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양준혁(삼성) 이숭용(현대) 최동수(LG) | ||
저마다 결혼하지 않는(또는 못하는) 사연이야 다르지만 ‘친구 같은 아내’를 바라는 기대치는 놀라울 정도로 비슷했다. 결혼에 관해 노총각스타선수들이 밝힌 솔직 담백한 이야기들을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방담 형식으로 꾸며봤다.
프로야구 선수 가운데 노총각의 ‘대부’격으로 불리는 양준혁(34)은 결혼 이야기가 나오면 반강제적(?)으로 이름이 거론되는 대표적인 선수다. 그 뒤를 이어서 이숭용(32)과 최동수(32)가 노총각 꼬리표를 떼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고 홍현우(31)와 임선동(30)도 ‘서른’을 넘기면서 조금씩 외부의 압박을 느끼고 있는 분위기다. 프로야구 노총각 5인방의 결혼에 관한 하소연을 들어보자.
사회: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들 ‘노총각’이라는 달갑지 않은 소리를 많이 들어온 것 같은데 그 느낌도 다를 것 같다.
양준혁(양):언제부터인가 참 많이 들어오고 있는 소리다. 워낙 자주 듣는 말이라 이젠 아예 무감각해졌다. 주변에서도 거의 포기한 것 같다.
이숭용(이):아직 (양)준혁이형도 가지 않았는데 감히 어떻게 노총각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20대 후반에는 선보라는 소리도 지겨울 정도로 들었는데 30대가 되면서 조금 진정된(?) 느낌이다.
홍현우(홍):나 역시 몇 년 전부터 지겨울 정도로 ‘장가가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무신경해진 건 다들 비슷한 모양이다.
임선동(임):노총각에도 분명 ‘레벨’이 있다. 이 자리에 끼게 될 정도로 나이가 들었나 싶다. 운동하다 보니 시간이 후딱 지나가 버렸다. 그렇다고 노총각이라는 표현을 부인하진 않겠다.
사회:모두들 결혼을 못한 게 아니라 안한 거라고 말한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최동수(최):아직 시기상조라고 하면 좀 그렇지만 야구만 생각하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다. 그렇다고 서둘러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근데 준혁이형은 정말 가야 하는 거 아닌가?
양 : 지금까지 단골 레퍼토리가 ‘우승하면 결혼하겠다’는 말이었다. 삼성이 지난 시즌 우승을 해버려 올해는 여지없이 장가를 가야할 처지다. 선수들이 보통 겨울에 여자를 만나는데 지금까지 ‘선수협’이니 트레이드니 해서 별로 교제할 시간이 없었다.
이:내가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일찍 결혼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올해는 FA자격을 얻는 해이다 보니 제대로 마무리하고 결혼도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 왼쪽 홍현우(LG) 임선동(현대) | ||
사회:혹시 눈높이가 너무 높아서 아직 총각 딱지를 못 떼고 있는 건 아닌가.
최:특별히 원하는 타입이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여성스러워야 하지 않겠나. 프로선수라는 직업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양:착하게 생긴 사람이면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선’하게 생기면 ‘짱’이다. 나이 차이를 물어보셨는데 내가 지금 나이를 따질 때인가. 하지만 나보다 많으면 곤란하지 않겠나.
이:아무래도 내조를 잘해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될 것 같고 부모님까지 잘 공경한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물론 얼굴까지 예쁘다면 금상첨화겠지만…. 다만 감당 못할 만큼 어린 나이의 여자는 딱 질색이다.
홍:동감한다. 예쁜 여자 싫어할 남자는 없겠지만 아무래도 화목한 가정을 만들어 줄 수 있는 가정적인 마음씨를 갖고 있어야 할 것 같다. 착하고 내조를 잘한다면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나.
사회:싱글이어서 좋은 점도 있겠지만 결혼한 동료나 후배들이 부러울 때도 있을 텐데.
홍:구속감이 없다는 건 분명 싱글만이 누릴 수 있는 자유다. 다만 돌잔치나 쉬는 날 가족 동반 나들이 가는 모습을 보면 정말 부럽다.
임:특히 시합 끝나고 야구장에 함께 나온 부인과 아기를 차에 태우고 돌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 정말 결혼이 아니라 아예 아기를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라는 CF 카피가 유행하기도 했다.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서라면 당신은 어떤 일까지 할 수 있겠나.
양:공개 프러포즈를 하라는 소린가? 그런 건 딱 질색이다. 보기와는 달리 터프하게 대하지는 않는데 글쎄, 여자가 봤을 때에는 많이 부족해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최:‘친구 같은 아내’를 얻는다면 무엇을 못 해 주겠는가. 다만 원정경기나 전지훈련으로 출장이 잦다 보니 인내를 갖고 대화를 할 수 있는 상대를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말이면 무엇을 못 하겠는가만 몸으로 직접 보여주겠다. 표현을 잘 못하는 무뚝뚝한 스타일이지만 아마도 결혼을 앞두면 변할 걸로 믿고 있다.
임:세끼 밥 잘 먹여주면 되는 것 아닌가. 평범함 속에서 행복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술 먹고 바람 피는 게 남자라지만 남편 때문에 속 썩는다는 말은 절대로 안 나오게 할 자신 있다. 평상시 너무 활발하고 애교(?)까지 있다 보니 산만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적극적으로 봐 줬으면 좋겠다. 그런데 숭용이형처럼 표현을 잘 못하고 그러면 다른 사람이 다 낚아채 가는 게 아닌가.
김남용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