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와 각종 축구 관련 홈페이지 게시판은 이번 사태를 접한 팬들의 각양각색 논쟁으로 연일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일부 팬들은 축구협회와 대학축구연맹 차원의 철저한 진상 조사와 처벌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선 상황이다.
김준현 감독도 7월31일 유니버시아드 대표팀 대구 훈련 도중 급히 상경해 조석현의 부모를 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고발하고 축구협회 홈페이지에 자신의 입장을 정리해 게재하는 등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연세대 측도 자체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의 결과가 주목된다.
내용의 진위 여부를 떠나 이번 사태가 대학 입학, 주전 기용을 전제로 한 지도자와 선수 부모 간의 은밀한 ‘접촉’이 아직도 이뤄지고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일각에선 ‘암묵적 관행’으로 굳어진 학원 축구계의 ‘블랙 커넥션’이 이미 ‘수술’이 불가능할 정도로 위험 수위에 도달해 있는 게 아니냐는 ‘비관론’도 나오고 있다. 과연 선수 선발 등을 둘러싼 ‘뒷거래’는 떨쳐버릴 수 없는 한국 축구의 아킬레스건인가?
모든 학원축구계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 대학에서 ‘뒷돈’은 공공연한 비밀로 통한다. ‘검은 돈’ 봉투는 주로 선수 선발과 주전 발탁 과정에서 오고 간다고 한다.
받는 돈말고도 선수단의 식사비나, 식사 재료비 등을 높게 책정해 축구부 운영 예산을 늘리는 편법도 동원된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대학 입학을 담보로 부모들이 제공하는 돈은 꽤 큰 액수로 알려져 있다. 이 경우 평균 10명의 신입생 중 적게는 2∼3명, 많게는 절반 정도가 자신의 ‘몸값’을 지불하고 대학 축구부에 입학하는 것이 ‘관례’라고 한다.
모 고교 선수 아버지 L씨는 “잘하는 선수에 ‘묻어 가는 아이’의 경우는 대체로 5천만∼8천만원 정도를 대학측에 지불하는 것으로 안다. 과거부터 굳어진 관행이기 때문에 감독이 직접 부모에게 ‘돈을 달라’고 나서서 요구하는 법은 거의 없다. 학교나 선수의 레벨에 따라 이미 암묵적으로 돈의 액수가 결정돼 있고 이에 부모들이 으레 따르는 것이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학부모와 선수들에 따르면 A대, B대 등 축구 명문 대학은 ‘1장(1억원)’이 마지노선. 비싸긴 해도 명문 대학 졸업장을 얻기 위한 부모들의 ‘출혈 경쟁’이 불꽃을 튀기면서 액수는 점점 커지고 있다고 한다.
축구인들 사이에서 “몇몇 대학 감독은 프로 감독보다 ‘벌이’가 낫다”는 말이 심심찮게 흘러나오는 것도 그리 놀랄 말한 일은 아니다. 최근에는 전문대 선수들의 4년제 대학 편입을 미끼로 돈을 요구하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고도 한다.
‘후폭풍’에 민감한 ‘뒷거래’ 감독들은 대부분 은행 송금보다는 ‘직접 전달’을 선호한다. 그럴 경우 ‘검은 돈 배달’은 고교 감독이나 대학 축구부 관계자가 맡는다고 한다. 추적이 가능한 수표는 꺼린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소품’들이 활용된다고 한다.
A대에서 선수생활을 하다 은퇴한 C씨는 “명문대 축구부로 진학한 한 친구는 실력이 그리 좋지 못했지만 부모가 볼링장을 팔아 만원짜리 지폐로 1억원을 사과박스에 넣어 전달한 뒤 입학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대다수 일선 대학 감독들은 “일부의 사례가 너무 확대해석되는 것이 아니냐”면서도 현재 학교의 열악한 지원 아래서는 부모들의 손을 거절할 수 없는 형편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지도자들은 월 2백만∼3백만원의 보수와 학교에서 지원하는 미미한 자금으로는 우수 선수 스카우트와 선수단 운영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토로했다.
D대 K감독은 “돈을 주고받는 관례는 분명 개선돼야 하지만 지도자들의 처우 개선과 대학축구의 제도적 변화가 우선 이뤄져야 하지 않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학부모들도 현재로선 딱히 대안이 없다는 반응이다. 억 단위 액수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지만 상당수가 1천만∼2천만원쯤은 ‘기부금’ 정도로 이해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었다.
축구인들과 일부 전문가들은 지도자와 학부모들의 도덕적 해이 현상이 치유되지 않는 한 이런 ‘관행’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고등학교와 대학 감독을 12년 동안 맡았던 Y씨는 일부 일선 지도자들을 ‘장사꾼’으로 표현했다. 그는 “대학 감독으로 지내면서 집을 두 채 이상 마련하지 못하면 ‘병신’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쥐꼬리만한 월급 가지고 무슨 수로 돈을 모으겠는가? 그만큼 ‘장사’에 능하다”고 분개했다.
또한 Y씨는 “지난해 월드컵 직후 검찰은 대학 지도자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 작업에 나설 작정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월드컵 4강 신화로 인해 잠시 타이밍을 늦추고 있을 뿐이다. 검찰이 아마추어 감독뿐 아니라 프로 감독들까지도 금품 수수 등에 관해 내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문선 SBS 해설위원도 대학 축구의 구조적 시스템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동시에 지도자들과 학부모들의 도덕성 결여 문제를 집중 부각시켰다. 신 위원은 “오직 우승만이 ‘절대 선’이 돼버린 대학 축구의 구조적인 모순은 곧 지도자들의 조급증을 불러일으켜 그들을 도덕적인 전과자로 만들어 놓고 있다”며 “획일적인 목표 달성을 위한 학부모들과 지도자들의 의도적인 윈-윈(win-win) 결합으로 애꿎은 선수들만 지도자와 부모 사이에서 계속 믿음을 잃고 흔들리고 있다”고 개탄했다.
신 위원은 “지도자들이 코칭스쿨 등을 통해 본인 스스로의 실력과 도덕성을 회복하면서 ‘검은 관행’ 없이도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며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몇몇 원로 축구인들은 “악조건 속에서도 소신을 지키려는 축구 감독들마저 ‘뒷거래’ 의혹 때문에 함께 매도당할까 우려된다”면서도 “이번 기회에 털 것은 털고 학원 축구계에도 ‘투명한’ 선수 선발 및 기용 시스템이 뿌리내렸으면 한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유재영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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