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경우 자기 탓으로 보는 게 정상이지만 간혹 감독과 궁합이 안맞거나 동료 선수들과 호흡이 안맞는다는 등 온갖 핑계를 대며 불만을 쏟아낸다. 이런 선수는 모두가 걷어(?)내고 싶어하는 피곤한 선수다. 그런데 시합 끝나고 아무리 짜증을 내도 동료들한테 오히려 위로까지 받으면서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선수도 있다. 그 사례들을 살펴보자.
프로야구 선수는 시즌을 치르는 동안 간혹 자신의 실수로 인해 경기에서 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경기에 자주 나가는 주전인 경우에 더더욱 그렇다. 한 A급 선수가 자신의 어이없는 실책으로 인해 경기에 패한 뒤 선수들한테 너무나 미안한 나머지 사람들 눈을 피해 사우나 한증막에 들어갔다고 한다. 그런데 ‘아뿔사!’ 화가 덜 풀린 감독이 한증막 안에서 씩씩거리며 혼자 앉아 있는 게 아닌가. A선수를 본 감독의 눈에 ‘파박’ 불똥이 튀면서 뜨거운 한증막이 갑자기 추워지는 순간이다. “깨갱!” 소리가 절로 날 수밖에.
프로선수들 장인장모 중에는 외국에서 생활하는 분들이 많은 편이다. 그분들이 1년에 한 번 정도 한국에 들르면 반드시 사위가 경기하는 걸 보러 오신다. 선수는 3만 관중 앞에서는 시합을 즐기면서도 1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장인장모 오신 날에는 자동으로 바짝 긴장이다. 그런데 의욕만 너무 앞선 나머지 그날따라 삼진, 병살타, 에러, 이 3박자를 확실하게 보여드렸다고 치자. 그날 저녁 장인장모 모시고 아무리 좋은 데 가서 맛있는 걸 먹어도 분위기는 썰렁할 수밖에 없다.
경기에 자주 못 나가는 후보 선수가 주전 선수의 부상으로 출전 기회를 잡았다. 그런데 그 소식을 경기 전날 코치한테 들었다면 그 선수는 그날밤 평소에 안하던 짓을 하게 된다. 평소 야식 먹고 곧바로 자던 선수가 새벽까지 스윙연습을 하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감독 눈에 들겠다며 오버해서 스윙을 한다. 거기까지는 좋다. 다음날 잠자리에서 일어났는데 손바닥이 이상하다. 자세히 보니까 물집이 생겼다가 전부 터져버린 것. 이런 건 아무한테도 말 못한다. 혼자 끙끙 앓다가 타석에서 ‘버벅거리다’보면 어느새 게임 오버.
이와 비슷한 선수가 있다. 2군에서 1군으로 올라오자마자 대타로 나갈 찬스를 잡았지만 하필이면 번트할 상황이었다. 너무나 긴장한 선수는 연속해서 번트에 실패하자 할 수 없이 강공으로 바꿨는데 딱 한 번 휘두른 스윙이 재수 없게 자기 발등을 강하게 때리는 바람에 제대로 걷지도 못하게 된 것. 이런 선수는 1군 생활 하루 만에 다시 2군행이다.
이렇게 팀 분위기 망치지 않으면서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하는 선수는 본인은 열받겠지만 동료 선수들은 그 선수를 싫어하거나 걷어(?)내지 않는다. 옆에서 용기를 주고 같이 열을 내준다. 더위에 고생하는 선수들이여, 후반기에는 그대들이 사우나에서 감독을 만난다 하더라도 ‘허걱’대지 말고 위풍당당하게 씻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SBS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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