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이 인생의 축소판이라면-인생이 바둑의 축소판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일수불퇴는 그 첫 번째 이유다. 한 번으로 끝. 거기에 다른 부연 설명이나 군더더기 조건 같은 것이 전혀 필요가 없다.
이 엄정무사의 대원칙이 오프라인 바둑에서는 다소 논란이 되는 경우도 있다. 손이 바둑돌에서 떨어졌느냐-이게 애매한 것이다. 교차점 한 곳에, 한 번에 정확하게 착점하기는 어려운 것 아닌가.
온라인 대국에서는 이런 시비가 일어날 소지가 없다. 모니터에 반짝 하며 돌이 뜨면 그것으로 그만이다. 손이 떨어졌느니 안 떨어졌느니, 물러 달라느니 못 물러주겠다느니 왈가왈부 자체가 안 된다. 대국 조건에 ‘무르기’ 라는 것이 있지만, 그것은 일단 승부 바둑은 아니다.
▲ 1도(위), 2도 | ||
마우스 미스도 실력이라고 보면 간단하다. 바둑의 실력이란 바둑의 기량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바둑을 두는 동안의 예절, 바둑 용구나 도구를 다룰 솜씨 등도 포함되는 것이 넓은 의미의 실력이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다.
“마우스 미스는 컴퓨터에 서툰 사람이 저지르기 쉬운 것이지만, 온라인 바둑 대국에서는 바둑이 너무 좋아 룰루랄라 하며 두든가, 상대를 얕보고 초속기로 두다가, 혹은 다른 일을 하면서, 예컨대 식사를 하거나 TV·신문 따위를 보면서 두다가 저지르는 경우도 많은 것. 상대를 얕보고 경솔하게 두는 것은 경적필패의 교훈을 잊은 행동이고 TV·신문 따위를 보면서 바둑을 두는 것은 예절에 어긋나는 일이기도 하다. 따라서 마우스 미스는 자업자득, 정상 참작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일리가 있다.
그래서 프로기사의 온라인 대국의 경우, 예전에는 기록자가 대신 마우스를 움직여 주었지만, 최근에는 마우스 미스도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이제는 마우스 작업도 대국자가 직접 하는 것으로 되었다.
[1도 단수를 안 받은 미스 ]
연승전에서도 마우스 미스의 대국이 나왔다.
7월7일 ‘시월이’와 ‘santafe’의 대국이다. 시월이가 흑. 두 대국자 모두 7연승을 돌파하며 예선 종반 스퍼트를 하던 시점이었다.
santafe는 제1회 대회 때도 출전했었던 아이디. 똑같은 사람인지, 다른 사람인데, 우연히 아이디가 같아진 것인지는 모르지만, 1회 때의 santafe는 그런 대로 성적이 좋은 편이었다. 소장파 프로기사로 알려졌었다.
시월이는 아이디의 어감상 여성 출전자일지 모른다는 느낌이다. 소장 프로기사로 알려진 santafe와 대등한 경기를 펼치는 여성 기객이라면, 혹 여류 프로?
공중전이 벌어진 장면인데, 백1 단수에 A의 곳을 잇지 않은, 흑2가 어이없는 마우스 미스. 두 대국자 모두 흑2를 보면서 ‘헉!’ 했으니 두 말할 여지없는 마우스 미스다. 백이 A로 빵때리면서, 공중전의 요석 흑 들이 졸지에 폐석이 되었으니 사실상 승부는 끝난 모습이 되었다.
그러나 여기서 돌을 거두기도 그렇고, 이후 흑은 최선을 다해 추격, 결국은 계가까지 갔는데….
[2도 공배 메우다 사건]
흑이 열심히 쫓아왔지만, 형세는 백이 반면으로도 3∼4집 남는다.
좌상귀 흑1·3은 마지막 초읽기에 쫓기며 시간연장책으로 던져 본 수인데, 아, 바둑과 인생은 정말 알 수 없는 것, 여기서 사건이 생길 줄이야!
백4 실수. A로 두고, 다음 흑이 7의 곳 공배를 메우면 B로 단수쳐 그만이었다. 아니, 백4까지도 아직 사건은 아니었다.
백4 다음 흑에게는 뾰족한 수가 없었던 것. 흑C로 잇는 것은 백이 다시 B의 곳을 먹여쳐, 흑이 양패로 잡힌다. 확인해 보시기를.
흑이 B의 빈삼각으로 두어 패로 버티는 수는 있지만, 늘어진 패인데다가 팻감도 없다. 팻감이라곤 흑은 D의 곳, 백은 E의 곳, 피차 한 개씩뿐이다.
흑은 별 수가 없음을 확인하고, 흑5부터 다시 공배 메우기로 돌아갔는데, 흑7 때가 문제였다. 흑7도 물론 공배다. 그러나 이 공배가 메워지면, 백은 좌상귀에 가일수를 해야 하는 것. 그러나 백은 태연히 8.
▲ 3도(위), 4도 | ||
바깥 공배가 전부 메워진 상태에서 흑1로 이으니, 이게 뭔가. 양패! 양패는 양패인데, 이제는 백이 흑을 잡는 양패가 아니라, 서로 잡을 수 없는 ‘양패 빅’이다.
더욱 절묘하고, 백으로서 원통한 것은-좌상귀가 양패 빅이 된 후, 다시 공배를 메워 백6에서 완전히 끝인데, 결과는 흑의 반 집승.
좌상귀 A의 곳을 때리는 게 흑의 권리인 것. 백쫔와 3의 곳은 피차 한 번씩 때렸으므로 같은데, A의 곳은, 백이 2로 먼저 한 점을 넣은 것을 흑이 때리게 되므로 이게 1집, 그 1집으로 백은 반 집을 지게 되었던 것이다.
좌상귀는 정상적으로 처리되었다면 백의 10집이니, 백은 마지막 순간에 모두 11집을 손해 본 것. 참말로 빅이 된 것도 억울하거늘!
[4도 흑 팻감 부족]
참고로, 2도 백4 다음 흑이 즉시 1로 때리는 것은-
백2 죄고, 흑3 공배 메우고 백4로 쫔에 되때려 패는 패인데, 앞에서 말했듯 흑5와 백8로 각각 팻감을 쓰고 난 다음에 피차 한 팻감도 없어 흑이 패에 진다. 수순 중 백4, 흑7, 백10은 패때림.
실전보는 www.dashn.com에서 대국실 기보감상코너에 들어가면 찾아볼 수 있다. 이광구 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