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새해맞이 신년 모임을 비롯해 연초에는 그 동안 만나기 어려웠던 지인들과 회포를 풀 기회가 많이 생긴다. 하지만 즐거운 모임이 끝나고 나면 늦은 밤부터 새벽까지 이른 바 ‘귀갓길 전쟁’으로 골머리를 앓기도 한다.
이에 덩달아 바빠지는 사람들이 있으니 바로 택시 기사들이다. 연말에 이어 연초에도 승객들을 태우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택시 기사들은 누적되는 피로와 열악한 근무 환경 등으로 인해 각종 질환에 노출되기 쉬운데, 그 중 대표적인 질환 부위로 척추를 꼽을 수 있다.
-운전 시 극도의 긴장 상태와 허리 하중으로 인한 이중고
척추는 해부학적으로 안정성이 낮고 하중을 잘 견딜 수 있게 발달된 구조가 아니다. 특히 앉은 자세에서는 허리 홀로 우리 몸을 지탱해야 하기 때문에 허리에 걸리는 부하가 서있을 때보다 약 60% 더 높아져 다양한 척추 질환을 유발하게 된다.
서울부민병원 척추센터 김상혁 센터장은 “택시 기사들은 장시간 앉아 운전하면서 발생되는 허리 하중과 더불어, 도로 위 사고에 항시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극도의 긴장 상태를 유지하게 되고 척추 피로도가 누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운전하는 동안에는 자세를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어 척추 주변 근육을 경직시킬 수 있으며, 운전 중 울퉁불퉁한 지면의 마찰로 인한 진동과 차량 자체에서 발생되는 미세 진동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허리 디스크 손상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게다가 요즘과 같은 연초에는 심야 시간대까지 매우 바쁜 일정을 소화하다 보면 척추 질환에 더욱 무방비 상태로 노출될 수 있다.
-전체 직업 운전자의 64%, 근골격계 노화 가속화되는 50대 이상
택시 기사들을 비롯해 운전을 주업으로 삼는 사람들은 허리 통증을 비롯한 척추 관절 질환에 취약한 편이다. 장시간 차 안에 앉아 있어야만 하는 근무 환경과 운전 습관 등의 이유도 문제가 되지만, 택시 기사님들을 포함한 직업 운전자의 상당수가 노화가 가속화되는 중장년층이라는 점도 질환 발병에 한 몫 한다.
교통안전공단 자료에 따르면 전체 직업 운전자 중 64% 정도가 근골격계 질환에 취약한 50대 이상으로 매우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서울부민병원 척추센터 김상혁 센터장은 “택시 기사들 상당수가 잘못된 운전 습관이나 장시간 무리한 운전만으로도 척추 질환이 발생할 수 있는 중장년층인 만큼, 평소 운전습관 점검 및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운전 시 앉는 자세부터 등받이 각도 확인해야, 틈틈이 스트레칭은 필수
택시 기사들에게 올바른 운전 습관만큼 바람직한 척추 질환 예방법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차량 시트에 앉을 때는 엉덩이부터 깊숙이 밀어 넣어서 착석하고, 등받이 각도는 100°~110° 정도로 너무 뒤로 젖혀지지 않게 하는 것이 좋다.
뿐만 아니라 브레이크 페달을 끝까지 밟았을 때 무릎이 살짝 구부려질 정도로 핸들과의 거리를 적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요한 점은 최소 2시간에 한 번씩, 혹은 피로감이 느껴질 때는 차량을 잠시 세워두고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질환 예방에 큰 도움이 되며, 끼니를 거르면서 하는 무리한 택시 운전은 지양해야 한다.
만약 허리 통증이 발생할 경우에는 자가 치료에 의존하기 보다는 전문의와의 상담이 필요한데, 직업적인 특성상 허리 통증이 빈번한 직군의 경우 으레 일어나는 현상이라 치부해 병원 진료에 보다 소극적인 경향이 있다.
하지만 척추 치료 또한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손상 정도가 크면 클수록, 수술적 방법 밖에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예방과 보존적 치료만으로도 척추를 회복할 수 있도록, 허리 통증을 방치해 질환을 더욱 키우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박영천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