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아직 1승을 거두지 못 한 쿠엘류 감독이 자신의 구상을 따라오지 못하 는 현실에 적잖이 아쉬워한다는 전언이다. | ||
예민한 질문엔 특유의 ‘동문서답’으로 핵심을 비껴갔고 ‘필요한’ 질문엔 ‘필요 이상’의 보충 설명으로 분위기를 잡아가는 인터뷰의 달인다운 실력을 보여주었다.
이날 쿠엘류 감독은 그간 콜롬비아와의 평가전과 한·일전을 통해 드러난 대표팀의 여러 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코칭스태프와 대표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쿠엘류 감독의 고민의 깊이와 넓이를 미뤄 짐작할 만하다.
지난 2일 쿠엘류 감독은 일본에서 열리는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의 해외파 선수들 소집과 관련, 해당 구단에 협조를 요청하기 위해 2주간의 유럽 출장을 떠났다. 그가 차마 기자들한테 털어놓지 못한 대표팀의 진짜 문제점은 무엇이었을까. 또 1승도 올리지 못한 데서 불거져 나오는 코칭스태프와의 불협화음의 실체는 무엇일까.
한·일전에 원톱으로 나서며 쿠엘류 감독의 기대를 잔뜩 모았던 이동국(24·상무). 하지만 그라운드에 나서기 전까지 코칭스태프 사이에선 내부적인 진통이 거듭됐다. 이동국의 원톱을 반대하는 코치진과 이동국을 세우겠다는 감독의 의견이 대립되면서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던 것.
대표팀의 한 코치는 “동국이가 월드컵 대표팀에 뽑히지 못했던 이유가 무엇이었나. 움직임이 적다는 히딩크 감독의 지적 때문이었다. 한·일전 경기를 비디오로 다시 보면 동국이는 공 받을 때 외에는 거의 걸어다녔다. 스트라이커지만 수비에도 적극 가담해줘야 하는데 전혀 성의 없는 플레이로 일관했다. 그게 동국이의 한계”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쿠엘류 감독은 “그래도 내가 훈련시켜서 내 사람을 만들어 보겠다”며 이동국의 선발을 ‘강추’했고 결국 원톱으로 내세웠지만 코치진의 주장이 틀리지 않다는 걸 확인한 후 후반 교체를 단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동국이 쿠엘류 감독의 신임을 받기 위해선 기존의 느슨한 태도를 버리고 적극적인 자세로 달려들어야만 원톱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게 그 코치의 조언이다.
▲ 최용수(왼쪽), 이동국 | ||
분명 일본에선 스트라이커로서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데도 대표팀 유니폼만 입으면 존재의 가치가 미미할 만큼 제 역할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
이에 대해 대표팀의 한 코치는 “최용수의 성격이 무척 예민한 편이다. 그리고 볼이 자기에게 왔을 때 볼 소유 능력이나 볼을 간수하는 부분 등에서 불안한 면을 보인다. 이것은 대화를 통해서 해결할 수밖에 없다. 심리적인 면이 지나치게 작용하는 바람에 경기력 저하를 가져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쿠엘류 감독은 기자간담회에서 ‘제일 마음에 들지 않는 포지션이 어디냐’고 묻자 정확한 대답을 회피했다. 그러나 대표팀의 한 관계자는 “쿠엘류 감독이 양 사이드에서 뛰는 선수들 때문에 골치 아파한다”면서 “이영표나 송종국이 했던 역할을 대신할 만한 선수가 눈에 띄지 않는다. 최성용이나 박충균한테 기대를 걸었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쿠엘류 감독이 추구하는 4-2-3-1시스템은 이천수와 최태욱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 전술 형태다. 그런데 지금까지 두 선수의 플레이를 살펴보면 스트라이커를 향해 좁혀가기보다는 자꾸 밖으로 벌어지는 형태로 게임을 풀어가다보니 스트라이커가 고립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 이천수나 최태욱은 윙이 아닌 미드필더의 개념으로 플레이를 해야 한다는 게 코치진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쿠엘류 감독은 포르투갈서 생사고락을 같이했던 조세 아우구스토 피지컬 트레이너를 대표팀에 합류시켰다. 그러나 두 차례 친선 경기를 치르면서 한국인 코치진과 약간의 의견 충돌이 일어났다. 바로 전반전 끝난 뒤 벤치 선수들을 위주로 하는 워밍업 방법 때문.
한국 코치들은 경기에 뛰지 않은 선수들이라 근육을 이완시키기 위해 전력질주도 시키고 골문을 향해 공을 차게 하는 등 짧은 시간 동안 강도 높은 훈련을 시키지만 산토스 트레이너는 정반대의 방법을 시행한다고 한다. 즉 체력 소모가 크면 후반전에 투입됐을 때 제대로 된 컨디션을 보여주기 힘들다며 가볍게 몸을 푸는 정도로 워밍업을 마친다는 것.
대표팀의 한 코치는 “몸이 완전히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교체 투입될 경우 근육이 경직될 우려가 있다. 그런데도 산토스는 우리의 방법을 전혀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특히 한·일전 이후 쿠엘류 감독이 코칭스태프한테 “감독 외엔 어떤 사람도 선수들한테 작전 지시를 할 수 없다”며 한 코치를 견제하는 듯한 발언을 해 한때 코칭스태프 사이에서 냉랭한 분위기가 흘렀다고 한다.
한 코치는 “감독의 의견에 토를 달아 설명할 수도 있는 건데 이상하게도 쿠엘류 감독은 그 부분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나타냈다”며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