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레이오프가 한창이던 지난해 10월 잠실구장 관중석에 모습을 드러낸 공익근무요원 서용빈. | ||
톱 탤런트 유혜정과의 결혼, 병역파문 등으로 화제와 파란을 몰고다니던 그는 지난해 8월14일 정든 그라운드를 떠나야 했다. 병역사건 여파로 31세의 나이에 군(공익근무요원)에 입대해야 했기 때문. 하지만 그후로도 그는 ‘야구 포기설’ 등 적잖은 루머에 시달려야 했다.
과연 ‘공익근무요원’ 서용빈은 아직도 야구를 꿈꾸고 있을까. 그라운드에서 그의 모습을 본 지 정확히 1년 만인 지난 8월14일 서용빈을 만났다.
빙긋이 웃는 모습은 여전했지만 그간의 우여곡절을 말해주듯 한결 성숙한 분위기가 풍겼다. 서용빈 자신도 군 생활이 자신과 인생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한다.
“처음엔 2년4개월(복무기간)이 너무나 길게 느껴졌는데 1년이 지나니까 이제는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것 같아요. 그라운드 바깥에서 야구를 보니깐 다른 느낌도 들고, 책도 읽고 컴퓨터도 배우면서 스스로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해 8월19일 입대 이후 서울 성동구 송정동 ‘동민의 집’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중이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지역주민들이 찾는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지도해주는 게 그의 일이다.
“운동하러 오시는 분들이 처음에는 한 타임당 2∼3명 정도밖에 없었거든요. 제가 있다는 게 알려져서 그런지 차츰 늘어나더니 지금은 10여 명씩 되요. 또 처음에는 사인해달라거나 같이 사진을 찍자는 분들도 많았어요.”
서용빈은 매일 아침 7시에 집을 나선다. 남들보다 1시간 일찍 출근하는 셈이다. 동기 공익요원들과 거의 열 살 차이가 나는 데다 야구스타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스스로 성실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는 틈틈이 운동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근무시간에도 짬이 나면 스윙과 러닝, 웨이트트레이닝에 몰두한다. 주말에는 LG 구리구장을 찾아 옛 동료들과 그라운드를 누빈다.
2004년 11월 제대 예정인 서용빈은 2005시즌에야 복귀가 가능하다. 야구계에서는 서용빈의 복귀에 대해 비관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3년 가까운 공백기간과 30대 중반의 나이 때문이다. 그도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언제까지 선수생활을 하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다만, 능력이 닿는 데까지 달려가 보는 거죠. 일단 그라운드에 다시 서서 팬들에게 서용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거기서 최선을 다하는 게 지금의 목표입니다.”
그가 야구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출근하는 그에게 “아빠! 야구하러 가?”라고 묻는 네 살배기 딸 규원이에게도 아빠의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서용빈은 항간에 들렸던 ‘야구포기설’과 ‘연예계 진출설’에 대해서도 똑 부러지게 부인했다. 대학시절 타의에 의해 모델로 선발되기도 했지만 뜻이 없었기에 거부했고, 지금도 말주변이 없어서 강병규처럼 연예인이 되기는 어렵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물론 아직은 야구에 대한 미련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 재기에 성공한 김재현의 활약은 서용빈에게 ‘특별한’ 느낌을 주고 있다. 서용빈보다 네 살 어린 ‘입단 동기’ 김재현(28)은 3년 동안 룸메이트를 했을 정도로 절친한 사이. 김재현이 지난해 부상과 수술, 재활치료 등으로 고생하다 선수생활포기각서까지 쓰고 LG와 재계약했을 때 그의 속도 탔단다.
▲ 아내 유혜정 | ||
부인 유혜정의 이야기를 꺼내자 서용빈은 애틋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결혼 발표 직후 터진 병역문제, 신혼여행은 물론 식도 올리지 못한 채 시작한 결혼생활, 뒤늦은 입대 등 모든 악재를 아무렇지도 않은 듯 견디어내고, 오히려 격려해준 유혜정이기 때문이다. 유혜정은 요즘 KBS 사극 <무인시대>와 SBS 일일극 <연인>에 출연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서용빈에게 아내 유혜정은 “정말 고맙고 미안하고 기특하고 소중한 사람”이란다.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항상 “힘내라”며 가장 가까이에서 용기를 주는 아내가 누구보다도 사랑스럽다고 고백했다.
“한번은 한 방송국 연예정보 프로그램에서 아내에게 연락이 왔어요. 결별설이 나돈다고. 제가 그 이야기를 듣고 너무 화가 나서 ‘나한테 직접 전화하라’고 말했죠. 너무너무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는데, 염장을 질러도 유분수지….”
서용빈은 아내 유혜정을 위해 특별한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8월 입대 후 매달 받는 12만원의 공익근무요원 ‘월급’(교통비 식비 등)을 한푼도 쓰지 않고 별도의 통장에 꼬박꼬박 모으고 있다. 아직은 아내에게도 비밀이다. 그가 LG에서 받던 연봉(2002년 7천5백만원)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액수이지만 그에게는 가장 소중한 돈이다.
“제대할 때쯤이면 한 4백만원 정도 될 겁니다. 그 돈으로 아내와 함께 해외여행을 다녀올 거예요.”
서용빈은 2005 시즌을 위해 담금질을 계속하고 있었다. 자신을 지켜준 아내 유혜정을 위해서라도, 마지막 경기에서 눈물을 흘리며 그를 보냈던 팬들을 위해서라도 그는 반드시 그라운드에 다시 설 것을 약속했다.
안순모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