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가지 재미있는 건 ‘그 자리에 없는 선수 씹어대기’다. 지난주에도 필자가 끼어 있던 자리에서 두 명이 씹혔는데 한 명은 대학시절 후배들을 엄청나게 때리고 괴롭혔던 선수고 또 한 명은 자기는 한 대도 안 때리고 욕은 더 많이 먹은 선수였다.
먼저 P선수는 대학 시절 하루가 멀다하고 술에 절어 들어와선 자고 있는 후배들을 깨워 “슈퍼 가서 술 사와라, 식당 가서 밥 비벼와라”하고 시킨 뒤 술 사온 후배한테 “안주가 맘에 안든다”며 때리고 밥 비벼온 후배한테는 “왜 비빔밥에 부추가 빠졌느냐”며 때리고 하여간 온갖 악당짓은 혼자서 다했다고 한다.
또 국내 최고참급 K선수는 대학 시절 유일하게 후배를 한 대도 안 때린 선배였지만 욕은 제일 많이 먹은 선배란다. 예를 들어 K가 4학년 때 동기생이 후배들을 모아놓고 주의만 주고 끝내려고 하면 갑자기 나타나서 “야! 쟤네들 오늘 이런저런 잘못도 했고 오늘 낮에 이런 일도 있었어”하고 동기생한테 알려준단다.
그러면 어김없이 ‘무사 통과’가 ‘단체 기합’으로 바뀌곤 했다고. K는 대학시절 ‘얌생이’로 불릴 정도로 주특기가 고자질이었단다. 이날도 이런 얘기를 하면서 웃고 떠들 때 필자가 ‘썰’을 풀어서 그 자리에 있던 선수 모두를 한방에 보내 버렸다. 내용은 이렇다.
대학 3학년 때 감독실에 혼자 불려가 맞은 적이 있었다. 엉덩이를 때리던 감독은 때리다 지쳤던지 슬리퍼를 들어 내 뺨을 갈겼다. 다행히 요령껏 피해서 목 부분에 맞았는데 그것이 문제였다.
그날 내 기분을 풀어준다며 동기생들이 여학생들과 자리를 만들었다. 술을 마시던 중 앞에 앉은 여학생이 갑자기 놀란 얼굴로 “병훈씨, 목에 문신했어요?”하고 묻는 게 아닌가. 내 목을 살펴보던 동기생은 갑자기 쓰러지더니 “화장실 가서 거울 좀 보라”며 폭소를 터트렸다.
화장실 거울 앞에 선 나는 기절할 뻔했다. 목에는 감독한테 맞은 자리에 상표인 ‘말그림’과 발치수인 275mm가 그대로 찍혀 있는 게 아닌가. 그 자국을 여학생은 문신으로 착각했던 거다. 그래서 지금도 친한 사람 중에는 말띠가 없다.
야구 해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