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친 태클을 하고도 뒤끝이 없는 김남일. 지난 해 올스타전 모습. | ||
운동선수들에게 몸은 그야말로 재산이다. 때문에 야구의 빈볼시비나 그라운드에서의 거친 태클 등은 선수들 사이에 악연을 만들기 쉽다.
프로야구 S구단의 I투수는 그라운드에서 숱하게 악연을 양산해 낸 ‘트러블메이커’로 손꼽힌다. 선수들 사이에 그다지 평판이 좋지 않은 I는 걸핏하면 마운드에서 빈볼을 던져 물의를 일으킨다. 상대 선수가 한참 선배이건 유명선수이건 개의치 않는다. 이로 인해 I를 ‘원수’처럼 생각하는 타자들이 적지 않다. 걸리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내놓고 이야기하는 선수도 있다.
진공청소기 김남일(전남)도 경기스타일이 거칠기로 유명하다. 숱한 선수들이 김남일의 거친 태클에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나가떨어졌다. 지난해에는 태클을 당한 안양의 안드레와 주먹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이관우도 김남일의 태클로 인해 부상을 당해 한동안 서먹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남일은 이런 일로 인해 악연을 만들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경기 후 찾아가 반드시 사과하기 때문이다.
여자문제로 인한 악연도 심심찮게 찾을 수 있다.
프로야구 모 구단의 S투수와 P타자는 절친한 선후배 관계였다. 두 선수는 경기가 없는 날 구단 팬클럽 모임을 통해 만난 연예인 지망생인 한 미모의 여성과 술을 마시게 됐다. 그런데 이 여성이 두 선수와 이틀에 걸쳐 강남의 E호텔에 투숙, ‘양다리 관계’를 가진 것. 물론 두 선수는 이 같은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
그러나 P가 이 여성과 찍은 즉석사진을 라커룸에서 자랑하다 S가 보게 되면서 사실이 들통났다. 두 선수는 이 여성을 놓고 대판 싸움을 벌였고, 둘은 그 날 경기에 결장했다. 현재까지 이 여성은 후배인 P선수와는 연인관계를 지속하고 있지만 두 선수의 관계는 그 날로 원수로 변해버렸다.
선수들에게 라이벌 관계는 경쟁심 유발로 인해 시너지효과를 가져오기도 하지만 때로는 심각한 앙숙으로 변질되기도 한다.
농구계에서 동갑내기 고참 선수인 K와 J의 악연은 유명하다. 대학시절부터 실력이 비슷한 스타플레이어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인기가도를 달렸던 두 선수는 프로농구 출범과 함께 같은 구단에 소속됐다.
하지만 두 선수는 사사건건 대립했다. 코트에서도 서로에겐 패스를 하지 않는 경우까지 생겨났다. 당시 K감독은 몇 차례 화해를 주선하기도 했지만 결국 J가 다른 팀으로 이적함으로써 일단락된 상태다.
▲ 박성배(작은사진), 전북 현대 시절의 김도훈. | ||
당시 감독이 여러 차례 박성배의 손을 들어주자 김도훈은 감정이 폭발, 훈련을 거부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김도훈은 몇 개월 뒤 부상당한 박성배에게 보약을 선물하며 화해를 청하는 선배다운 아량을 보였다.
프로 진출 과정에서 악연이 만들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프로야구 K구단의 투수 P와 타자 P는 같은 지역의 스타 유망주로 고교시절부터 경쟁관계였다. 투수 P가 졸업과 함께 연고 구단에 지명된 데 반해 타자 P는 지명에서 밀려 다른 구단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성격이 거친 데다 자존심이 강한 타자 P는 “잘돼나 두고보자”며 선전포고를 했고, 만날 때마다 둘은 욕설을 주고받았다. 투수 P는 제구력이 좋기로 소문났지만 타자 P만 만나면 어김없이 공을 몸쪽으로 던졌다. 지금은 한 팀에 소속돼 있지만 여전히 둘의 사이는 견원지간이다.
K구단의 K투수는 L구단의 P타자와 악연을 갖고 있다. 두 선수는 청소년 대표시절 한 차례 주먹을 휘두른 전력을 갖고 있는데, P가 고졸 타자 연봉 최고액으로 프로에 진입하자 K는 “가만두지 않겠다”며 P에게 빈볼을 던져댔다.
참다 못한 P는 홈플레이트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섰지만 공은 어김없이 팔꿈치로 날아들었다. 유망했던 P는 현재 2군에서 재활훈련중인데 장래가 불투명하고, 에이스급으로 부상했던 K도 동료선수와 코칭스태프에게 미움을 받아, 제 실력을 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안순모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