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김인식 감독(왼쪽), 현대 김재박 감독 | ||
그렇다고 야구계가 뒤지는 것은 아니다. 몇몇 대표급(?) 선수들은 씨름계와 농구계 ‘선발 선수들’과 붙어도 조금도 뒤지지 않을 정도의 ‘내공’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에 8명밖에 없는 프로야구 현직 감독들의 술 ‘실력’은 어떻게 될까. 또 이들이 저마다 지닌 독특한 술자리 습관은 어떤 것일까.
[애주가형]
두산 김인식 감독이나 현대 김재박 감독이 ‘애주가형’ 무리에 든다. 술을 마시면서 특별한 얘기를 나누는 것은 없어도 인생 전반이 화제라 진한 ‘사람 냄새’가 풍긴다.
이웃집 할아버지 같은 스타일의 김인식 감독은 말 그대로 술이 좋아 경기가 끝나기가 무섭게 강남 잠원동의 동네 호프집을 찾는다. 취향도 독하지 않은 맥주를 선택해 몸의 부담을 줄이는 모습이다.
앉은자리에서 맥주 10여 병을 뚝딱 해치우다가 마음이 움직이면 인근의 잘 가는 가라오케에서 ‘친구’를 멋들어지게 한 곡조 뽑아야 직성이 풀리는 김 감독이다. 그래야 새벽별(?)을 보고 집으로 가는 발걸음도 가볍다.
김 감독이 가는 그 호프집은 한 달 매상의 30%를 김 감독이 올려준다는 소문이 날 정도. 호프집 여주인은 김 감독이 지방 원정을 갈 때 가장 아쉬워한다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남겼다.
김재박 감독은 깔끔한 외모답게 경기 뒤 칵테일 2~3잔으로 하루를 마친다. 웬만해서는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 그는 좀체 무리하는 법이 없다.
스스로 소화할 수 있는 양만큼 마시고 깔끔하게 털고 일어서는 스타일이라 특별한 일이 아니고서는 2차내지는 3차가 없다. 무리하지 않으니 실수하는 법이 없는 게 그의 ‘안전음주’ 습관이다.
▲ LG 이광환 감독(왼쪽), 기아 김성한 감독 | ||
자기 색깔이 확고한 LG 이광환 감독이 대표적이다. 이 감독에게 술은 그야말로 토론이나 얘기를 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물론 토론의 주제는 ‘신(神)도 모르는 것’이라는 야구다.
그와 술을 마시면서 야구 얘기를 하다보면 끝이 없다. 심지어 토론이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일어서는 상대방의 소매끝을 잡아 앉혀놓고 날이 샐 때까지 얘기하며 결론을 내야 직성이 풀린다.
최근 한 스포츠신문으로부터 일방적으로 두들겨맞은 것도 이 감독의 이런 독특한 술자리의 ‘오버’가 원인이었다. 술자리에서는 평소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감정도 허물없고 거침없이 직설적으로 드러내는 게 그의 음주 스타일이다.
때문에 그를 모르는 상대라면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평소 그의 인격과 야구인으로서 자존심, 마음 씀씀이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의 정열에 찬 몸동작과 언사를 쉽게 이해한다.
[전투형]
누가 뭐래도 기아 김성한 감독이다. 그야말로 뿌리를 뽑는 스타일이다. 술에 관한 한 그의 에피소드는 부지기수. 그의 음주 속도를 따라잡으려 하다간 웬만해서는 제풀에 쓰러져 일어서지도 못한다(?). 그만큼 빠르다.
그의 술자리 별명은 술잔이 곧바로 ‘튕겨 온다’고 해서 붙은 ‘백보드’다. 평소 보여주는 열혈남아의 이미지처럼 술자리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상대가 쓰러져야 비로소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그야말로 날마다 전쟁처럼 치르는 게임처럼 술도 그렇게 대한다.
그렇게 술을 마시면 다음날 게임은 어떻게 하냐고? ‘젊음’이 밑천이다. 평소보다 오히려 일찍 잠자리에서 일어나 그라운드 몇 바퀴를 돈 뒤 사우나를 하고 나면 알코올이 몸밖으로 싹 배출된다는 게 그의 숙취 해소법이다. 주량은 미지수. 앉은자리에서 소주 3병을 마셔도 전혀 술 마신 기색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 SK 조범현 감독 | ||
SK 조범현 감독은 외모에서 풍겨나는 이미지처럼 술도 샌님처럼 마신다.한두 잔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지는 체질이기 때문.
늘 술자리에 참석하면 분위기나 그럭저럭 맞추는 스타일이었지만 후반기로 접어든 이후 그의 술자리는 전반기보다 상당히 늘었다. 매일 경기에서 생기는 스트레스를 해소할 길이 따로 없기 때문이다.
코치들과 밤늦게 이 궁리, 저 궁리하며 ‘술을 안주 삼아’ 야구에 대해 얘기한다. 빈도가 잦아지다보니 못 마시던 주량이 소주 한 병으로 늘었다고. 그에겐 이제 술자리도 ‘전략’이다.
국경선 스포츠서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