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김병곤 트레이너 | ||
사실 선수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성적 부진 같은 슬럼프보다는 아예 시합 출전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부상’이다. 부상을 100% 예방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보니, 수술과 치료 이후 재활훈련을 어떻게 소화하느냐에 따라 선수의 생명이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다. 재활훈련을 담당하는 프로야구 트레이너들을 통해 선수들의 다양한 재활 스타일을 들여다봤다.
프로야구 각 구단은 적게는 2명, 많게는 4명까지 트레이너를 두고 있다. 이 가운데 1∼2명은 부상당한 선수들을 본래 상태로 돌려놓는 재활 담당자들이다. 트레이너들이 가장 예뻐하는(?) ‘학생’은 아무래도 적극적으로 재활 프로그램을 따라주는 선수다.
최근 트레이너에서 코치로 승격한 김영일 코치(현대)는 자신을 감동시킨 선수로 ‘개근파’ 김수경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김 코치는 “(김)수경이는 99년 11월 왼쪽 발목이 골절돼 수술을 받고 12월부터 재활훈련에 들어갔는데 당시 목발을 짚고 훈련에 참가할 정도로 부상 정도가 심했다. 하지만 그 부실한(?) 몸을 이끌고 단 하루도 결석하는 날이 없을 정도로 적극적이어서 다음 시즌에 바로 투입될 수 있었다”고 극찬했다.
‘적극성’이라면 김재현과 이병규(이상 LG) 또한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재활훈련을 받는 스타일은 정반대다.
지난해 12월 고관절 수술 이후 7월 중순까지 재활훈련을 소화해낸 김재현은 재활프로그램을 충실히 다 받고도 만족이란 걸 모른다. 김병곤 트레이너(LG)는 “훈련 시간을 넘기는 게 예사였고 오히려 트레이너가 더 이상 운동하지 못하게끔 선수를 말리는 상황이었다”며 이런 선수들이 요령 피우는 선수보다 더 무섭다고 평가했다.
반면 이병규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냥 훈련프로그램만 같아라’는 ‘정석파’다. 자신에게 맞는 프로그램이 떨어지면 요령도, 무리도 하지 않고 딱 그 범위 내에서 훈련을 소화해 내는 스타일이라고.
99년 오른쪽 어깨 통증을 느낀 뒤 두 차례 수술까지 했던 이대진(기아)은 ‘학구파’에 가깝다. 4년째 어깨 통증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이대진은 이번 재활에 선수생명을 걸 정도로 적극적이다. 장재홍 트레이너(기아)는 “트레이너를 귀찮게(?) 할 정도의 훈련광이다. 재활 프로그램에 만족하지 못해 관련 의학 정보를 수집할 정도로 열성적이다”며 좋은 결과를 기대했다.
▲ 두산 강흠덕 트레이너 사진=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강흠덕 트레이너(두산)는 “쉽지 않은 재활 과정을 거쳐 지금은 정상으로 회복됐지만 그래도 끊임없이 몸관리를 하는 선수”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강 트레이너는 박명환, 구자운, 이경필 등 투수들도 정신적인 면에서 상당히 단련된 선수들로 꼽았다.
올해 큰 부상 선수가 없어 1군 엔트리에 변화가 거의 없는 삼성에선 근력강화훈련으로 재활훈련을 대신한다. 홈런타자인 마해영과 이승엽이 명성에 걸맞게 훈련에도 적극적이다. 추원호 트레이너(삼성)는 “(마)해영이가 트레이너와의 돈독한 관계를 바탕으로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며 훈련을 소화한다면 (이)승엽이는 컨디션 조절 같은 건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되 다른 훈련은 자신의 몸 상태에 따라 변화를 주는, 자기 노하우가 상당히 쌓인 선수”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아무리 재활이 목적이라고 하더라도 반복되고 지루한 훈련이 즐거울 리 없다. 이렇다 보니 본의 아니게 요령을 피우는 선수도 나타난다. 선수들이 가장 많이 써먹는 수법은 훈련에 지쳐 몸이 좋지 않다고 엄살을 피우는 것. 이렇게 되면 힘든 훈련을 피하고 마사지와 물리치료와 같은, 말 그대로 침대에 누워만 있으면 된다. 하지만 노련한 트레이너의 눈을 어찌 속일 수 있으랴. 이런 선수들은 트레이너들이 한 수 더 떠 며칠 동안 훈련시간을 훨씬 넘겨 붙잡아 놓으면 결국 이실직고를 한다고.
이 외에도 트레이너들은 수술을 한 뒤 주기적으로 찾아올 수 있는 통증을 유독 잘 참는 선수로 조규제(현대)를, 반대로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대표적 ‘엄살족’으로는 박재홍(기아)을 꼽았다. 또한 오른쪽 손목 뼈조각제거수술을 받은 페레즈(롯데)는 재활프로그램 외에 타격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왼손으로만 배팅 훈련을 하는 성실함으로 ‘진짜 프로다운 선수’로 오르내렸다.
김남용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