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엽은 심정수한테 배운 웨이트트레이닝이 효 과가 컸다고 밝혔다. | ||
하지만 지난해는 물론 54홈런을 기록했던 1999년보다도 훨씬 빠르게 페이스를 끌어올린 데에는 특별한 비결이 숨어있다고 한다. 그 ‘비밀’을 이승엽과의 인터뷰를 통해 직접 들어보았다.
이승엽은 지난 6월14일 시즌 30호 홈런을 때려냈다. 56경기 만에 30홈런을 돌파한 것은 1999년 한 시즌 최다홈런기록을 세웠을 때보다도 무려 13경기나 빠른 페이스다.
시즌 초 야구전문가들은 세계최연소 3백 홈런은 기대했지만 세계최단경기 3백 홈런은 무리라고 했던 게 사실. 시즌개막과 함께 이승엽은 폭발적인 홈런포를 가동하기 시작했고 세계최단경기 3백 홈런에 도전장을 던졌지만 결국 상대 투수들의 집중 견제로 아쉬운 대기록은 놓치고 말았다.
지난 22일 우여곡절 끝에 세계최연소 3백 홈런 기록을 달성한 이승엽이 올 시즌 기대 이상으로 홈런을 양산하고 있는 데 대해 주변에서는 갖가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주로 이승엽의 타고난 재질과 노력 등에서 그 원인이 조명된다.
하지만 이승엽 본인의 이야기는 다르다. 올 시즌 쾌조의 홈런 페이스를 기록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심)정수형 덕분”이라는 의외의 대답이 나온 것.
▲ 심정수 | ||
함께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 참가했던 선배에 대한 ‘덕담’ 수준이 아니었다.
“정수형이 철저하게 몸을 관리하고 웨이트트레이닝에 신경쓰는 것을 보고 느낀 게 많았어요. 또 메이저리그 선수들과 함께 지내면서 그 중요성을 깨닫게 됐지요.”
국내에서 웨이트트레이닝에 가장 신경을 쓰는 선수가 ‘헤라클레스’ 심정수(28·현대 유니콘스)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심정수는 규칙적인 생활과 꾸준한 웨이트트레이닝, 식이요법 등을 통해 국내 최고의 ‘근육맨’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승엽은 지난 겨울 메이저리그 플로리다캠프에 심정수와 함께 초청선수로 참가하면서 심정수의 이러한 부분을 벤치마킹했다고 한다. 체격과 파워가 뛰어난 메이저리거들을 상대로 경쟁을 벌이기 위해선 홈런타자 이승엽도 심정수의 웨이트트레이닝에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었던 것. 이승엽의 이 같은 고백에 대해 전문가들도 대체로 고개를 끄덕인다.
박노준 SBS 해설위원은 “이승엽 선수의 굵어진 팔뚝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면서 “웨이트트레이닝를 통해 파워를 키움으로써 방망이를 휘두를 때 정확히 맞히는 능력이 향상되고 팔로스로도 몰라보게 좋아졌다. 이로 인해 지난해까지만 해도 홈런에 대해 강박관념을 갖고 있던 것에서 탈피할 수 있었고 자신감을 가지게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해까지 이승엽은 홈런이 터지지 않으면 상당히 초조해 했고, 때문에 섣불리 방망이를 휘두르다 범타나 삼진을 당하곤 했다.
하지만 올 시즌 초 “이번 시즌 안에만 3백 홈런을 달성하면 되는 게 아니냐”며 홈런에 초연한 듯한 자세를 보였는데 이것이 오히려 자신감을 키워줬다고 한다. 실제로 이승엽은 올 들어 무려 7차례나 몰아치기 홈런을 쏟아냈는데 이것은 예년과는 다른 홈런 양산 스타일이다.
하일성 KBS 해설위원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하 위원은 “올 시즌 이승엽의 스윙이 예전에 비해 굉장히 부드러워졌고, 이로 인해 나쁜 공에는 웬만해선 방망이가 나가지 않는다”며 “이러한 변화에 플로리다캠프에서의 웨이트트레이닝이 일조한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또 “플로리다 캠프에서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이승엽과 심정수 두 스타가 서로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는 것 자체가 한국야구 발전을 위해 좋은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이승엽의 홈런에 ‘영향력’을 행사한 심정수의 홈런 페이스도 예년에 비해 무척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3일 현재 시즌 26호 홈런을 기록해 이승엽과 시즌 막판까지 치열한 홈런왕 경쟁을 펼쳤던 지난해보다 빠른 페이스를 기록하고 있다.
어쨌든 이승엽의 3백 홈런을 바라보는 심정수의 심정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심정수는 “플로리다 캠프에서 별 도움을 준 것이 없다”면서 “승엽이와의 홈런왕 경쟁은 홈런 수가 많이 차이 나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식으로 애써 덤덤한 태도를 보였다.
안순모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