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미국 언론뿐만 아니라 박찬호를 전담하기 위해 파견된 국내 특파원들조차 박찬호의 거듭된 컨디션 난조에 더 이상의 희망적인 메시지를 날리지 못하고 있는 상태.
특히 국내 야구팬들도 위기에 빠진 박찬호를 격려하기보단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소문들의 진위를 놓고 공방을 벌이는 등 박찬호에 대한 실망감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박찬호가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구단으로부터 받는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지난해 부상당한 부위의 후유증, 그리고 허리 부분의 이상 등 여러 가지 원인들이 제기되고 있지만 독신 생활에서 오는 외로움, 이성에 대한 그리움 등도 한몫한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최근 박찬호를 둘러싼 소문과 그에 대한 진실을 알아본다.
▲ 박찬호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그와 관 련한 많은 소문이 퍼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6월 ‘삭발투혼’을 불사를 당시 박찬호. | ||
박찬호의 매형이자 ‘팀61’ 대표인 김만섭씨는 이에 대해 “찬호의 허리가 완벽한 상태라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그렇다고 허리 때문에 구위를 회복하지 못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허리보다 지난해 부상당한 오른쪽 허벅지(햄스트링)의 후유증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에서 박찬호를 가까이 지켜보고 있는 한 측근은 “지난번부터 게임이 끝난 뒤 어깨와 허리에 계속 아이싱을 하고 있었다. 이것은 허리가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허리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은 확실한데 과연 그 이유 때문에 구질을 회복하지 못하는 것인지의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벅 쇼월터 감독은 김병현의 옛 스승이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감독으로 활동하다 성적 부진을 이유로 2000년에 감독직에서 물러난 후 ESPN 해설위원을 맡으며 잠시 지도자 생활을 접어야 했다.
덕아웃이 아닌 방송 중계석에서 야구를 지켜보다 올 시즌 텍사스 레인저스의 사령탑에 오른 그로선 박찬호 이상으로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중압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박찬호를 포함해서 선발투수가 약간만 흔들려도 조기 강판시키는 일을 반복하는 것이다. 쇼월터 감독의 ‘조급증’으로 인해 구원투수만 죽어나는 꼴.
박찬호를 전담하는 한 특파원은 “쇼월터 감독이 박찬호한테 실망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사심을 두고 행동하는 건 아니다. 만약 박찬호가 예전의 구위를 회복하고 선발투수로서 제몫을 해낸다면 감독의 태도는 순식간에 변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팀 주변에선 박찬호가 동료들로부터 ‘왕따’당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소문이라는 게 ‘팀61’ 김만섭씨의 주장이다.
“찬호 스스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책감으로 인해 동료들과 거리를 두고 있는 것뿐이다. 얼마 전에는 동료 선수들이 찬호가 등판하면 일부러 수비를 느슨히 한다는 소문도 들었다. 찬호도 이 얘길 듣고 정말 어이없어 했다.”
박찬호는 LA 다저스에서 텍사스 레인저스로 옮기며 5년간 6천5백만달러에 장기계약했다. 입단할 당시만 해도 구단주와 단장이 특별한 관심과 지지를 보내는 등 특급 에이스를 아끼고 보호하려는 배려를 여실히 느낄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대접은 기대할 수도 없는 처지다. 그러다보니 박찬호가 겪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한다.
“구단 관계자들의 엄청난 기대 속에서 텍사스 생활을 시작했지만 지난해는 부상으로 한 해를 그냥 공치고 말았다. 그래서 올해는 겨울에 정말 열심히 훈련했다. 하지만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자꾸 찬호의 발목을 잡는 것 같다”는 게 매형인 김씨의 설명. 특히 언론에서 ‘먹튀’ 운운하는 부분도 박찬호의 자존심을 사정없이 무너뜨리고 있다.
미국 현지 박찬호의 한 측근은 “주위에서 (박찬호한테) 마음을 편히 가지라고 수도 없이 이야기했지만 막상 마운드에 올라서면 욕심이 생긴다고 하더라”며 “구단에서 자신한테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기 때문에 목표를 이루기 위해 급하게 서두르다보니 자꾸 일이 꼬이게 됐고 그 결과 의기소침해졌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매형인 김씨는 ‘위기의 남자’로 불리는 박찬호가 어두운 터널을 뚫고 나올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 중 하나가 결혼이라고 단정했다.
“LA에서 생활할 때는 친구들이 많아서 사생활을 즐길 수 있었다. 그러나 텍사스에선 운동장 외엔 바깥 출입을 거의 하지 않는다. 만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이 어려운 상황에선 휴식을 통한 컨디션 회복도 좋지만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이나 대화 등이 곁들여진다면 훨씬 안정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주장해 관심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