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판에도 분명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선배가 있긴 한데 시원하게 때리고 욕먹지 않는 방법이 없을까’하고. 그런데 허가(?)된 매질이 있다. 꼴 보기 싫은 선배가 홈런을 쳤을 때다. 이때는 선배와 얼굴을 서로 마주보면서 ‘머리통’을 갈겨버린다. 그래도 홈런 친 선배는 좋아한다.
더 좋은 기회는 선배가 끝내기 결승타를 쳤을 때다. 이때는 머리통 정도가 아니라 아예 눕혀놓고 ‘잘근잘근’ 밟아도 절대로 ‘하극상’에 해당되지 않는다. 오히려 얻어맞는 선배는 ‘내 일처럼 기뻐하는구나’하고 껴안아준다.
코치가 선수 심부름을 하는 경우도 경기 중에는 종종 볼 수 있다. 평소 권위주의적이면서 게으른 코치가 3루 베이스코치를 하고 있을 때엔 더욱 그렇다. 선수가 헛스윙을 해서 방망이를 놓쳤을 때 선수가 그 자리에서 기다리면 코치는 열심히 뛰어가서 방망이를 주워서 선수한테 가져다 준다. 안 그러면 그 코치는 ‘직무유기’다.
또 나이 어린 후배 투수가 경기중에 여러 번 ‘폭투’를 던졌을 때 최고참 포수는 ‘죽어라’하고 공을 주우러 다닌다. 그렇다고 그 후배 투수를 기합 줄 수는 없다. 오히려 힘내라며 토닥거려준다. 또 스무 살 먹은 투수가 마흔 살 먹은 포수를 마운드로 불러서 얘기할 수도 있다. 이때가 유일하게 선배를 ‘오라 가라’할 때다. 지금까지 선배 포수가 후배 투수한테 “니가 직접 와, XX야”라고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선수가 2루타나 3루타를 쳤을 때 열심히 뛰어나가 장갑 받아주는 사람도 코치다. 선수한테 ‘네가 가져와’ 했다가는 당장 유니폼 반납해야 한다.
코치가 느끼는 ‘행복한 심부름’도 있다. 슬럼프에 빠진 타자가 경기 끝나고 “배팅볼을 던져달라”고 부탁하면 만사를 제쳐두고 던져준다. 부인한테 “목욕재개하고 기다려” 했다가도 다시 전화해서 “그냥 먼저 자”하고 심부름을 해준다.
이런 적도 있었다. 휴식날 모처럼 가족과 나들이를 준비하던 아무개 코치가 별로 할 일이 없던 총각선수로부터 “스윙폼을 봐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그는 “가지 말라”며 우는 아이들을 남겨놓고 운동장으로 달려갔다. 물론 그 선수는 코치가 미워서가 아니였지만 코치는 본의 아니게 불려나가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윗사람을 불러내고 오히려 칭찬받는 경우다.
감독 멱살을 잡을 수 있는 기회도 1년에 한 번은 생긴다. 단 우승팀에 한해서다. 우승이 확정되고 서로 뒤엉켜있다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이 감독을 마운드 위로 모셔오는 거다. 이때는 감독이 못 이기는 척 따라나온다. 그때 한 번 감독 멱살이며 옷 끄트머리를 잡고 끌고나올 수 있다.
심지어 감독 얼굴에 샴페인을 부어가면서 따라오는 선수도 있다. 이걸 보고 ‘하극상’이라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처럼 야구판은 기분 좋은 ‘선배 뒤집기’가 통하는 무대다.
SBS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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