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트 앤 그리트 사절단은, 바둑학회 창설의 산파역이었으며 초대 회장으로 선임된 임성빈 교수(교통공학과), 이번 제2회 바둑학회 국제학술대회 의장을 맡아 행사를 지휘했던 한상대 교수(문화교류과정), 유럽 대회에 직접 선수로도 출전했던 이기봉 교수(바둑학과) 등 교수 3명과 ‘선임하사관’ 김종수씨(기업인인데, 바둑이 너무 좋아 대학 졸업한 지 30년이 지난 때에 50세가 넘은 나이로 바둑학과 학생이 된 기막힌 바둑광) 휘하의 김선기 김재광 박영진 김상우 강나연 이승현 이혜정 최유진 서재학 장비 홍슬기 등 학생 13명 등 모두 16명으로 구성된 팀이었다.
사절단이 순방한 국가는 러시아를 비롯해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체코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 룩셈부르크 등 모두 9개국. 이 가운데 러시아 독일 오스트리아 체코 네덜란드 프랑스 등 6개국과 15명 단체전으로 한 번 혹은 두 번의 교류전을 치르면서 한국 바둑의 강함을 새삼 확인시키고 차후 교류의 물꼬를 튼 것.
이번 사절단의 성과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또 하나 있다. 러시아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 바둑강국 3개국에서는 주한대사관을 방문, 대사관 관계자들과 ‘주 러시아 한국대사배’ ‘주 독일 한국대사배’ ‘주 네덜란드 한국대사배’(이상 가칭) 같은, 현지 바둑인들과 한국 교민 바둑인들을 위한 대회를 개최하는 것이 민간 외교 진작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데에 일단 의견을 같이하고, 관계자들로부터 조만간 대회 개최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대답을 듣고 돌아온 것(일본대사배, 중국대사배 바둑대회가 있는 곳이 많다).
훗날 이번 순방 외교가 한국 바둑의 본격 해외진출 제1장 제1절로 기록될지, 단발성 해프닝으로 머물지는 앞으로의 활약에 달렸다. 사절단이 유럽을 순방하는 도중 각국 바둑클럽들은 바둑사이트를 통해 “한국 바둑인들이 유럽 바둑을 휩쓸고 지나간다. 한국 사절단은 ‘미트 앤 그리트’, 만나서 인사하는 친선사절단이 아니라 ‘미트 앤 비트’, 만나서 쳐부수는 건맨 집단이다”고 교신하고 있었다.
▲ [1도] | ||
백 7단 이 기 봉 (한국)
흑 6단 수린 드미트리 (러시아)
< 제한시간 각 1시간·덤 6집반, 2003년 7월27일> ( 116 … 91 ) 146 수 다음 줄임, 백 불계승.
[1도]
한국 아마 강자 이기봉 7단과 러시아의 최강자 수린 6단의 대결이다. 우하변 정석 과정에서 백18 다음 흑은 86의 곳에 눌러두는 것이 보통이다. 자체로 두터운 수. 그러나 우하변을 지키지 않고, 좌하 백진에 뛰어들어간 흑19도 기세라고 할 수 는 있는 수인데, 백20∼26 때 흑27·29로 끊고 막아간 점은 무리성 행마. 의욕과잉으로 보인다. 백34 젖힘에 응수가 궁하다. 흑37까지 기어보았으나 백38 젖히니 알기 쉽게 수부족이다. 오른쪽 흑 일단은 나중 79·81로 사는 수가 있다 하지만, 왼쪽 넉 점이 잡혀서는 흑의 실패임이 역력하다. 흑27로는 ―
▲ [2도]-위, [3도]-아래 | ||
흑1로 3·3에 들어가 5까지 선수로 귀살이한 후 동태를 살피는 것이 무난하고 온당한 태도였을 것.
[3도]
상변 전투가 공중전으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흑1(실전)이 방향착오. 공중전을 생각하면 대세점이지만 실속이 없다. 백2를 선점해서는 편해졌다. 흑이 이기기 어려운 모습. 흑1로는 A로 바짝 다가가고 싶다. 우변 경영을 보면서 우하귀의 뒷맛도 노린다. 하변 흑진에는 백B로 나와 흑C 때 백D로 끊는 고약한 맛이 남아 있는데, 흑A는 백B를 간접 견제하는 수이기도 하다. 이광구 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