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청난 덩치의 소유자답게 최홍만의 손에 들려 진 맥주잔이 마치 소주잔처럼 보인다.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
미처 이야기가 끝나기도 전에 모습을 드러낸 주인공을 보고 모두들 입을 다물지 못했다. 218cm에다 160kg의 거구라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정말 그렇게 클 줄 몰랐던 것.
지난 4월19일 민속씨름 진안장사대회에서 데뷔 4개월 만에 백두장사 타이틀을 거머쥔 ‘테크노 댄스’의 주인공 최홍만(23·LG투자증권) 이야기다.
최홍만과의 ‘취중토크’는 지난 1일 구리 숙소에서 주인공을 ‘픽업’해 광장동의 한 유명 중국집으로 이동한 뒤에 이뤄졌다. 식당 안에 있던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을 애써 무시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자리를 잡고 앉아 술과 식사를 주문했는데 막상 최홍만과 술자리를 벌일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해졌다. 씨름 선수와, 그것도 2미터가 넘는 거구와 ‘취중토크’를 한답시고 앉아있는 기자의 모습이 너무나 ‘초라해’ 보였던 것이다.
다행히 최홍만은 술을 잘 마시지 못했다. 주량이 소주 한 병, 양주 한 병 정도라고 한다. 술을 못해서 주량을 한정시킨 건 아니란다. 훈련에 방해되고 울렁거리는 속을 진정 못해 먹을 걸 토해낼까 우려해서다. 식사도 생각한 것처럼 폭식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기자와 비슷하게 식사를 주문했고 다른 요리를 권하자 “원래 조금씩 자주 먹는 편”이라며 더 이상의 주문을 거절했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도 주변 테이블로부터 쉴 새 없이 궁금증 어린 시선들이 날아와 꽂혔다. 키와 체중이 기하급수적으로 상승 곡선을 타면서부터 최홍만은 이렇듯 사람들의 많은 관심 속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었다.
“택시 타면 물어보는 질문이 모두 똑같아요. 키와 몸무게에 대해 왜 그렇게 궁금해하시는지. 그래도 부담스럽거나 짜증나진 않았어요. 성격이 워낙 낙천적이라 그런가봐요. 눈에 띄는 외모라 허튼 짓을 할 수 없어 좀 신경이 쓰이긴 하지만 튀고 싶은 성격대로 튈 수 있고 관심 있게 봐줘서 기분은 좋아요.”
최홍만이 씨름 다음으로 좋아하는 것을 꼽는다면 단연코 춤이다. 시합 끝나고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꼭 들러야 하는 곳이 나이트클럽일 정도로 그의 인생에서 춤이 빠지면 ‘앙꼬 없는 찐빵’이나 다름없다.
“솔직히 전 술보다 춤이 더 좋아요. 술은 사람을 부대끼게 하지만 춤은 사랑할 수밖에 없는 매력이 있거든요. 부산에서 생활할 때(최홍만은 부산 동아대 출신이다) 아지트가 해운대 근처의 한 호텔 나이트였죠. 혹시 ‘나이트 춤’이라는 거 아세요? 그런 부드러운 춤을 아주 즐겨하는 편이에요.”
최홍만이 나이트 클럽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는 지금 사귀고 있는 여자 친구도 춤을 상당히 즐기는 편이기 때문. 자신보다 두 살 연하이고 키가 1백87cm에다 갸름한 얼굴에 이목구비가 뚜렷한 미인형이다.
최홍만은 휴대폰 바탕화면에 ‘지니’라는 ‘여친’의 사진을 저장해 놓고 다니며 수시로 휴대폰을 들여다본다. 하루 동안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는 게 최소한 15회. 최홍만의 엄청난 크기의 손가락을 보면 과연 휴대폰 버튼 누르기가 가능할까 싶지만 ‘여친’한테 문자메시지 보내는 데는 전혀 어려움이 없다고 한다.
“여자친구를 좋아하긴 하지만 빠지진 않을 거예요. 사랑에 빠지면 운동이 안 되거든요. 그래서 길게 가지 못해요. 오래 끌다 깊이 빠지면 수습이 안되니까.”
대학 때 한 여학생과 사귀며 처음으로 사랑이란 감정을 느꼈다가 결국 헤어지는 아픔을 겪은 후 운동에 엄청난 지장을 받았다고 한다.
최홍만은 ‘돌연변이’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형이 모두 키1백60cm 안팎이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2미터가 넘는 거구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병원에 문의한 결과 ‘의학적으로도 설명이 안된다’는 대답과 함께 ‘돌연변이’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체격이 커서 불편할 때도 많고 재미난 일도 많이 벌어져요. 한번은 사우나에 갔다가 탕 안에 들어간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내가 들어가자마자 물이 넘치는 바람에 그 안에 있던 한 아저씨가 ‘꼴까닥’하며 물을 먹은 거예요. 눈을 감고 계셔서 절 보지 못하셨던 거죠. 얼마나 죄송하던지…. 나이트에서 춤추다 다른 사람과 슬쩍 부딪혔는데 여자들 같은 경우엔 제 팔꿈치에 맞고 아예 일어나질 못했어요. 기절한 사람도 여러 명이었구요.”
“간이화장실이다 보니 지붕이 없었어요. 볼일을 보고 일어서다 아주 자연스럽게 옆의 여자 화장실쪽으로 눈이 돌아갔죠. 순간 그 안에 있던 여자와 눈이 짠하고 마주친 거예요. 서로 얼마나 놀랬던지, 정신없이 화장실에서 나오는데 여자가 소리치고 장난 아니었어요. 그 여자는 내가 변기를 밟고 올라가서 일부러 내려다본 줄 알았나봐요. 씩씩거리며 화장실에서 나온 여자한테 미안하다고 했더니 날 보고 눈이 휘둥그레지더라고요.”
가수 서태지는 최홍만의 우상이다. 지금도 노래방 가면 ‘태지형’ 노래밖에 안 부른다고 한다. 만약 씨름 선수가 안되었더라면 서태지의 백댄서로 활약했을 것이라고 자신할 정도로 서태지의 열성팬이다.
“서른 살까지만 운동할 거예요. 그런 다음 방송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요. 그동안 여러 차례 방송 출연을 했는데 희한하게도 카메라가 앞에 있으면 말이 잘 나오는 거예요. 긴장도 안되고. 방송 관계자들이 ‘방송 체질’이라면서 운동 그만두면 꼭 찾아오라고 명함을 건네주기도 했어요. 강호동 선배를 능가하는 나만의 매력과 끼를 발휘할 수 있다고 믿거든요. 두고 보시라니까요.”
신인이지만 선배들에 대한 바람을 말하는 대목에서도 역시 튄다. “젊은 팬들을 모래판으로 끌어 모으려면 씨름을 재미있게 해야 해요. 시합이라고 인상 쓰고 무뚝뚝한 표정으로 경기에만 집중하면 무슨 재미가 있겠어요. 볼거리가 많아야 씨름판을 찾는 거 아닐까요? 경기 후 테크노댄스를 추는 것도 순전히 팬들을 위해 볼거리를 제공하자는 차원인 거죠.”
최홍만의 홈페이지를 보면 프로필 코너에 ‘매니저-박찬호’란 문구가 눈에 띈다. “사촌형이에요. 진짜 이름이 박찬호라니까요. 왜 안믿으실까?”
정말 여러 모로 튀는 최홍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