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엽 | ||
아무래도 2003프로야구는 이승엽(삼성)의 홈런 신기록과 관련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결국 지난 2일 롯데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56호를 쏘아올려 아시아홈런 신기록을 달성했다. 시간을 좀 더 과거로 돌려보면 지난 6월22일 이승엽이 쏘아올린 세계 최연소 300호 홈런도 아직 팬들에게 생생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이 역사적 홈런볼을 잡아 반짝스타(?)로 떠올랐던 ‘행운남’ 이상은씨(27·대우전자 서비스센터). 당시 삼성 구단은 홈런볼을 기증할 경우 ‘TV와 2년짜리 연간 (야구장)회원권’으로 보상할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이씨는 “TV는 집에도 있고 연간 회원권은 바빠서 구장에 자주 오기도 힘들고 신용카드로도 공짜 입장이 가능하다”며 구단의 성의 없는 보상조건에 일침을 가해 ‘볼 회수 논쟁’을 일으키기도 했었다.
결국 지난 9월4일 삼성전자에 휴대전화 안테나를 납품하는 협력업체인 에이스 테크놀로지의 구관영 사장이 1억2천만원을 이씨에게 주고 300호 볼의 최종 소유자가 되면서 사태는 마무리됐다. 하지만 이 일로 인해 횡재를 꿈꾸며 56호 홈런볼을 잡으려는 관중들로 야구장에 때 아닌 ‘뜰채의 전성시대’가 도래하기도 했다.
이씨는 “지금 생각해도 미칠 것처럼 기쁜 일이었다. 그러나 당시 삼성 구단에서 홈런볼에 대해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것 같아 상당히 불쾌했다”면서 “홈런볼을 팔고 난 지금은 오히려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또다시 56호 홈런볼의 주인공이 되었더라면 그 볼은 ‘절대로’ 안 팔 것 같다”고 밝혔는데 “홈런볼 매매가 상당히 스트레스를 주더라”는 것이 그 이유.
▲ 임창용(왼쪽), 올해도 김진우의 음주폭행사건 등 술과 관련한 사건은 끊이지 않았다. | ||
서승화는 이후 8월22일 잠실에서 벌어진 맞대결에서 이승엽에게 홈런 한 방을 맞고 3타수 3안타 4타점을 허용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10월1일에는 56호 홈런을 노리는 이승엽에게 두둑한 배짱 투구로 정면 승부를 벌인 뒤 올 시즌을 마무리지었다. 당시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선 이승엽에게 서승화가 던진 배팅볼에 가까운 투구는 아직도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정정당당한 승부를 위해서 ‘칠 테면 쳐봐라’는 식으로 던졌다는 게 서승화의 얘기. “기록도 중요하지만 볼 판정이 조금 아쉬웠다. 애매한 볼이 스리볼까지 가는 걸 보고 그냥 쳐보라는 식으로 한가운데로 던졌다. 2개의 스트라이크가 밋밋해서 안 치는 것 같아 마지막 삼진 잡은 볼은 힘껏 던졌다.”
서승화는 내년 시즌에 이승엽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지 않는다면 계속 정면승부를 하고 싶다는 의욕을 내보였다. 반면 홈런을 치고도 비난을 받아야만 했던 비운의 선수도 있었다. 지난 8월7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전에서 특유의 세리머니 때문에 홈런을 날려버린 알칸트라(LG)가 그 장본인. 이날 경기에서 알칸트라가 성호를 그으며 하늘을 쳐다보는 홈런 세리머니에 취해 홈플레이트를 그냥 지나치는 바람에 ‘아웃’되고 말았던 것. 동료인 마르티네스는 덕아웃에서 ‘믿을 수 없다’며 흥분했지만 전광판을 통해 중계된 녹화 화면은 ‘그런 일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 지난 8월9일 ‘멱살잡이’를 해 팬들의 비난을 받은 서승화와 이승엽(왼쪽).지난 8월7일 LG의 알칸트라는 홈플레이트를 밟지 않아 아웃됐다. | ||
또한 올 시즌에도 상벌위원회는 여전히(?) 바빴다. ‘처벌 규정도 없다는데 무슨 죄?’라며 간통 사건으로 상벌위원들에게 큰 숙제(?)를 안겼던 임창용(삼성), ‘술이 웬수여~’라는 걸 보여주듯 폭행사건으로 연루된 김진우(기아)와 음주운전 측정을 거부했던 김재현(LG) 등 다수의 스타급 선수들이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측 한 관계자는 “정작 간통사건으로 피해를 본 선수는 임창용이 아니라 프랭클린(당시 현대)”이라며 불만을 털어놓았다. 그는 “지난 5월 임창용의 간통사건을 다루기 위해 상벌위원회가 소집됐지만 정작 임창용에 대해서는 ‘규약에 간통이라는 규정이 명문화돼 있지 않아 처벌하기 곤란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는 심판 판정에 항의하는 의미로 그라운드를 돌아서 문제가 된 프랭클린에게는 예정에도 없던 심도(?) 있는 논의 끝에 징계를 결정했다”며 지금도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김남용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