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귀화에 성공한 데니스, ‘이성남’이 가족과 함께 한국 이름이 새겨진 자신의 유니폼을 자랑스럽게 들어 보이고 있다. | ||
국적을 바꾸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국내 귀화 선수는 손꼽을 정도다. ‘코리안 드림’을 위해 국적을 바꾼 선수들의 귀화에 얽힌 이런저런 사연들을 알아봤다.
지난 7월21일, 데니스는 ‘이성남’이라는 이름으로 호적 등록을 마치고 ‘770904-’로 시작하는 주민등록번호를 부여받으면서 정식으로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국내 프로축구 귀화선수 제1호인 신의손에 이어 두 번째다.
92년 성남에 입단한 신의손과 96년 18세의 나이에 한국생활을 시작해서 결혼하고 아이까지 낳은 이성남. 두 선수는 한국인이 되기 위해 비슷한 과정을 거치며 대한민국 국적을 획득했다.
이성남과 신의손은 귀화 시험을 3개월 정도 앞두고 ‘족집게’ 과외를 받았다. 이성남의 경우엔 이미 포항 구단에서 5년 가까이 활약해 언어 소통에 큰 문제가 없는 용병 싸빅과 미모의 여자 강사를 함께 초빙해 일주일에 2~3번씩 1시간 30분 이상의 강도 높은 학습을 받았다고 한다.
과거 신의손 또한 국어, 역사, 문화 등 필기시험을 위해 특별 과외 선생의 집중적인 가르침을 받았다. 문제 유형별로 사전 모의고사를 치르기도 했고 외국인이 크게 부담을 갖는 역사와 문화 등은 아예 프린트를 해 가지고 다니면서 통째로 외울 정도였다.
안양LG 이재하 국장은 “귀화 시험이라는 것이 외국인한테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면서 “신의손의 경우엔 중요 인물의 이름, 국사, 풍습, 지리, 상식 등은 이해보다는 암기 위주로 공부를 했다”고 설명했다.
두 선수 모두 한국 국적을 선택한 이유는 경제적인 면과 명예가 보장된다는 사실 때문이다. 특히 이성남은 2002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러시아대표로 뛰기도 했지만 크게 빛을 보지 못하자 귀화 결심을 굳혔고 향후 태극마크에 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한다.
▲ 신의손 | ||
이성남은 아직 신의손 정도의 경지에 이르진 못했지만 축구장에서 오가는 대화는 거의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성남은 “이제 귀화 시험까지 통과했는데 그라운드에서 (내게) 육두문자 쓰는 선수는 없을 것”이라며 벌써 귀와 입이 트인 것 같다고 특유의 너스레를 떨었다.
국내에서 귀화를 결정한 두 선수와는 달리 중국에서 귀화를 목적으로 넘어온 선수들도 있다. 중국에서 탁구 청소년대표까지 지낸 주페이준(23·포스데이타)은 강원도 동해시에서 축산업을 하는 양부모 덕분에 특별귀화 자격을 얻어 현재 시험을 준비중이다.
한국식 이름은 고민할 것 없이 한자이름을 우리 음으로 읽은 ‘주배준’. 한국어 실력은 초보급이어서 홍콩탁구선수와 결혼을 앞두고 있는 팀 동료 김승환의 통역으로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
‘주배준’은 “한국에서 제2의 탁구인생을 시작하는 것인 만큼 국가대표까지 도전해 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국제탁구연맹의 규정상 대표자격이 있는 선수가 국적을 바꾸면 3년 동안 국제대회에 참가할 수 없어 당장 큰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귀화 때문에 가장 마음 고생을 많이 한 선수라면 역도의 김춘란(26)이 아닐까. 뛰어난 기량에도 불구하고 재중동포라는 이유로 귀화 신청이 상당 기간 받아들여지지 않다가 결국 지난 부산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극적으로 태극마크를 달 수 있었다. 그러나 훈련 부족으로 메달권 진입에는 실패해 주위의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다. 현재 김춘란은 부상 후유증으로 태릉선수촌에서 퇴소한 상태다.
김남용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