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수근 아내 서정은씨 | ||
기자는 ‘금실 좋다’고 소문난 몇몇 스포츠스타의 아내들에게 ‘결혼을 후회해 본 적이 있느냐’와 같은 짓궂은 질문을 던져봤다. 돌아온 답변은 의외로 ‘있는 정도가 아니라 많다’는 것. 물론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이 답변 속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스타 남편을 뒷바라지하는 아내의 사랑과 애환이 함께 녹아 있음을 알 수 있다. 과연 스타 선수들은 가정에서도 스타일까. 아내들의 이색 공개비판(?)을 통해 스포츠스타들의 또 다른 모습을 들여다봤다.
스포츠스타의 아내라는 자리에 대해서 ‘당사자’들이 내놓은 공통적인 의견은 ‘남편의 빈자리가 너무 큰, 외로운 자리’라는 것이었다. 시즌 중에는 잦은 원정 경기로 집을 비워야 하고 시즌이 끝난다 하더라도 고작 한 달가량 휴식 시간을 갖고는 이내 동계훈련에 돌입해 가정을 비우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모든 생활이 금쪽 같은 남편에 맞춰지게 마련. 정수근(26·두산)의 아내 서정은씨(29)는 “아직 집안에서 남편에게 망치질 한 번 시킨 적이 없다. 행여 부상이라도 당하면 그 책임을 누가 질 것이냐”고 말한다. 노정윤(32·부산)의 아내 유영옥씨(33)의 경우엔 남편을 따라다니느라 결혼생활 10년 동안 무려 12번의 이삿짐을 싸고 풀어야 했다.
두 선수 모두 연상의 여인을 아내로 두고 있는데 친구를 너무 좋아한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사소한 것 같지만 아내의 불만은 여기서도 시작된다. 유영옥씨는 “언젠가는 7박8일 동안 혼자서 서울로, 일본으로 친구를 만나러 간 적도 있다”면서 “인간관계가 폭넓은 게 좋긴 좋지만…”이라며 섭섭함을 털어놓았다.
▲ 서정원 아내 윤효진씨 | ||
전형적인 ‘범생’ 스타일 서정원(31·수원)의 아내 윤효진씨(31)는 “다른 가정과는 달리 모든 일정이 남편 중심으로 맞춰져 돌아간다”며 “무엇보다도 ‘남편의 말에 토를 달거나 표정을 찡그리면 안 된다’는 ‘룰’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가정에서 남편이 감정 상하는 일이 생기면 밖에 나가서 꼭 부상이나 안 좋은 일이 생긴다고 해서 그렇게 하고 있다”는 유씨는 “사실 처음에는 조선시대도 아닌데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체념(?)했다”면서도 싫지 않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서정원은 냉정할 정도로 음식과 휴식 시간을 철저하게 관리하는데 이 모든 것이 축구에 대한 열정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스포츠스타를 ‘한 여자의 남자’로만 두고 보지 않는 여성팬들도 아내들에겐 스트레스다. 꽃다발과 선물 등은 애교로 봐 줄 만하지만 일부 극성 여성팬들은 ‘아내와 이혼하면 대신 그 자리를 더 잘 해낼 수 있다’는 식으로 낯뜨거운 구애를 서슴지 않는다는 것. 손민한(29·롯데)의 아내 김민정씨(29)는 “총각 때는 선물을 주거나 집까지 찾아오는 팬들의 관심과 성의가 고맙기도 했지만 결혼하고 나서는 남편의 시간을 너무 많이 뺏는 팬들을 보면 사실 원망스럽기도 하다”며 밉지 않은 질투심을 숨기지 않았다.
▲ 신태용 아내 차영주씨 | ||
한편 박정태의 부인 왕미경씨는 “적극적인 여성팬들 때문에 결혼 초반에는 부부싸움도 많이 했다”면서 ‘극성팬의 추억’을 떠올리며 웃었다. 박정태는 오해하는 부인의 마음을 편하게 해 주고자 팬들이 보낸 선물이나 편지를 숨겼고 이것 때문에 아내는 또 일일이 확인하게 되는 일이 한동안 반복됐던 것.
정수근에 대한 아내 서정은씨의 ‘팬 관리 처방’은 ‘미리 차단하자’는 주의다. 평소 “이상한 소문이 나지 않도록 행동에 조심하라”는 누나(?) 같은 충고를 아끼지 않는다고.
이렇게 남편에 대한 불만을 결국 애정으로 감싸안는 스포츠스타의 아내들. 이들은 과연 언제 남편이 가장 보기 싫을 정도로 미웠을까. 안경현(33·두산)의 아내 김윤정씨(34)는 “한번 의견을 내면 결국 그렇게 해야 하는 남편 성격 때문에 맞추고 사는 게 힘들 때가 있었는데 ‘나이 먹고 나면 다 보상해 준다’는 말에 매번 속는 것 같다”며 남편의 고집을 꼬집었다.
정수근의 아내 서정은씨는 “예전에 성적이 부진할 때 밖에서는 표현할 수 없으니 집에 돌아와서 소리를 지르거나 눈도 안 마주칠 때가 있었다”면서 “처음에는 (남편을) 피해 다닐 정도로 적응하기 힘들었지만 그 정도로 스트레스 받는 남편을 결국 이해하게 되더라”고 말했다. 서정원의 아내 윤효진씨는 “다른 무엇보다 축구를 앞에 두는 남편의 ‘뜨거운’ 축구사랑 때문에 몇 번 위기가 있었다”며 “그래도 지나고 보면 추억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김남용 스포츠라이터