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얘기했지만 거의 모든 프로야구 선수는 크리스마스나 연말 연초를 가족과 함께 보낼 수가 없다. 그 시기는 보통 외국에 있는 게 대부분이기 때문. 그렇다고 여행을 갔겠나. 죽을 ‘똥’을 싸러 전지훈련 간 거다.
간혹 전지훈련 중에 첫 아기가 태어난 선수가 몸이 아프다며 조기귀국을 요구하면 오해를 받는 게 그 이유다. 실제로 부인이 출산할 때 남편도 같이 아픈 경우가 있잖은가.
나 역시 그랬다. 첫 애가 플로리다에 있을 때 태어났는데 야구고 뭐고 당장 달려가고 싶었다. 심지어 집을 자주 비우는 야구선수 입장이라 태어난 아기 얼굴이 옆집 남자를 닮았는지 동네 식당 아저씨를 닮았는지 신문 배달원을 닮았는지 불안하기도 했다(웃자고 하는 소리다). 다행히(?) 나랑 판박이였다.
꼭 유부남이 아니더라도 총각들도 그 시기에 외국에 나가 있으면 불안한 건 마찬가지다. 크리스마스에 여자친구한테 전화했을 때 옆에서 ‘여기 술 한 병 더 줘요!’ 이런 소리 들리면 속이 뒤집어진다. 그러면서 혀 꼬부라진 소리로 ‘대학동창 남자친구 만나서 술 먹고 있다’ 그러면 눈 돌아가기 일보 직전이다. 그나마 통화가 되면 다행이다. 26일 낮에까지 전화를 꺼놓은 상태라면 속도 눈깔도 동시에 뒤집어진다.
실제로 지금도 스타인 H선수는 1월1일 애인이 전화를 꺼놨다고 이메일을 보내서 ‘어느 X하고 해돋이를 보고 왔냐’며 2년 동안 사귄 정을 끊자고 결별을 통보한 일도 있었다.
사실 추석날 시합을 해도 한국이라서 부인이나 애인을 볼 수는 있지만 외국 나가서는 별 생각이 다 든다. 심지어 나는 객지에서 X빠지게 고생하는데 너는 친구 만나서 해롱거리느냐는 생각도 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추석날 조상님께 절하면서 잘 살게 해달라고 빌지 않는가. 선수들 역시 잘 살려고 그날 시합하는 거다. 오전에 차례 모시고 야구장에 오셔서 송편도 나눠 먹으면서 응원해주시길 바라는 마음이다. 남는 송편 있으면 중계석에도 좀 주시고∼.
야구 해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