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1일 결국 교토에서 퇴출된 고종수는 다시 위기에 몰렸다. 스포츠투데이. | ||
감독과의 불화설이 나올 때마다 마치 ‘단골손님’처럼 거론되는 선수가 바로 임창용(27·삼성)과 고종수(24·교토 퍼플상가)다. 임창용은 경기 중 강판당한 뒤 덕아웃에서 글러브를 내팽개치는 행동으로 김응용 감독의 ‘감정’을 샀다가 곧바로 2군으로 추락했다. 고종수는 우여곡절 끝에 일본으로 진출했지만 입단 초기부터 감독과의 불화설이 흘러나오더니 결국 퇴출당해 지난 21일 오후 쓸쓸히 귀국했다. 지난 16일 전화 인터뷰에 응한 두 사람은 그동안 가슴에 꾹 눌러 담아놨던 속내와 감독, 언론 등에 대한 섭섭한 감정을 여과없이 노출시켰다.
일본에서 ‘고행’중인 고종수와는 교토 구단에서 곧 고종수를 내보낼 것이라는 소식이 알려지기 전날 전화통화를 했다. 밤 11시가 넘은 늦은 시간이었지만 고종수는 “인생에 대해 공부중”이라며 반갑게 전화를 받았다. 한국에서 경험하지 못한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다는 그는 이전과 달리 시종 진지한 태도로 인터뷰에 응했다.
“무엇보다 대화할 사람이 필요했다. 말이 통하는 사람이 없다보니 하루 종일 말 한마디 안할 때도 있었다. 훈련 끝나고 유일한 낙이 국제전화 통화였다.”
고종수는 솔직히 일본 생활을 포기할 생각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힘들게 일본에 온 만큼 중도에 그만두고 고국으로 돌아가기가 창피해서 지금은 ‘있는 동안만이라도’ 열심히 훈련에 참여하겠다고 마음을 바꿨단다. 한국에 있을 때보다 몸 상태가 훨씬 좋다는 고종수는 몸이 좋은데도 벤치만 지키려니 속이 상한다고 하소연했다. 고종수에게 스트라이커 역할을 원하는 핌 베어벡 감독과 플레이메이커를 고수하는 고종수와는 초반엔 트러블도 있었지만 면담을 통해 자신의 포지션 변경을 결정한 뒤엔 적응하려고 애를 썼다고. 그러나 오랫동안 몸에 밴 스타일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한다.
고종수 또한 자신에 대한 국내 보도 내용에 대해 섭섭함을 토로했다. “한국에서 ‘싸가지’ 없는 선수는 일본에 와서도 ‘싸가지’가 없는 모양이다. 나에 대해 나오는 기사 대부분이 감독과의 ‘불화설’이니 훈련을 게을리한다느니 하는 내용들이다. 감독과 마찰이나 일으키려고 여기서 이 고생하는 거 아니다. 제발 사실을 왜곡하지 않고 제대로 보도해줬으면 좋겠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스트라이커로 포지션을 옮긴 뒤 훈련을 하면 할수록 자신감이 떨어진다는, 어려운 고백도 곁들였다. 그래도 열심히 뛰겠다는 다짐도 남겼지만 다음날 핌 베어벡 감독이 자신의 퇴출을 결정했다는 충격적인 뉴스를 접해야 했다.
▲ 임창용 | ||
“감독님한테 화를 냈던 게 아니다. 나 자신한테 화가 난 것이었다. 투수 입장에서 상대 타자한테 얻어맞을 때 화가 나는 건 당연하다. 그 화를 참지 못하고 덕아웃에서 기자들 표현에 의하면 ‘난동’을 부린 건데 그 행동을 감독님에 대한 화풀이라고 보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
임창용은 선수들이 경기가 안 풀릴 경우 방망이를 던지거나 글러브를 내팽개치는 건 덕아웃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자신의 행동을 김응용 감독이 잘못 받아들인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임창용은 그 일 이후 몇 차례 김 감독을 찾아가 전후 사정을 설명하고 싶었지만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했다고 한다. “굳이 죄송하다고 말하지 않아도 날 이해해 주셨을 것이라고 믿고 싶었다”는 게 그 이유. 솔직히 김 감독을 약간은 원망도 했다는 임창용은 그러나 자신의 실력이 감독한테 믿음을 못 줬기 때문이라고 애써 자위하면서도 “팀 에이스라면 조금 더 믿어주시길 바랐다”며 안타까워했다.
임창용은 구질이 좋았을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그때의 5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자신을 평가했다. 이유를 묻자, “그동안 너무 무리해서 던졌던 후유증이 지금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 사실 시즌 초반만 해도 사생활 문제로 추락한 내 이미지를 끌어올리기 위해선 마운드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정말 열심히 했다. 그러다 약간 ‘여유’를 가지려 한 게 문제였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선발이든, 중간이든, 마무리든 간에 비는 자리가 있을 때마다 투입되는 현실을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진 않겠다고 한다. 김 감독과 궁합을 맞추려고 노력했다는 임창용은 “난 지금까지 감독님께 ‘항명’을 한 적이 없다. 그런데 매스컴에선 4차례 항명 파동이라는 표현을 단다. ‘문제아’는 내가 아닌 언론에 의해 만들어진 내 이미지”라면서 언론의 보도 태도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