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지난 6일 수원에서 벌어진 현대와 삼성의 경기. 현대의 에이스 정민태는 이날 이승엽에게 3회 역전 투런 홈런(시즌 51호)을 맞으며 7실점을 해 패전투수가 됐다. 이승엽은 이날 홈런으로 아시아 홈런 신기록 -5를 기록했지만 정민태는 연승행진을 21에서 멈춰 역대 최다 연승 타이기록 작성에 실패하는 등 명암이 엇갈리는 순간이었다.
경기가 끝난 후, 이승엽은 현대 벤치로 찾아가 선배 정민태에게 미안함을 전하며 어떤 구질의 공이었는지를 물었다. 정민태는 이런 이승엽에게 신기록 달성에 한발 다가간 것을 축하하며 역시 좋은 타자라는 말로 답례했다. 정민태는 이승엽에 대한 평가를 한 마디로 ‘범생이’라고 표현했다. “승엽이 정도의 실력과 인기에 미치지 못하는 선수들도 조금만 띄워주면 자신이 최고인 양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을 많이 한다”고 운을 뗀 후 “승엽이는 선후배에게 잘한다고 소문도 났지만 직접 봐도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정도로 절제를 잘한다”며 아끼는 후배라는 말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현대 정민태, 두산 박명환(왼쪽부터) | ||
현재 이승엽이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 있다면 아마도 메이저리그 진출과 성공 여부가 아닐까. 절친한 후배(한 살 차이로 친구 같은 관계)인 박명환(두산)과는 그런 개인적인 이야기도 많이 나누는 편이다. 옆에서 지켜본 박명환에게 이승엽은 ‘냉정한 면도 있지만 편안한 걸 좋아하는 성격의 소유자’다. 박명환은 “승부욕이 무척 강하지만 선후배를 확실하게 챙기는 센스 있는 형이다. 현재의 위치라면 하고 싶은 말, 하고 싶은 행동 다 할 수도 있을 텐데 기자들에게 깍듯이 대하는 거라든지 부러울 정도로 사생활을 잘 지켜나가는 것을 보면 부인할 수 없는 정상급 선수”라며 확실한 자기관리에 놀랄 때도 많다고 했다.
한편 이승엽과 동갑내기인 이승호(LG)는 “승부를 겨뤄야 하다 보니 처음에는 다소 거리감을 느꼈던 것도 사실”이라면서 “마운드에 서는 투수들에게 위압감을 주는 타자이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승엽이의 팬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음은 그가 털어놓은 이승엽과 관련된 기분 좋은 기억 하나. 지난 올스타전에서 우수투수상을 받고 기뻐하는 자신에게 역시 우수타자상을 받은 이승엽이 다가와 먼저 악수를 청하며 축하인사를 건네더라는 것. 이승호는 “사실 그때 다른 선수들을 축하해줄 정도의 여유가 없었는데 승엽이로부터 상대방을 먼저 챙겨주려는 섬세함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 LG 이승호 | ||
김원형(SK) 역시 “성격, 실력 모두 좋은 선수라는 평가 이외에 또 어떤 말이 필요하겠느냐”는 말로 대신했다.
지난해 탈삼진왕인 김진우(기아)가 이승엽을 지켜볼 기회가 있었던 건 2002부산아시안대회에서였다. 지난 4월 음주 사건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김진우는 “투철한 자기관리를 보고 많은 것을 배운다. 시합 전후로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좋은 선배로 기억된다”면서 “정면승부하는 재미도 짜릿하다”며 패기 넘치게 도전장을 던지는 것도 잊지 않았다.
김남용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