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경기 중 가장 기억나는 장면을 꼽으라고 한다면 개인적으론 포르투갈전에서 첫 골을 넣었을 때가, 그리고 대표팀 선수로선 폴란드전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국민들의 엄청난 응원 열기도 경기 못잖게 재미있었고 선수들을 흥분하게 했어요. 가끔 이런 생각을 해봐요. 또다시 그때 그 순간의 감격과 감동을 맛볼 날이 올 수 있을까 하는….
월드컵 하니까 코치님들이 생각나네요. 동네아저씨 같은 박항서 코치, 엄하면서도 남자다운 기질을 느낄 수 있었던 정해성 코치, 그리고 외모완 달리 꼼꼼함의 극치를 달린 김현태 코치, 정말 보고 싶고 안부 인사 전하고 싶어요.
내일(5월29일)은 에인트호벤에서 시즌 마지막 경기를 치르는 날이에요. 이 또한 감회가 새롭네요. 네덜란드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싣고 막연한 두려움과 호기심이 교차했던 때가 바로 엊그제 같은데 말이죠.
태어나서 처음으로 무릎 수술을 받았던 기억도 잊지 못할 거예요. 재기에 대한 두려움은 있었지만 걱정은 하지 않았어요. 심각한 상태도 아니었고 날 응원해주는 많은 한국팬들이 있었기 때문에 용기를 낼 수 있었거든요.
29일 경기를 마치면 30일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게 됩니다. 6월9일 설만 무성했던 군사훈련을 받으러 입소하게 되는 거죠. 한국 간다는 생각에 마음이 설렐 정도예요. 사실 그동안 말을 안했지 이곳에서 생활하며 마음 고생 또한 많았답니다. 강하고 센 척, 표정의 변화 없이 지냈어도 속으론 숱한 갈등과 고민과 걱정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어요.
군 입소를 하게 되면서 <일요신문> 독자 여러분들과도 잠시 이별을 해야할 것 같네요. 군대에서 좀 더 사내답고 씩씩하고 강한 정신력으로 무장해 퇴소 후 다시 소식 전할 게요. 더욱 발전한 모습으로 여러분에게 인사드릴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꼭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충성! 5월28일 에인트호벤에서
정리=이영미 기자 bo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