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상수도본부 입구 모습.
[일요신문] 부산 기장군 해수담수화 수돗물 공급과 관련한 논란이 새해 들어 더욱 거세게 일고 있다. 특히 부산시가 공급 대상 주민들과 충분한 논의를 갖겠다고 하면서도, 물 공급을 위한 사전정지 작업이나 마찬가지인 태도를 취하면서 주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부산시가 주민들에게 수돗물 공급에 대해 함께 의논하자고 해놓고는 이와 같이 상호 신뢰도를 훼손하는 행보를 보이자, 급기야 주민들은 민간주도로 수돗물 공급에 대한 찬반투표를 갖기로 했다. 말 그대로 해묵은 논쟁이 되어 버린 이 사안이 이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 것이다.
해수담수화 수돗물 공급과 관련한 논란은 지난해 말 지역사회를 뜨겁게 달군 화제였다. 당초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본부)는 지난해 연말까지 수돗물 공급을 강행키로 방침을 정했었다. 하지만 주민들의 거센 반발과 더불어 여론이 악화되자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사태가 실마리가 풀리지 않은 채로 해를 넘기게 되자 부산시가 다급해졌다. 부산시는 일단은 주민들과 논의를 갖는 게 급선무라고 보고 테이블을 준비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 6일 열리기로 했던 본부와 주민들과의 토론회는 이뤄지지 못했다.
토론회는 6일 오후 1시 기장군에 위치한 해양 정수센터 1층 홍보실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반대 측에서 주민대표 11명과 전문가 2명이, 찬성 측에서는 주민대표 6명과 사업시행자 5명, 전문가 2명이 참석하고, 상수도사업본부장과 기장군수, 기장군의회 의장, 의회 의원 2명 등이 참석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토론회 이틀 앞둔 시점에서 기장해수담수반대대책협의회(대책협의회)는 토론에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본부가 당초 계획에 없었던 군의원 1명을 임의로 포함시키기로 하는 한편, 주민들이 신뢰할 수 없는 태도를 보였다는 게 이유였다.
대책협의회 김용호 공동대표는 “지난해 말 부산시상수도사업본부가 배포한 홍보전단지 내용 중 해수담수화 수돗물 공급을 반대하는 주민과 전문가들을 근거 없이 매도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면서 “여러 정황상 부산시가 해수 담수화 수돗물 공급을 전제로 대화를 시도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고 판단, 토론회를 보이콧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부산시가 올해 초에 가졌던 해수담수화 수돗물과 관련한 퍼포먼스도 이유가 됐다. 부산시는 주민들과의 논의를 마련하면서도 이와 병행해 해수담수화시설에서 생산된 수돗물에 대한 안전성 홍보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부산시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우선 이를 한시적으로 공급키로 하는 한편, 시청 1층 로비에서 시음회도 열었다.
주민들은 부산시의 이와 같은 태도가 수돗물 공급의 당위성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에 있다고 봤다. 주민들과 대화에 나서는 모양을 취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수돗물 공급에 대한 명분축적에 나섰다고 본 것이다.
서병수 부산시장의 연초 발언도 주민들의 기대에 금이 가게 했다. 서 시장은 4일 시무식에서 해수담수화 수돗물 공급과 관련 “과학적인 근거로 시민들의 정서를 이기려는 생각은 추호도 없다. 얼마가 걸리든 합의를 이뤄 나가는 ‘인내의 시간’을 감내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를 서 시장이 언젠가는 결국 수돗물을 공급할 것임을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표면적으로 나온 얘기는 ‘립 서비스’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사태가 이렇게 전개되면서 주민들은 결국 민간주도로 수돗물 공급에 대한 찬반투표를 갖기로 했다. 대책협의회는 지난 11일 오전 기장군청 앞 광장에서 주민투표 입장표명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어 13일 오전 부산시청 앞에서 주민투표 돌입을 알리는 회견을 가진다.
이는 투표 결과를 근거로 부산시의 해수담수화 수돗물 공급에 대한 논리를 부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대책협의회는 기장읍, 장안읍, 일광면 주민 5만~6만 명을 대상으로 총선 전에 주민투표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주민투표에 드는 비용 2억 원가량은 모금 등으로 충당키로 했다.
해수담수화 수돗물 공급과 관련한 논란은 이렇듯 주민들이 자기 주머니를 털어서 자체 투표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됐다. 지자체와 주민들 간의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지기 전에 부산시가 적극적으로 나서 묘수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