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승 돌파자도 아직 나타나고 있지 않은 가운데 15승 안팎이 첫 번째 관문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최다연승 1위는 14연승의 ‘김윤민’. 실명을 그대로 아이디로 사용하는 선수로 보인다. 드문 경우다.
실명을 아이디로 쓰는 경우는 40대 후반 이상의 중·장년이거나 10대 안팎의 어린이들이 대부분이다. 40대 후반 이상에서 이처럼 좋은 성적을 올렸다면 프로기사 아니면 아마 고수인데, 프로기사나 아마 고수 중에는 이런 이름이 없다. 그렇다면 연구생급 실력의 어린이? 그럴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모르는 일. 김윤민 자체가 실명이라는 보장이 없다. 또 실명이라 하더라도 김윤민이라는 이름으로 프로기사나 아마 고수가 대신 두고 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2위는 ‘진악산’과 ‘cjsqnd’과 13연승으로 동률. cjsqnd는 한글 ‘천붕’을 영어키로 친 아이디일 것이다. ‘해달별’과 ‘지화자’가 12연승으로 공동 3위이고, ‘천년승’과 ‘쟈스민향기’가 11연승으로 공동 4위, ‘죽봉거사’가 11연승으로 5위를 달리고 있다. 여기까지가 10연승 이상이다.
그러나 김윤민 진악산 cjsqnd 해달별 천년승 죽봉거사 등은 연승이 저지당한 상태이고, 12연승의 지화자와 11연승의 쟈스민향기만이 현재진행형.
‘쟈스민향기’와 ‘술레미’의 대국. 쟈 스민향기가 백으로 10연승을 올렸던 바둑이다.
▲ 1도 | ||
우하 방면 흑1은, 백2 빈삼각을 강요한 기분 좋은 급소 자리 꼬부림이지만, 흑3 다음 선수를 빼앗겨 어땠을까.
흑3이면 백이 두 점의 안전을 위해 우변 어딘가로 벌릴 것으로 본 것이겠지만, 백4가 흑의 의표를 찌른 기민하고도 날카로운, 멋진 감각의 한 수였다. 흑을 봉쇄하고 있다.
백4로는, 이곳을 둔다면 A로 한 칸 뛰는 것이 상식적인 점. 그러나 지금은, 백A는 흑B 나가 백에게 후속 수단이 잘 보이지 않는다.
백4에 흑이 봉쇄를 피하려 C로 젖힌다면 백은 곧장 D로 끊고 흑E에는 백A로 되돌려칠 것이다. 봉쇄를 위한 상용의 맥이다.
실전도 그런 진행이었는데, 이후 백은 과감하고도 호방한 작전으로 일거에 대세를 장악한다. 따라서, 결과론이기는 하지만, 백4 때 흑은 F로 뛰고 백이 E쪽을 막을 때 G로 붙이는 것이 나았다. 다소 궁색하지만 어쨌든 비비면서라도 봉쇄를 피해야 했다는 얘기다.
▲ 2도(위), 3도 | ||
실전진행이다. 흑1∼백6은 위에서 말한 그 수순. 흑7 때, 좌하귀 백 석 점을 가볍게 보면서 백10 이하로 죽죽 밀어간 것이 호방한 작전이었다(백8은 2의 곳 때림). 흑15가 준엄한 추구인데, 이에 대해서도 백은 계속해서….
백1∼흑12에서 손을 돌려 13으로 진입, 흑진을 가르면서 좌변에 엄청난 대세력을 구축, 단숨에 승세를 확립했다.
[3도]
백13 다음에는 흑A, 백B, 흑C(D의 차단을 노린 것), 백E, 흑F, 백G, 흑D, 백H로 진행되었는데, 흑은 하변 백을 차단하기 위해 C·F 등을 둔 후에 결국 D로 차단해 잡았지만, 그 사이 백은 G와 H 등 큰 곳을 독점하는 것으로 일찌감치 승부를 갈랐다. 백의 기동성 순발력 과감성 호방함 등을 볼 때 김희중 9단의 일류의 수법을 연상케 하는 바가 있었다.
실전보는 www.dashn.com 대국실, 기보감상코너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광구 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