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승 달성 이후 6승 문턱을 넘지 못하며 연패의 늪에 빠졌던 서재응(26·뉴욕 메츠)은 최근 다시 상승세를 이어가며 풀타임 메이저리그 데뷔 첫해 10승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5승까지 내달릴 때만 해도 ‘비행기’에서 내려올 것 같지 않던 그도 한동안 거듭된 패배에 자신감을 상실, 제구력이 흔들리면서도 이를 내색하지 못하고 홀로 가슴앓이를 해야 했다.
▲ 5승을 내달린 후 한동안 부진의 늪에 빠져있던 서재응이 다시 기운을 되찾았다. | ||
“한번 흔들리기 시작하니까 걷잡을 수가 없더라고요. 무엇보다 저 자신을 믿어야 하는데 주위의 여러 가지 평가와 비판들로 인해 저에 대한 믿음조차 흔들렸어요. 사실 그렇게 피칭이 나쁜 건 아니었거든요. 전 제 구질이 떨어졌거나 상대 타자들한테 수를 읽힐 정도는 안됐다고 생각했어요.”
서재응은 구질이 이미 파악이 됐기 때문에 다른 구질을 연구하거나 사용해야 한다는 매스컴의 지적들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보였다. 결정적인 때 순간의 실수로 인해 생긴 결과일 뿐 다른 문제점은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
“이런 지적도 있더라고요. 스피드가 안나는 데도 불구하고 스피드를 내려다보니 자꾸 실수를 한다고.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한테 따질 때도 있었어요. 어떤 기준으로 그런 평가를 하느냐고 물었죠. 그러면 더 이상 말 못해요. 남의 일이라고 쉽게 평가하고 쉽게 판단하는 의견들은 받아들일 수가 없어요. 전 (박)찬호형과 같은 길을 걷고 싶지 않아요. 몸이 아픈 데도 참고 던지는 그런 행동은 하지 않을 거예요. 아프면 아프다고 소리치고 기자의 평가에 상처를 받았으면 가차 없이 제 생각을 전하고 싶어요.”
서재응은 자신의 주무대가 한국이 아닌 미국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즉 미국 야구에 적응하려면 그들의 스타일대로 따라가야 하는 것이고 한두 해 하고 야구를 그만둘 게 아니라면 미국식 야구에 하루 빨리 적응하는 게 급선무였다는 것.
“밖에서 보는 것과 직접 경험하는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에요. 즉 해설가나 기자들의 평가와 선수들이 보는 시각에 간극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거죠. 즉 기자들은 절 ‘제구력 피처’라고 평하는데 선수들은 제구력보다 ‘파워 피처’라고 의견을 내놓거든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요.”
서재응은 선수의 경기 스타일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은 부분에 대해 “스물일곱 살이 되도록 야구만 알고 살았는데 아직도 야구를 잘 모르겠다. 제발 경기 내용과 관련해서는 전적으로 선수한테 맡겨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솔직하면서도 직설적인 화법으로 인해 간혹 ‘건방지다’는 오해를 받을 때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자신을 ‘건방지다’고 보는 사람들) 때문에 자신의 성격을 바꿀 생각은 전혀 없다는 서재응은 직접 만나서 한번이라도 진솔한 이야기를 나눈 사람이 그런 평가를 내린다면 달게 받겠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힘들 때마다 아버지랑 통화했어요. 제가 아버지 성격을 많이 닮아서 그런지 정말 잘 통하거든요. 듣기 싫은 소리도 많이 하시는데 지나고 나면 구구절절 옳은 말씀이라 항상 새겨서 들어요.”
서재응의 아버지 서병관씨가 전화통화할 때마다 강조하는 말은 “사내 자식이 포볼이 뭐냐. 피하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승부하라”는 게 주 내용이라고 한다.
서재응은 야구를 ‘여자친구’와 같다고 표현했다. 여자친구를 좋아할 때는 항상 같이 있고 싶다가도 싸울 때는 옆에 있는 것조차 귀찮고 싫은 것처럼 야구도 잘될 때는 눈만 뜨면 야구장에 가고 싶어 몸살이 나는데 야구가 안될 때는 공 만지기도 싫다는 내용이었다.
공인된 커플인 여자친구 이주현씨와는 내년 시즌을 마치고 결혼할 계획이라고 밝힌 서재응은 “여자친구가 가장 좋은 이유요? 내 앞에서 절대 야구 얘기 안 꺼낸다는 거죠. 한 사람이라도 야구와 관련 없는 대화를 나누고 싶은 제 마음을 너무 잘 이해해 주거든요”라고 설명을 달았다.
설령 올 시즌 10승을 달성하지 못해도 돈 주고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을 밑천 삼아 내년 시즌을 준비하겠다고 말하는 서재응이 어떤 색깔로 메이저리그 데뷔 1년을 장식할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