인디밴드’는 정영식 마주의 극진한 보살핌 속에 화려한 부활을 꿈꿨다.
하지만 지난해 5월 마지막 경주에서 3위를 기록한 후 씨수말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게 됐다.
정영식 마주는 “뛰어난 능력마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부상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말 눈물겨운 노력을 했다. 부상으로 경주마로서의 꿈을 접게 되어 안타깝지만 ‘인디밴드’가 시각장애 어린이들의 한 줄기 빛이 되어 줄 수 있다는 것이 큰 기쁨이다”고 전했다.
‘인디밴드’의 기부금은 2017년 봄 개교예정인 한빛유아학교 ‘시각장애어린이 점자도서관’ 건립에 쓰인다.
경주마 이름으로 문을 열게 된 이곳은 국내 최초의 시각장애 어린이 점자도서관으로서 시각장애 아동들의 인지발달과 능력개발 등 장애와 편견을 이겨내고 아이들이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꿈과 희망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외에도 인디밴드의 기부금은 불의의 사고로 장애를 갖고 고통을 겪게 되는 중도장애인들의 심리, 재활치료와 겨울 위기 가정 긴급지원금으로도 쓰이게 된다.
한편 ‘인디밴드’는 은퇴식 후 제주 이시돌목장으로 떠나 당분간 휴식을 취한 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경주마 생산 활동에 투입될 예정이다.
2019년에는 ‘인디밴드’의 혈통을 이어받은 자마들의 활약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록 경주로는 떠나지만 한국경마의 발전을 위해 이제 경주로 밖에서 전력질주 할 ‘당대불패’의 활약을 기대해도 좋을 전망이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