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엔 ‘위’의 일을 포함해서 기자들로부터 전화를 많이 받았어요. 지난번 ‘천방지축 일기’가 꽤나 자극적이었나봐요. 제가 다시 읽어봐도 팬 여러분들이 걱정 많이 하실 만큼 심각하게 씌어져 있더라고요. 제가 힘들어하는 부분에 대해 정말로 솔직하게 표현하려고 했던 것뿐인데 그 일기로 인해 괜한 심려를 끼쳐드렸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사실 전 그렇게 나약한 놈은 아니에요. 만약 나약한 정신으로 네덜란드에서 생활했더라면 일찌감치 보따리 싸들고 한국으로 돌아갔을 거예요. 순해 보이는 이면에 강단도 있고 자존심도 강하고 욕심도 남 못지않죠. 어쩌면 그런 욕심과 자존심 때문에 올 한 해가 나한테 큰 짐을 지어준 것처럼 힘들고 또 힘들었을 거예요.
어느덧 한 해의 마지막 자락에 와 있네요. 정말 시간이 빨리 흐른다는 걸 실감하지만 저한테는 긴 한 해이기도 했어요. 그리 오래 산 인생은 아닌데 지금까지 살아온 세월 중에서 가장 기억하기 싫은 해가 바로 2003년일 겁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축구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축구가 안 되니까 다른 일마저 꼬이고 얽히고 설켜 버렸어요.
올 한 해를 결산하는 해외파 선수들 중에서 저에 대해 혹평을 하는 기사도 읽었어요.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렇게 만든 거니까요.
한 가지만 밝힐 게요. 지금까지 축구에 영향을 미친 사적인 일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사적인 문제로 인해 축구가 안 되거나 힘든 적도 없었고요. 더 자세하게 말씀드릴게요. 전 이 나이가 되도록 여자를 사랑해본 적도 없고 짝사랑으로 가슴앓이를 해보지도 못했어요. 물론 자랑은 아닙니다. 그러나 부진의 원인을 사적인 데서 찾은 기사는 정말 절 슬프게 했어요.
새해에는 바닥에서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출발하고 싶어요.
송년 인사 드릴게요. 지난 한 해 동안 박지성의 일기를 읽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너무 안 좋은 이야기가 많아서 실망하신 분들이 많으셨을 거예요. 그 부분은 저 또한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새해에는 어둡고 좋지 못한 소식 대신 밝고 기쁜 소식들로만 가득 채워질 수 있도록 정말 열심히 노력할 겁니다. 아쉽지만 저에 대한 끈을 놓지 마시고 기다려주신다면 그 배려와 사랑에 꼭 보답하는 박지성이 되겠습니다.
12월18일 에인트호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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