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과 12월 사이에 훈련소에 입소한 선수들이 꽤 있다. 현역도 아니고 공익근무요원도 아니다. 4주 동안만 훈련받으면 군 문제가 해결되는 선수들이다. 예전에는 방위제도가 있었는데 거의 모든 선수들이 ‘숏타임 솔저’ 출신이다. 훈련소에서 여러 선수들이 겪었던 일화들을 소개하겠다.
야구선수들은 대부분 20대 중반에 훈련소에 입소한다. 그 나이 정도면 중사급 연세(?)다. 당연히 훈련소 동기생들은 네댓 살 나이 어린 ‘얼라’들이다. 하지만 군대에서 나이는 ×도 아니고 오로지 ‘짬밥’ 순이 아니던가. 더구나 야구선수들은 시즌이 다 끝나고 겨울에 입소하기 때문에 여러 모로 추울 수밖에 없다. 원래 군복이란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운 옷이라는 말도 있다.
유명 연예인이나 운동선수가 훈련소에서 겪는 어려움은 훈련 때문이 아니고 다른 데 있다. 가령 가수가 입소하면 남들 다 자는 시간에 불러내서 노래를 시킨다. 가뜩이나 훈련 때문에 몸이 천근만근인데 밤새 노래를 시키면 죽을 맛이란다.
개그맨은 더욱 괴롭다. 차라리 밤새 노래 부르는 게 편하지 밤새 웃겨보라는데 미치고 환장하겠단다. 나이 어린 조교 앞에서 광대짓 하기가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나도 훈련소에서 야구 시범 보이다가 선수 생명 끝장날 뻔한 적이 있다. 뻑하면 조교들이 몰려와서 ‘짱돌’을 주워주며 있는 힘껏 던져서 앞산에 있는 바위를 맞히라거나 선동열 투구 폼으로 앞에 있는 나무를 맞혀보라거나 또는 사격할 때 총 쏘지 말고 돌을 던져서 표적지를 맞히라는 이상한 조교도 있었다.
한번은 야외 전투 훈련을 나갔을 때 전방 50m 앞에 토끼가 있었는데 스무 살 먹은 상병 한 명이 짱돌을 주면서 한 방에 즉사시키라고 명령(?)을 내렸다. 나는 토끼가 불쌍해서 맞힐 마음도 없었고 거리상 맞힐 수도 없어 실패했다.
그랬더니 그 ‘어린 놈’이 내게 원산폭격을 시키는 게 아닌가. 그때 내 나이 스물다섯이었다. 나는 무지 열도 받고 쪽 팔려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예전 최아무개 선수는 훈련소에서 무거운 K-1 소총으로 스윙 시범을 보이다가 손목 인대가 늘어난 적이 있었다. 최 선수는 상당한 교타자였는데 추운 겨울에 시키는 대로 총 들고 휘두르다가 큰 부상을 입어 퇴소 후에 장기간 치료를 받아야 했다.
또 서울팀의 김아무개 선수는 부대 내 건물 공사 중에 지붕 수리하다가 발을 헛디뎌 떨어지는 바람에 무릎 인대가 끊어지는 큰 부상을 입었다. 퇴소 4일 앞두고 일어난 사고였다. 김 선수는 퇴소 후 완쾌가 되지 않아 고생고생하다가 일찍 은퇴하고 말았다. 군대에서 당한 부상은 어디에다 하소연도 못한다. 지금 기아 김진우가 훈련소에 있다. 요즘은 많이 달라졌다고들 하지만 그래도 걱정된다. 나처럼 짱돌 주워 전력투구하다 어깨를 다치지나 않을까 해서 말이다.
야구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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