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선수들 입장하는 모습이 생각나 웃음이 터졌다. 당시 개막행사 전 서울운동장(현 동대문운동장) 양쪽 외야 펜스 뒤에 전 선수가 잔뜩 긴장한 상태로 대기하고 있었다. 그땐 내가 중3 때라 초청을 받아 외야 관중석에서 그 모습을 봤다. 곧바로 문이 열리면서 전 선수가 양쪽 외야에서 내야 쪽으로 ‘우와!’ 하는 함성을 지르며 뛰어갔다. 그 모습이 마치 전쟁놀이 하는 것도 같고 저러다 발에 걸려 한 사람이라도 넘어지는 날에는 우르르 넘어지면서 역사에 길이 남는 ‘명장면’(?)을 연출하겠다 싶어 걱정도 됐다. 다행히 사고는 없었지만 나이 들고 은퇴를 눈앞에 둔 고참선수들이 뒤에 간신히 따라오는 모습은 측은해 보였다.
이윽고 역사적인 막이 오르고 시구는 전두환 대통령이 맡았다. 그 날 경비의 삼엄함은 두말할 것 없고 대통령 옆에 양 팀 유니폼을 입은 사람 두 명이 서 있었는데 모두들 감독이라 생각했었다. 워낙 체격도 건장해서 더욱 그랬다. 그런데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사람들은 경호원들이었다. 지금도 자료사진이 남아 있다. 그렇게 출범한 프로야구는 스타들도 많이 배출했다.
개막전 만루홈런의 주인공 이종도 고려대 감독, 한국시리즈 마지막경기 만루홈런의 김유동 선수…. 공교롭게도 개막전과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만루홈런을 맞은 비운의 투수는 최고의 왼손투수였던 삼성의 이선희 선수였다.
이 역시 역사에 남을 일이다. 그런데 이 일로 이선희 투수가 여성팬들한테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는 거다. 김유동 선수한테 홈런을 맞고 덕아웃 옆에서 쭈그리고 앉아 우는 모습이 여성들의 모성애를 자극했다는 거다. ‘눈물’로 인기를 끈 최초의 선수인 셈이다.
이 사람 저 사람 해도 당시 최고의 스타는 박철순 아니었나 싶다. 잘생긴 얼굴에 쭉 빠진 몸매, 타자를 압도하는 투구…. 그 해 시즌 22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면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어내던 모습은 환상적이라 할 수 있었다. 또 홈런을 치고 껑충껑충 뛰면서 해맑은 웃음을 지며 홈으로 들어오던 이만수도 인기스타였다.
82년에 한국에서 세계대회가 열렸기 때문에 많은 스타가 1년 뒤인 83년에야 프로구단에 입단했다. 김재박, 장효조, 심재원, 이해창 등이 그랬다. 특히 한대화가 세계대회 결승전에서 역전 3점 홈런으로 일본을 격침시키던 장면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당시 대표선수였던 김정수, 심재원은 고인이 됐다. 많은 야구인들이 말한다. 지금 선수들한테 없는 ‘인간미’가 그때는 있었노라고.
야구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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