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남일 | ||
과거의 경우 의리와 인정 등을 바탕으로 선수와 매니저가 ‘대충’ 계약을 맺었던 게 대부분. 하지만 스포츠 선수의 CF 출연과 행사 참여 등 운동 외적인 일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입이 늘어나면서 선수와 매니지먼트사가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이 명시된 ‘전문적인’ 계약서를 작성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최근 매니지먼트 활동이 가장 활발한 종목은 프로축구. 월드컵 이후 축구 선수의 주가가 치솟고 해외진출이 활성화되자 선수들마다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으며 ‘장외 활동’을 통해 수익 창출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선수와 매니지먼트사의 계약서, 그 내용에 어떤 ‘함정’과 ‘비밀’이 있는지 짚어본다.
먼저 김남일이 광고 수익과 관련해 AI스포츠 곽희대 대표로부터 제기 당한 7천만원의 약정금 반환 청구 소송에선 과거 김남일이 쉽게 지나쳤던 부분이 결정적인 이유로 작용했다.
즉 김남일이 지난해 7월 이반스포츠로 옮겨가며 구두로만 계약 해지를 선언하고 문서로 해지서를 작성하지 않았던 것이 전 매니저와의 법적 분쟁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하는 걸림돌이 되고 만 것.
김남일로선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른 것이고 매니저 입장에서는 선수의 무지 ‘덕’에 계약 기간 의무 이행을 요구하는 손배소를 접수시킨 것이다.
프로연맹 규약에는 선수가 축구 외적인 일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경우 수입의 50%는 구단 몫이라고 명시돼 있다. 따라서 선수들은 광고 모델료나 행사 등의 수입에 대해 무조건 구단에 50%를 지급해야 한다.
이럴 경우 매니지먼트사는 보통 10∼20%의 수수료를 챙기게 되는데 그 액수가 선수와 구단이 5:5로 나눈 상태에서 수수료를 받는 것인지 아니면 수입의 총액에서 수수료를 떼는 것인지가 우선 분명해야 한다는 게 매니저들의 이구동성이다.
김남일의 경우엔 월드컵 이후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정신없이 광고 촬영에 들어갔고 그런 와중에 매니저와 구단이 수수료를 어떤 방법을 통해 분배할지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세우지 못했던 것이 분쟁의 또 다른 빌미를 제공해 주었다.
안정환의 국내 매니지먼트를 맡았던 티그리폰사의 양명규 이사는 “정환이 경우 수수료에 대한 명시가 정확했다”며 “만약 1억원의 수익이 생길 경우 첫해엔 먼저 매니저 수수료를 떼고 남은 돈에서 구단과 5:5로 돈을 나눴다”고 설명했다.
양 이사는 “만약 매니지먼트사가 아닌 구단을 통해 광고를 찍었다고 해도 선수는 매니저에게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선수들은 매니저가 진행한 일이 아니라고 해서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이럴 경우 법적으로는 선수가 불리하다”고 덧붙였다.
‘히딩크 감독이 박지성의 생일날 미역국을 끓여 놓고 기다린다’는 내용의 CF를 보면서 대부분 사람들은 두 사람이 받은 모델료가 얼마일까를 놓고 궁금증을 가졌을 것이다.
히딩크 감독이야 이미 광고주로부터 억대의 모델료를 챙긴 상태지만 박지성은 땡전 한푼 못받았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다. 물론 광고주는 박지성의 모델료를 지급했다. 그러나 그 돈은 선수가 아닌 PSV 에인트호벤 계좌로 직행했다. 이유는 에인트호벤과의 계약 내용 때문이다.
에인트호벤은 박지성의 초상권과 관련해 계약 기간인 3년6개월 동안 발생하는 광고수익 중 20만달러(약 2억6천만원)까진 구단의 몫이고 그 이후부턴 구단과 선수가 5:5로 나눈다고 명시해 놓았다.
박지성의 아버지 박성종씨는 “그 돈(20만달러)은 광고 안 찍으면 생길 수 없는 돈이다. 그래서 지성이는 CF를 하지 않으려고 했다. 선수의 몫으로 챙길 수 있는 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 이천수와 매니저 송대한씨의 관계는 친형제 이상으로 돈독 해 축구계에서도 ‘특별사례’로 말하곤 한다. 지난 겨울 본지 와의 ‘취중토크’를 위해 함께 나온 두 사람이 기자를 사이에 두고 대화하고 있다. | ||
박씨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한 유명 매니지먼트사는 선수의 수당까지 챙긴다고 들었다. 수당에서도 수수료를 챙기는 궁색한 매니저보다는 선수를 가치 있는 상품으로 만들 줄 아는 매니저가 유능한 매니저”라고 단정지었다.
한편 스페인 레알 소시에다드로 이적한 이천수는 매니저인 송대한씨가 전 소속사인 (주)스카이콤을 퇴사하자 자신도 매니저를 따라 같이 소속사를 나온 특이한 케이스다.
이천수는 스카이콤과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을 당시 매니저 송씨가 회사를 그만두면 자신도 함께 소속사를 떠난다는 조항을 특별 명기해 놓았던 것.
스카이콤측은 현재 송씨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사태를 관망중인데 축구계 일각에선 이천수와 송씨의 경우를 선수와 매니저가 ‘계약’ 관계를 떠나 친형제 이상의 돈독한 우정을 보여주는 특별 사례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